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중앙 환경선 파악 어려워
법규 없어 손해배상 불가능
거래소 “사전 예방이 최선”
[헤럴드경제=홍승희 기자]오징어게임 코인이 개발자가 일으킨 ‘사기극’이 드러나면서 밈(meme) 코인 관련 사고가 국내에서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국내 거래소에선 아직 유사한 사건이 벌어지지는 않았지만, 충분히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로서는 막을 방법도 마땅치 않고, 피해를 보상 받을 수 있는 길은 사실상 없는 상태다.
최근 미국에서는 가격이 23만% 이상 급등했다가 5분만에 0달러가 된 오징어게임 코인을 두고 개발자가 코인을 현금화해 가치를 떨어뜨리는 러그 풀(rug pull) 사기라는 의혹이 제기됐다. 개발자 측은 오징어게임 코인을 발급하며 코인으로 참가비를 내면 자신들이 주최하는 ‘오징어 게임’에 참여할 수 있다고 홍보했다. 극 중 등장하는 6개 게임을 온라인 게임 형식으로 진행해 우승자에겐 참가비의 대부분을 지급하겠다고도 했다.
해외 인플루언서 Simon Zawa가 오징어게임 코인이 급락하는 상황을 생중계 하고 있다.[유튜브 일부 캡쳐] |
국내에서도 유사한 사기가 벌어진 적이 있다. 도지코인을 표방해 한국의 진돗개를 마스코트로 내세운 ‘진도지코인’은 투자자를 모은 후 개발자가 전체 물량의 15% 규모를 한 번에 매도해 이익을 챙겼다. 개발자는 20~30억원을 챙겨 달아났지만 경찰·변호사도 피해자들이 손해배상을 받을 가능성이 거의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 투자자 보호 범위가 어디까지인지 명확하지 않은 데다가, 거래소가 보상해야 하는 법적 근거도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러그풀 사기는 탈중앙(Defi‧Decentralized Finance) 프로토콜에서 자주 일어난다. 탈중앙 거래는 거래소를 거치지 않아 매도·매수 주체를 파악하기 어렵다.
러그 풀 사기를 원천적으로 막을 방법은 아직 없다. 다만 주요 국내 가상자산거래소들은 대규모 매도를 막기 위해 잠금(lock) 기능을 활용하기도 한다. 문제가 될 수 있는 코인을 상장하지 않고, 상당된 코인들도 주기적으로 점검해 문제 징후가 발견되는 상장 폐지하는 접근을 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한 거래소 관계자는 “거래소는 코인 재단이 커뮤니티를 얼마나 잘 운영하고 있고, 국내 유저들과 얼마나 소통하고 있는 부분까지 검토한다”며 “개발자 팀이 투명하게 공개 된 경우에만 상장해 사기를 예방하고 있다”고 말했다.
890만명의 가장 많은 이용자를 보유한 업비트 측은 “거래 지원과 관련해선 모니터링을 진행중이고, 소명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며 “러그풀 사기가 거래소에서 일어난 적은 없기 때문에 가상의 시나리오를 전제로 한 피해자 보호 원칙은 언급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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