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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럴드비즈] 기본소득제도, 부(不)의 소득세, 근로장려세(EITC) 쟁점

현대 복지정부의 중요한 목표의 하나는 저소득 빈곤가구를 줄여 빈곤의 세습을 막는 일이다. 더 나아가 저임금가구의 소득을 증가시켜 빈부격차의 축소와 기본적인 삶의 질을 보장하는 일이다. 결국 정부가 국민에게 좋은 일자리를 제공하는 게 최선의 대책이자 복지다.

문제는 저임금·저소득가구의 생활수준을 어떻게 향상시키고, 정부의 현금 보조에 만족해 구직을 포기하고 보조금에 의지하여 살아가는 국민을 위해 어떠한 복지정책을 할 것인가다. 1960년대 미국의 밀턴 프리드먼 교수는 저소득층의 구직 의욕 고취와 생활수준 향상을 목적으로 ‘부(不)의 소득세(negative income tax)’ 도입을 주장했다.

미국의 중위소득 이하의 급여를 받는 저소득 근로자에 대해 일정 방식으로 계산한 현금을 추가로 지급해 실업수당 등 보조금 수령보다 일을 통한 급여와 보조금 수령이 유리하게 설계한 개념이다. 1970년 중반까지 부(不)의 소득세에 대한 많은 논란 끝에 저소득가구에 소득세를 환급하는 근로소득세액공제(EITC)를 1975년 도입 후 현재 시행 중이다.

우리나라는 미국식 근로장려세제(EITC)를 노무현 대통령 시대 도입 후 시행하고 있다. 근로자와 자영업자의 부부소득을 합산하여 ‘가구별’로 계산한 소득, 재산, 자녀 수 등을 고려해 가구별로 현금을 지급한다. 해마다 지급 대상과 금액을 확대해 현재 가구당 최대 연간 300만원을 지급한다. EITC 제도는 가구별 경제상황을 고려해 지급 대상을 결정함에 따라 개인별 지급 방식보다 형평성이 개선된 제도다.

유럽의 일부 좌파 학자와 정치가는 전반적인 삶의 질 향상과 불안정한 일자리 문제 해결을 위한 담론의 하나로 모든 국민에게 일정 소득을 월별로 지급하는 기본소득제도 도입을 논의했다. 스위스는 2016년 모든 성인에게 매달 약 300만원을 지급하고, 필요한 재원은 기존 복지제도의 대폭 축소와 추가적인 증세를 통해 해결하는 기본소득제도 도입을 국민투표에 붙여 세계적인 화제가 됐으나 결과는 77%의 압도적 반대로 부결됐다. 부결 이유는 큰 규모의 증세 부담, 부자와 빈자 동일 지급의 형평성 문제, 복지제도 축소 시 서민층이 더 큰 충격, 자립적 생활보다 보조금 의존 국민의 증가 문제 등이다. 핀란드는 2017년부터 실업수당과 생활보조금 등을 받고 있던 실직자 약 11만7000명 중에서 2000명을 무작위로 선발해 2년 동안 매월 약 70만원을 지급하는 기본소득제도를 실험했으나 구직활동의 동기부여가 크지 않고, 보조금 의존 형태가 나타났다.

현재 우리나라는 서구에서 실패했거나 담론 수준인 기본소득제도의 도입이 정치적 쟁점이다. 기본소득에 추가해 기본주택, 기본금융도 나오고, 기본소득이 유행어가 돼 정부의 각종 현금수당에 기본소득 명칭을 붙여 감성에 호소하는 정치인들이 있다.

기본소득의 명칭이 어떻든 새로운 제도의 도입 전에 몇 가지 선결과제 검토가 필요하다. 첫째, 수백조원에 달하는 세금을 추가로 징수가 가능한가. 둘째, 우리의 인구구조가 세계에서 가장 빠른 고령화·저출산 추세에도 특단의 대책이 없는 점. 셋째, 고소득자·고재산자와 취약계층의 동일 취급에 따른 공평성 훼손 문제. 넷째, 철학의 문제로 국민이 땀 흘려 일하지 않고 정부 보조금에 의존해 살아가도록 하는 정책의 타당성. 다섯째, 현재도 위험 수준인 국가부채 규모가 통제 불능 상태로 갈 가능성이 큰 점 등이다.

현 정부에 수십 종류의 현금수당이 일상화되고 국가부채가 급증했다. 국민은 재정운용의 비효율성과 나랏빚 급증에 무감각,무신경이다. 이러한 무관심 때문에 극단적인 포퓰리즘 정책이 경쟁적으로 나오고 있다. 미래 정부와 미래 세대에 커다란 환란이 될 수 있는 위험한 복지제도 신설에 냉철한 판단이 요구된다.

윤영선 법무법인 광장 고문(전 관세청장)

brunc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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