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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희라의 현장에서] 친환경, 필환경이라지만...갈길 먼 식품업계

요즘 식품업계의 최대 화두는 단연 친환경이다. 플라스틱 대신 다회용컵 사용 캠페인이 펼쳐지고, 포장을 줄인 친환경 배송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친환경을 넘어서 ‘필환경’이라는 말까지 생겨날 정도로 소비자들의 관심도 높다.

그런데 과연 진짜 친환경을 하는 것일까. 많은 사람이 공감할 수 있는 한 가지 예를 들어 보겠다. 기자는 최근 이사를 하면서 또 한번(?) 깜짝 놀랐다. 주방선반에 가득 들어 있는 텀블러 때문이다. 지난번 이사 때 버린다고 버렸는데 이번에도 10개가 넘는 텀블러가 들어 있었다. 텀블러는 일회용 컵 사용을 줄이려는 대표적인 친환경 제품이다. 그런데 이게 오히려 쓰레기가 되는 것이다.

실제로 식음료업계의 ‘기획상품(굿즈)’ 마케팅은 코로나19 확산으로 열풍이 더 거세졌다.

시음이나 대면 마케팅이 불가피해지면서, 이색적이거나 고가 브랜드와의 협업을 통한 굿즈 마케팅에 공을 들이면서다. 희귀템, 한정판을 내세워 화제를 불러일으켜 매출을 올리는 식이다.

소비자들도 제품의 필요 여부와 상관없이 일명 ‘예쁜 쓰레기’를 수집하는 데 열광하고 있다.

위드 코로나 시대에 접어들면서 식음료업계는 그동안 제한됐던 환경행보를 다시 시작하고 있다. 일회용컴 사용 제한을 확대하고, 포장줄이기에 가속도를 내는 것 등이다.

하지만 ‘그린워싱(green washing·위장 환경주의)’이 되지 않으려면 체계적이고 진정성 있는 친환경 사업을 도입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실용성을 높인 친환경 굿즈를 만들 게 아니라, 굿즈를 아예 줄이는 식이다. 말로만 친환경이 아니라 이를 대신할 수 있는 친환경 마케팅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식품 포장의 경우 라벨을 뗀 용기가 확산하고 있지만 전체 숫자를 따지면 ‘새발의 피’ 수준이다.

또 포장에 리사이클 표시가 있어도 실제 재활용이 불가한 포장이 다수다. 용기는 재활용 되지만 뚜껑 비닐은 되지 않는 식이다. 기껏 생분해되는 플라스틱 제품을 만들었지만 폐기물 처리 과정에서 무용지물이 된다든지, 플라스틱을 줄이는 대신 더 많은 자원을 투입한 대체재를 만들어내는 경우도 있다.

한 식품업계 관계자의 말을 빌리자면 식품업체들이 너도나도 친환경 포장에 매달리고 있지만, 보존이나 맛 등 품질적 요인 때문에 재활용이 되지 않는 용기가 여전히 많다고 한다.

코로나 시대 외부 활동에 제한을 받으면서 포장 쓰레기 대란이 일어났다. 중국 난징대학이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코로나19로 인해 생긴 플라스틱 쓰레기가 840만t에 이른다고 한다. 이 가운데 대부분은 먹거리에 관련된 것들이 많은 것으로 추측된다.

식음료업계의 친환경 행보는 정말로 칭찬받을 일이지만 매출 증대라는 본심을 감춘 친환경이 아닌 필환경에 입각한 진짜 친환경 마케팅에 집중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hanira@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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