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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민경의 현장에서] 문화재청 뒤늦은 엄포...입주예정자 한숨

세계문화유산인 김포 장릉의 경관을 해친다며 왕릉 앞 아파트 세 곳을 철거해 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에 대한 청와대 측의 답변이 나왔지만 논란은 좀처럼 사그라지지 않는다. 작금의 사태에 대한 책임을 피할 수 없는 문화재청이 마이크를 잡은 데다 당청의 과오는 쏙 뺀 채 건설사 책임만을 강조하면서다. 정작 아무런 잘못 없이 날벼락을 맞은 입주예정자 구제에 대해서는 한 마디도 없다는 점에서 ‘반쪽짜리’라는 지적 마저 제기된다.

김현모 문화재청장은 지난 17일 오후 공개된 국민청원 답변을 통해 지난 10월 건설사 세 곳(대방건설·금성백조·대광건영)이 제출한 개선대책은 내용이 미비해 채택하지 못했고 이에 문화재청은 문화재위원회 소위원회를 구성해 검토 중이라고 진행 상황을 알렸다. 그러면서 김 청장은 “문화유산의 올바른 보존과 관리를 담당하는 기관의 장으로서 이 같은 상황이 빚어지게 돼 안타까운 마음”이라며 “이와 별개로 문화재청은 현상 변경 허가를 받지 않은 사업자에 대해 문화재보호법 제42조 등에 따라 공사 중지 처분과 형사고발해 이와 관련된 소송과 수사가 진행 중”이라고 언급했다.

김 청장의 답변에서 아파트의 공사 재개를 쉽게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는 의지가 읽힌다. 김 청장은 그러면서 건설사에 형사책임을 계속해서 물을 것임도 재확인했다. 하지만 아파트 공사가 마무리 단계에 달할 때까지 상황 파악을 하지 못하다가 뒤늦게 사태를 키운 당청의 과오에 대해선 ‘안타깝다’는 말로 무마하는 데 그쳐 빈축을 산다.

특히 자칫 살 곳이 없어질 수도 있는 막막한 입주예정자들에 대한 구제책은 고사하고 한 마디 언급조차 없다는 점은 큰 아쉬움으로 남는다. 오직 청원자가 우려한 것처럼 세계유산 지정 취소를 막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만 말했다. 이를 바라보는 아파트 입주예정자들의 속은 타들어만 간다. 한 입주예정자는 온라인커뮤니티에서 “공식적인 정부 답변에서조차 당장 집이 없어질 수도 있는 사람들은 안중에도 없고 문화재 지정 취소되는 것에만 온 신경을 쓰고 있다”면서 “우리는 적법하게 청약해 입주만 기다리고 있었는데 나라에서 버림받은 기분이 든다”고 호소했다.

실제로 입주예정자들은 매일 불안감에 아파트 건설 현장을 교대로 찾아가고 있다. 현장에서 만난 아파트 공사 현장 관계자는 “입주자 대표들이 주기적으로 와서 현장 상황을 설명받고 간다”면서 “다들 초조한 기색이 역력해 저희로선 죄송할 따름”이라고 전했다.

그런데도 문화재청은 김포 장릉 사태와 같은 일이 재발하지 않을 것이라는 원론적인 답변만 거듭하고 있다. 김 청장은 “앞으로 역사문화환경 보존지역에서 유사한 일이 두 번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제도를 개선하겠다”고 말했다.

현시점에서 ‘회복될 수 없는 피해’를 입은 사람은 왕릉도, 문화재청도, 심지어 건설사도 아니다. 하루하루 밤잠을 못 이루고 있는 입주예정자에 대한 대책과 배려가 절실한 시점이다.

thin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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