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가을 전세, 다가오는 ‘세 고통’
치솟는 전세 가격에 물량 부족
금융당국 “전세대출 제한 검토”

가을 이사철을 앞두고 전세시장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치솟는 전셋값에 전세물량이 턱없이 부족한 가운데 금융 당국이 전세대출 고삐를 죄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어 대출마저 막힐 조짐이다. 여기에 정부가 집값 안정화를 내놓은 사전청약 확대 조치가 청약 대기 수요를 양산해 전세난을 부추길 것이라는 우려까지 더해졌다. 지난해 하반기 새 임대차보호법(전월세상한제·계약갱신청구권제) 시행 이후 극심했던 전세난이 재연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관련기사 18면

7일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수도권 아파트 전세 가격 상승률은 지난 5월 둘째 주부터 17주 연속 0.2%대 중반을 넘는 상승률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지난달 둘째 주에는 0.39%로, 지난해 11월 이후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통상 전세 비수기로 여겨지는 여름철에도 0.3% 안팎의 높은 상승률 흐름이 꺾이지 않은 것이다.

이는 지난해 임대차법 시행 이후 전세 공급 부족 현상이 일상화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계약갱신청구권 도입으로 신규 전세물건이 줄어든 데다 종합부동산세 등 보유세 강화로 임대인이 전세를 월세로 속속 전환하면서 전세물량은 쪼그라들었다. 전세를 찾는 수요는 꾸준한데 전셋집이 턱없이 부족하다 보니 가격이 오를 수밖에 없는 셈이다. 수급 불균형 상황을 가늠할 수 있는 전세수급지수는 전국 기준으로도 지난해 7월 이후 1년째 기준선을 상회하고 있다. 가뜩이나 가격 상승과 매물 부족으로 전셋집 구하기에 애를 먹는 상황에 대출 문턱까지 높아지면서 무주택자들은 사면초가에 내몰리고 있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과 금융 당국의 가계대출 규제 여파로 겨우 전셋집을 구한다고 한들 자금 마련이 쉽지 않아진 것이다.

실제 시중은행은 우대금리를 없애거나 서류심사를 강화하는 등 가계대출을 조이기 시작했고 일부 은행은 신규 전세대출을 잠정 중단하기도 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정부가 지난해 11·19전세대책 이후 이렇다 할 후속 조치 없이 전세시장 불안을 방관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주택 공급 확대에만 집중하다가 공급시점까지 임대차시장에 머물러야 하는 수요자를 위한 방안을 제시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임대차법 시행 이후 시장 불안을 끊임없이 지적해왔으나 정부는 임대차법 도입으로 세입자의 주거안정성이 커졌다며 되레 자화자찬해왔다. 최근 정부가 전세 가격 이중 구조 등을 해결할 대책을 찾고 있다며 전세대책 발표를 예고했으나 당장 물량을 확보할 만한 방안을 내놓을 수 있을지 미지수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그간의 매매 가격 상승을 전세 가격이 후행하고 있는 상황에 여러 규제가 더해지면서 가을 전세난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며 “현재로서는 전세 불안을 쉽게 풀어낼 방안이 없는 실정”이라고 꼬집었다.

김은희 기자

ehkim@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