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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보험 무료 보장분석...실체는 ‘영업 낚시’
금소법 광고제한서 자유로워
진단결과는 무조건 ‘보장부족’
수수료 수익 노려 계약자 유혹
카카오페이 등은 거품 더 심해
업계는 “참고용일뿐...문제 없다”

“또래와 비교하면 고객님의 사망, 암 등 보험 보장액이 추천 금액보다 80% 부족합니다. 추가로 보험에 가입하세요”

최근 모든 보험사와 보험대리점(GA)은 자체 플랫폼을 통해 이러한 ‘무료 보험 보장분석’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기존에는 카카오페이나 토스 등 빅테크·핀테크의 주요 서비스였지만 이젠 업계 전체로 퍼져나갔다. 일부 보험사는 비회원이라도 보험 진단만 하면 선물을 주는 이벤트를 내걸고 있다.

금융소비자보호법이 계기다. 기존에는 온라인 카페나 블로그 등에서 특정 보험상품을 추천하거나 재무설계를 해준다면서 자신의 연락처를 남기는 식으로 광고를 했지만 이젠 사실상 불가능하다. 올 3월 금소법이 시행되면서 사전에 보험협회나 원수사의 심의를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보험 보장분석 서비스는 금소법으로부터 자유롭다. “무료로 고객님의 보험을 진단해보세요”라고 알리는 것은 업무광고에 해당되지만 보장분석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 자체는 광고가 아니라서 별도 심의를 받을 필요가 없다. 업체마다 자체적인 기준을 사용하지만 결론은 거의 모두 “보장이 부족하다. 보험에 더 가입하라”이다. 고객의 소득, 가족력 등은 반영되지 않는다. 보장 분석이 끝나면 보험 상품을 추천하거나 설계사와 연결된다.

카카오페이에서 보장분석을 해봤다. 암 진단금 6000만원, 사망보험금 3억원의 보장을 추천했다. 2016년 통계청 데이터를 기반으로 질병 발생 시 필요한 치료·생활비 등을 고려한 결과다. 토스는 자사 회원들의 평균 보험료를 기준으로 평가했다. “30대 남성이 내는 월 평균 보험료가 10만원인데 고객님은 월 20만원을 내는데도 보장이 부족하다”는 식이다.

메리츠화재는 암 진단비 3000만원, 사망보험금 2억원을 권장한다. 담보별로 최대로 가입할 수 있는 금액을 기준으로 자체적으로 적정 금액을 설정했다고 한다.

DB손해보험은 직장인 평균 연봉 4000만원, 암평균 치료비 3700만원 등을 기준으로 계산했다.

하지만 모두 과장된 결과다. 비영리법인인 한국신용정보원의 ‘내보험다보여’ 서비스에선 전체 보험 가입자를 연령, 성별로 분석한 결과를 잣대로 평가해준다. 30대 남성 기준 평균 암 진단금은 3500만원, 상해사망 보험금은 1억2000만원이다.

고객 입장에선 구체적인 설명 없이 보험 보장이 부족하다고 하니 “보험을 추가로 가입해야 하구나”는 생각이 들기 마련이다. 업계는 보험 리모델링처럼 기존 보험을 해약하도록 유도하는 건 아니라서 문제 없다는 입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건강보험의 발달로 치료비가 과거보다 덜 들다 보니 일부 과도한 금액이 책정됐을 수는 있다”면서도 “은행 PB들이 재무 상담을 할 때 임의적으로 주식 비중이 많다, 적다고 평가하는 것처럼 보험사가 자체 기준으로 분석하는 것은 문제 없다”고 설명했다.

변혜원 보험연구원 실장은 “소비자가 스스로 소득, 가족력 등을 감안해 적정 보장 금액을 평가해야 한다. 금융이해력을 높이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정경수 기자

kwate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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