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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팀장시각]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

최근 담배업계에서 환호할 만한 사건이 발생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RJ레이놀즈 ‘뷰즈’의 액상형 담배 카트리지 판매를 승인한 것이다. ‘다른 나라 정부가 자국 제품의 판매 승인을 한 게 뭐 대수냐’고 생각할 순 있지만 승인 내용을 들여다보면 그간 당국의 서릿발 같던 규제에 어깨도 못 피던 국내 담배업계가 왜 함박웃음을 지었는지 알 수 있다.

미 FDA는 RJ레이놀즈의 제품 승인 과정에서 뷰즈의 독성이 일반 담배보다 적고, 심지어 흡연자들이 흡연량을 줄이거나 담배를 아예 끊게 하는 데 도움을 준다고 발표했다. 액상 전자담배가 금연보조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을 처음으로 인정한 것이다. 지난해 9월 미국내 모든 전자담배회사가 자료 제출을 완료한 상황에서 RJ레이놀즈에 이어 다른 업체의 승인 여부도 곧 줄줄이 발표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담배업계가 미 FDA 발표에 환호한 이유는 국내 보건 당국이 담배의 위해성과 관련한 정책 판단을 할 때 미 FDA의 조치를 주요 참고자료로 활용하기 때문이다.

보건 당국은 지난 2019년 미국 전자담배시장 1위 업체인 쥴(JUUL)이 국내에 진출했을 당시 미 FDA와 같은 이유로 액상 전자담배에 대한 사용 중단을 권고한 바 있다. 쥴의 액상에서 폐질환을 유발하는 비타민E아세테이트가 검출된 데다 청소년의 흡연을 쉽게 유도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덕분에 액상 전자담배는 물론 전체 전자담배시장이 위축되며 판매 비중이 10% 언저리까지 떨어졌다.

국내 담배업계는 2년 전에 ‘미 FDA발(發)’ 시련을 겪어온 만큼 미 FDA의 전향적 발표로 국내 보건 당국의 입장 변화를 기대하는 눈치다.

RJ레이놀즈의 뷰즈가 흡연량 감소 및 금연에 도움을 준다고 FDA가 발표했고, 필립모리스인터내셔널도 아이코스로 지난해 7월 FDA로부터 MRTP(Modified Risk Tobacco Product) 인가를 받은 만큼 향후 보건 당국의 정책 방향도 변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MRTP는 FDA가 공중보건 ‘보호’를 넘어 ‘증진’에 적합한 제품으로 판단했다는 인증이다.

하지만 보건 당국은 전자담배에 대한 달라진 분위기에도 요지부동이다. 지난 2019년 미 FDA의 유해성 발표에 즉각 반응했던 보건 당국은 반대의 결과가 나온 지금은 별다른 움직임이 없다. 심지어 지난 2019년 12월 액상형 전자담배 구성 성분에 대한 연구 발표하면서 차후에 공개하겠다고 했던 인체의 유해성에 대한 연구 결과는 아직도 발표하지 못했다.

보건 당국의 주요 정책적 목표는 국민의 건강 증진이다. 때문에 국민의 건강을 위한 당국의 금연 정책은 언제나 지지받아야 마땅하다. 하지만 전자담배가 흡연자들의 담배 사용량을 줄이고, 심지어 금연보조제의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새로운 연구 결과가 나왔다면, 당국은 관련 데이터 및 연구 결과를 즉시 확보하는 한편 이를 정책에 반영해야 한다. 과거에 시행했던 정책에 발목을 잡혀 미래의 국민 건강을 포기하는 것은 한 나라의 보건 당국으로서 직무유기다.

carrie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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