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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리더스칼럼] 기본소득의 불편한 진실
지난 7월 더불어민주당 대선주자인 이재명 경기지사가 청년에게 연 200만원, 이외 모든 국민에게 연 100만원씩 지역화폐를 지급하는 내용의 기본소득 공약을 발표했다. 이에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이 나오면서 기본소득 공약이 앞으로의 대선 국면에서 최대 화두가 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기본소득은 ‘모든 사람에게 실질적인 자유를 제공하게 하는 것’으로 국가가 국민에게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을 누리도록 조건 없이 지급하는 소득으로 정의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기본소득은 보편성·무조건성·개별성·정기성·현금성·충분성이라는 6대 원칙을 모두 갖춰야 한다.

기본소득의 필요성으로 기술 발전이 생산성을 급격히 올렸는데 일자리는 크게 줄었다는 점이 주로 언급되고 있다. 특히 4차 산업혁명이 속도를 높이면서 자동화·무인화와 함께 로봇이나 인공지능에 일자리를 빼앗길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기본소득이 열악한 노동 환경에서 노동자들에게 최소한의 자유를 제공하고 권리를 지킬 수 있게 하는 도구라는 의미다. 나아가 일자리 감소가 초래할 경기 침체를 막고 경제의 선순환을 위해서 필요할 뿐만 아니라 전 국민 일괄 지급으로 행정비용도 절감할 수 있음을 강조한다.

반면 반대론자들은 기본소득은 복지급여보다 소득보장 효과, 소득재분배 효과, 소비증대 효과 등이 현격히 떨어져 효율성 면에서 대안이 될 수 없다는 주장이다. 또한 기본소득이 기존 사회복지제도와 충돌을 빚어 결과적으로 실패할 가능성이 높고, 노동 의욕도 감퇴시킬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한편 인류 역사에서 기술 발전이 일자리 숫자를 줄이지 않고 오히려 다양성을 증가시켰다는 점에서, 기본소득의 필요성으로 언급되는 ‘위기의 노동’을 근본적으로 반박하는 주장도 있다.

이처럼 기본소득 역할과 효율성을 놓고 논쟁이 첨예하게 대립되는 저변에는 결국 재원 마련이라는 현실적 문제가 깔려 있다. 이재명 지사의 공약대로 실시하면 1년 동안 올해 국가 본예산(558조원)의 10%가 넘는 약 60조원의 예산이 들어간다. 게다가 나눠 주는 금액도 청년 월 10만∼16만원, 이외 국민 2만∼8만원 수준으로 최저생활 보장과는 거리가 먼 용돈 수준의 ‘푼돈’에 불과하다.

반면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25세 이상의 모든 성인에게 월 50만원의 기본소득을 지급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약 250조원의 예산이 필요하다. 이 금액은 올해 우리나라 사회복지 관련 총지출을 초과할 뿐만 아니라 정부 총지출의 절반에 육박하는 거액으로, 이를 증세로 충당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기본소득이 기대하는 효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충분성’의 원칙이 충족돼야 하는데, 현재의 한정된 재원으로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2016년 스위스가 기본소득 정책을 국민투표에 부쳤으나 부결됐고, 핀란드·스페인 등 일부 국가에서 기본소득 실험을 시행했으나 취업률이나 국민 만족도에서 효과를 얻지 못하고 실패로 끝났다. 현 시점에서 전 국민을 대상으로 본래 정의와 원칙에 맞는 기본소득제를 채택하는 국가는 없다. 이유는 ‘기본소득’이 경제원론에 나오는 ‘완전경쟁’과 마찬가지로 현실세계에서는 존재하지 않는 이상적이고 가상적인 개념이기 때문이다. 이 점을 무시하고 무리하게 정치권에서 남발하는 기본소득 공약들은 ‘가짜’ 아니면 ‘아류’로 국민을 볼모로 하는 전형적인 포퓰리즘 정책이다. 

강명헌  단국대 명예교수, 전 금융통화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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