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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상속으로] 온라인 경매와 '프로토콜 경제'

최근 이른바 ‘구글 갑질 방지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수수료 인하 등 플랫폼기업을 둘러싼 공정경제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다. 코로나19 시대 온택트(Ontact) 소비가 확대되면서 ‘기-승-전-플랫폼’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플랫폼이 제공하는 서비스는 우리 생활 곳곳에 깊숙이 침투했다. 그러나 동시에 거대 플랫폼의 시장지배력에 대한 우려와 통제 필요성에 대한 이슈도 제기되고 있다.

플랫폼의 영향력은 그 안의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개인과 기업이 함께 만든 성과다. 플랫폼사업자의 이익이 극대화되는 ‘플랫폼 경제’가 가져온 독점화의 폐해를 보완할 필요가 있다. 이에 따라 산업계는 플랫폼 경제에서 ‘프로토콜 경제’로의 전환을 논의하고 있다. 플랫폼 경제의 상대 개념으로 부상한 프로토콜 경제의 핵심은 탈독점화·탈중앙화를 통해 거대 플랫폼사업자가 가진 정보·수익 등을 특정한 규칙, 즉 프로토콜에 의해 모든 참여자에게 공정하게 나눠주자는 것이다.

이러한 새로운 경제 체계에 대한 요구는 농산물 유통 분야도 예외가 아니다. 농산물 도매시장은 지난 수십년 동안 농산물 유통의 핵심 주체로서 대규모 자원의 효율적 분배와 시장가격 형성 등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며 성장해왔다.

그러나 도매시장이 대량의 농산물을 수집하고 분산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점도 적지 않다. 도매시장 중심의 복잡한 유통 경로는 유통비용을 상승시켜 소비자 구매가격을 높이고 생산자의 수취 가격은 떨어뜨린다. 도매시장 경매 체제하에서 출하자가 일방적 가격수용자가 되는 것은 또 다른 문제점으로 거론된다. 단 수초 만에 결정되는 경락가는 생산비조차 반영하지 못할 때도 있지만 출하자는 회수비용 때문에 이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가격이 왜 그렇게 결정됐는지에 대한 구체적 설명이나 정보도 접하기 어렵다.

농산물 유통도 이제 ‘프로토콜 경제’로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거대 유통 주체의 정보와 수익 독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보를 분산하고 중개비용을 최소화하며 농산물 거래에서 창출된 이익을 참여자 모두에게 공정하게 분배할 시스템이 필요하다. 온라인 시스템을 통해 산지 출하자가 상장하는 농산물을 소비지 유통 주체가 직거래하는 ‘온라인경매’가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

온라인경매를 통해 농산물을 상장하게 되면 출하자는 최저 낙찰 희망가격(예정가격)을 제시할 수 있어 생산 원가 중심의 ‘농산물 제값 받기’가 가능해진다. 도매시장법인과 중도매인을 거치던 중간 유통 단계가 축소되므로 구매자는 산지에서 직배송되는 싱싱한 농산물을 더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다. 경매정보과 경락 내용은 데이터화돼 참여자 모두에게 공유된다.

지난 2019년 5월 시작된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의 온라인경매 수수료는 약 1.05%다. 6% 수준인 기존의 도매법인 수수료와 비교하면 매우 낮은 수준이다. 이렇듯 온라인경매는 농산물 유통의 중간 유통비용을 줄이고 절감된 비용의 일부는 출하자에게, 일부는 구매자에게 돌아가게 하는 ‘상생 플랫폼’으로서의 가능성을 보이고 있다.

최근 몇 년 사이 공사뿐만 아니라 지자체, 도매시장 등에서 온라인경매를 시작하고 있다는 사실은 고무적이다. 공사는 공공성이 더해진 온라인경매시장을 구축하고, 농식품 직거래 활성화 방향을 수립 및 추진하는 정책사업자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나가고자 한다. 이를 위해 도매시장 및 유통 주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공유 플랫폼을 만들고, 거래정보를 데이터화해 정책자료로 활용할 계획이다. 이제 막 첫발을 뗀 온라인경매사업이 농산물 ‘프로토콜 경제’로의 전환을 이끄는 초석이 되기를 기대한다.

윤영배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식품거래소 본부장

oskymo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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