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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특정기업에 대한 직업보건 설문·실태조사 결과에 대하여
주관적 응답, 불충분한 표본으로 기업의 노동환경 실태 파악 어려워 
김수근 전 성균관대 교수

최근 물류센터는 혁신기업의 등장으로 지속적인 발전을 이루고 있다. 물류센터는 불과 얼마 전까지 단순히 물건을 보관하는 창고였으나, 맞춤형 물류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하여 빅데이터, 인공지능, 자동화기술 등 4차산업혁명 기술을 적용하며 근본적으로 변화하고 있다. 주문한 상품이 물류센터를 거쳐 고객에게 배송되기까지 전 과정(상품 입고·분류·보관→제품 선별→포장→상품 출고·배송)이 일괄 공정으로 시스템화되어 있는 풀필먼트 서비스(Fullfillment Service)가 일반화되고 있다.

한편, 물류산업의 성장으로 고용도 빠르게 증가하면서 쾌적한 일터에서 안전하게 일하는 데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혁신기업의 초기단계에 새롭게 부각되는 위험요인에 대한 이해는 기업도, 사회도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특히 근로자 건강보호와 쾌적한 작업환경 조성을 위한 기업의 투자와 노력을 함께 살펴보지 않고, 편향된 조사 결과만으로 작업현장의 이슈만 부각시키려 든다면 상호간의 갈등과 대립만 양산할 뿐이다.

최근 쿠팡 물류센터에 대한 설문·실태조사 결과가 소개되었다. 쿠팡 물류센터 일일 근무자가 3만명을 넘는다는데, 그 중 356명을 대상으로 한 결과였다. 1000명에게 무작위로 설문하여 응답한 사람을 대상으로 하였다고 하나, 노조와 관련된 특정 채널 등을 통한 것으로 보여 대표성이 결여되어 일반화의 오류를 범할 수 있는 내용이었다. 특이한 것은 20대가 36%로 가장 많았고, 여성이 53%에 달하였다는 점이다. 일각에서 주장하는 것처럼 최악의 근무환경이라고 한다면 이른바 3D 작업과 같이 청년들의 기피 현상이 나타나야 할 터인데 그렇지 않았고, 과도한 노동 강도를 문제제기하고 있으나 반수에 달하는 다수의 여성 근로자들이 근무하고 있다는 것도 고개를 갸우뚱하게 한다. 평균 근무기간은 계약직 21개월 및 일용직 14개월이었다고 한다. 물류센터의 신속한 고용 결정과 급여 지급은 고용이 단절되었거나 단기간 일할 업무를 찾는 이들에게 유연하게 일을 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 짧지 않은 평균 근무기간과 여성 작업자의 비율 등은 물류센터 업무가 신체 건장한 누구나 할 수 있거나 할 만한 일이라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신뢰·타당성을 가지는 조사 결과라고 보기 어려워

쿠팡 물류센터에 대한 설문·실태조사 내용을 보면 노동강도와 근육통, 전신피로, 우울감과 불안감 등 건강 문제를 해당 설문항목에 대한 응답 비율로 제시하고 있는데, 관련 설문항목의 응답 비율 간에 일관성이 없고 조사방법이 다른 안전보건공단 조사 결과와 단순 비교하는 등 신뢰성과 타당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 안전보건공단 근로환경조사의 경우 전문 조사원이 수만 가구를 가정 방문하여 1:1 개별면접조사를 진행하는데, 이를 특정 채널 등을 통한 노조의 참여 독려에도 불구하고 전체 작업자의 약 1% 정도인 356명이 참여한 설문 응답 결과와 직접 비교하는 것은 편향된 해석의 위험이 크다. ‘12개월 동안 겪은 건강상 문제’를 물었다고 하는데, 증상의 정도나 지속기간, 빈도 등에 대한 분석 없이 단순히 지난 12개월 동안 해당 증상을 겪었던 적이 있었다는 것이 직업보건적으로 얼마나 의미를 가지는 지도 의문이다.

보다 구체적으로 보면, 노동강도의 경우 설문 응답자가 주관적으로 느끼는 ‘작업의 힘든 정도’를 물었는데, 8시간 동안 업무를 하는 대상자들에게, 수 분 이상 지속하기 어려운, ‘100미터 달리기를 하는 수준’이라는 응답항목은 적절하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항목을 선택한 응답자가 28.4%에 달하였다고 하니, 응답의 신뢰성에 의문이 가지 않을 수 없다. 다른 설문항목에서 35.3%가 ‘근무시간 대부분’, 12.4%가 ‘근로시간 내내’ 매우 빠른 속도로 일하고 있다고 응답하였다고 하는데, 이는 ‘작업의 힘든 정도’를 묻는 설문항목에 73%가 ‘빨리 걷는 수준’ 이상의 힘듦’(이중 28.4%는 ‘100미터 달리기를 하는 수준’, 7%는 ‘마라톤을 해서 체력이 고갈되는 정도’)이라고 응답한 것과 일관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 심박수로 볼 때 적정 근무시간은 4.5시간이라는 언급도 있는데, 심박수를 측정하였다는 8명이 물류센터 근로자들을 대표한다고 보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측정 당시 개인적인 신체 및 심리 상태에 따라 변동폭이 상당한 심박수를 바탕으로 곧바로 적정 근무시간을 언급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굳이 의미를 찾는다고 하더라도, 피로감을 느끼지 않고 일할 수 있는 근무시간이 4.5시간이라는 정도 이상의 의미를 부여하기는 어렵다.

쿠팡 물류센터에서 전문기관을 통해 조사한 결과와도 다르다. 쿠팡 주요 물류센터에 대한 조사에 의하면 ‘지난 1년 동안 작업과 관련해 통증이나 불편함을 느낀 적이 있는가’에 대한 질문에 ‘통증이나 불편함을 느낀 적이 없다’고 응답한 경우가 73.2%로 크게 차이가 있다. 쿠팡 주요 물류센터에 대한 전문기관의 업무강도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 중 49.4%, 68.2%가 ‘전혀 힘들지 않음’ 내지 ‘견딜만함’으로 응답하였고, 26.7%, 19.6%는 ‘약간 힘듦’으로 응답하였는데, 이 또한 공개한 노동강도 조사 결과와 차이가 크다. 356명의 응답자 중 34.3%가 우울감을, 36%는 불안감을 지난 12개월 동안 겪었던 적이 있었다고 하고 이들 중 70%는 ‘업무로 인해 발생한 문제’라고 응답했다고 하는데, 직무스트레스에 대한 근거 제시 없이 물류센터 근로자들의 정신건강에 문제가 있다고 보는 것은 타당하다고 보기 어렵다. 쿠팡 물류센터 근로자들을 대상으로 한 직무스트레스 평가 총점은 대부분 전국 평균 대비 하위 25% 내지 50%로 높지 않았다.

지나친 우려보다는 긍정적인 자극이 필요해

무엇보다도 제기하고 있는 내용들은 회사가 이미 안전보건관리체제를 구축하여 프로젝트별로 적극적인 조치를 진행 중인 것들이다. 이러한 언급들이 없다 보니 근로자의 건강증진을 위한 회사의 조치나 해결책에 대한 관심보다는 이슈화 자체를 위한 문제제기 그 이상으로 보기 어렵다.

새로운 산업시대를 맞이하여 모든 기업들은 혁신을 하지 않으면 생존이 불투명해지는 상황에 직면해 있다. 기업의 혁신과정에서 근로자의 건강과 작업환경에 대한 지식과 정보가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 노조와 직업보건전문가의 역할은 물류센터에 대한 지나친 우려보다는 긍정적인 자극을 줄 수 있는 내용이어야 할 것이다. 산업의 혁신을 통해서 새로운 물류산업의 확대와 소비 문화의 변화를 추구하고 있는 쿠팡은 직업보건 분야에서도 혁신적인 투자를 지속할 필요가 있다. 안전하고 쾌적한 작업장을 만들어가는 것 또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쿠팡이 안전보건경영관리에 더욱 박차를 가하여 근로자 건강관리의 모범 기업으로 발전해 나가기를 기대한다.

김수근 전 성균관대학교 교수(전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산업안전보건위원회 공익위원)

onlinenew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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