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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성역’ 무주택 전세대출도 조인다
“추석 후 관리방안 발표”
전세대출=실수요? 등식 의심
전세대출서 투자용 발라낼듯
자금조달계획서등 심사 강화 관측
서울 시내에 주요 은행 ATM기기가 나란히 설치되어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김성훈 기자] 금융 당국이 가계부채 관리 방안 중 하나로 무주택 전세대출 규제를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그간 각종 규제에서 비껴가던 ‘전세대출=실수요’ 공식이 무효화될 전망이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6일 “무주택자를 포함한 전세대출 규제 방안이 논의 테이블에 올라갈 것”이라며 “추석 이후 가계대출 관리 방안을 확정해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무주택자 전세대출까지 규제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2018년 9·13대책에서 다주택자 전세대출을 금지한 이후 몇 차례에 걸쳐 전세대출 규제안을 내놓았지만 무주택자는 손대지 않았다.

현재는 다주택자와 시가 9억원 초과 주택을 보유한 1주택자, 투기·투기과열지구 3억원 초과 아파트 지난해 7월 이후 신규 구입자의 전세대출은 금지된다. 또 1주택자는 대출을 해주더라도 한도가 공공보증 2억원, 민간보증 3억원으로 제한된다. 무주택자(공공 2억원, 민간 5억원)보다 대출 한도가 낮다. 무주택자 전세대출은 서민·실수요와 직접 연결돼 있기 때문에 ‘대출 규제의 성역’으로 남겨둔 것이다.

당국은 아무리 무주택자라도 필요 이상의 자금을 전세 명목으로 대출받아 주식이나 가상 자산 등의 투자용도로 전용하는 사례가 있다고 본다. 시중 유동성 증가로 인한 자산가격 거품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서민자금이 흘러드는 것을 방치할 수 없다는 것이다.

가계대출 총량 관리를 위해서도 전세대출 관리는 필수적이다. 금융감독원 통계에 따르면 은행권 전세대출은 올해 들어 매월 2조~3조원씩 증가하고 있다. 당국은 올해 가계대출 증가 총량을 98조원(전년 잔액 1631조의 6%)으로 잡고 있는데, 현재 속도라면 은행 전세대출로만 30조원이 증가할 판이다.

다만 실제 규제를 시행하더라도 강도를 크게 높이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가뜩이나 무주택자들은 집값 상승으로 인한 박탈감과 전셋값 상승으로 인한 주거 불안을 동시에 겪는 와중에 일률적인 한도 규제를 시행하게 되면 실수요자 피해가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전세대출 중 투기 수요를 발라내는 대출심사 강화가 유력하다는 관측이다. 대표적인 것이 현재 주택을 구입할 때 적용하는 것과 같은 자금조달계획서를 받는 것이다. 자금조달계획서는 예금 잔액, 주식 잔고 증명서 등 증빙서류를 제출하게 돼 있어 과도한 대출을 방지하는 효과가 있다. 또 전세대출 일부를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에 포함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고승범 금융위원장은 지난 8월 31일 취임사에서 “급증한 가계부채가 내포한 위험 요인을 제거하는 데 모든 수단을 동원하고 정책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밝히며 추석 이후 추가 대책을 시사했다.

paq@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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