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25일간 도수치료만 198회… 이대로면 10년간 실손 적자 112조원
지급보험금보다 낮은 보험료 인상률
2022~2031년 누적되면 112조 적자
업계 "매년 20%씩 올려야 적자 멈춰"
당국, 물가 뛰는데 국민 부담될까 주저

[헤럴드경제=김성훈 기자] #. A씨는 지난해 여름 인천의 한 요양병원에 25일간 입원하며 도수치료를 198회(일평균 8회) 받았다. 이 기간 도수치료로만 1200만원의 의료비가 나왔다. 이 환자가 2017~2020년 받은 도수치료는 무려 1117회, 보험사로부터 받은 의료비는 약 7000만원이었다.

일부 가입자의 과잉의료로 실손의료보험 적자가 날로 커지는 가운데, 현재 속도로 적자가 지속된다면 향후 10년간 실손보험 누적 적자가 100조원을 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보험사들은 실손보험료를 매년 20%씩 올려야 10년 뒤 간신히 적자 행진을 멈출 수 있다는 입장이지만, 정부는 국민 부담 때문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15일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실손보험 위험보험료는 2017년 6조2000억원에서 2020년 9조1000억원으로 연평균 13.4% 상승했다. 같은 기간 지급보험금은 7조5000억원에서 11조8000억원으로 16% 상승했다. 지급보험금에서 위험보험료를 뺀 금액이 적자 규모이며, 2017~2020년 누적 적자는 8조3000억원이다.

보험연구원은 위험보험료와 지급보험금 상승률 간 격차가 현 상태로 유지될 경우 향후 10년(2022~2031년) 간 적자는 112조3000억원(표 참고)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2020년 적자는 2조7000억원이지만 해마다 그 규모가 기하급수적으로 커져, 2027년에는 10조7000억원이 되고, 2031년에는 22조9000억원이 될 것이라는 계산이다.

특히 손해보험업계는 이같은 적자가 누적될 경우 2025년부터는 다른 사업을 통해 거둔 이익을 완전히 잠식해 당기순손실이 발생할 전망이다. 2022년에는 실손보험에서 3조3000억원 적자가 나더라도 다른 사업을 통해 2조2000억원 규모의 당기순이익을 올리지만, 2025년에는 실손보험 적자가 6조2000억원으로 불어 7000억원 당기순손실이 발생하고, 2031년에는 당기순손실 규모가 14조원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보험연구원은 “보험사 대량 파산이라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라며 "선의의 보험계약자에 대한 피해(중도해지로 인한 원금손실, 가입자의 선택권 축소 등)와 예금보험기금의 손실 등 커다란 사회적 비용까지도 발생시키게 된다”고 밝혔다.

실제 일본에서는 저금리로 인한 고이율 저축성보험의 손실로 인해 1997~2001년 5년간 7개 보험사가 잇달아 파산한 바 있다.

보험사들은 적자를 막기 위해 실손보험료를 매년 20%는 올려야 한다는 입장이다. 내년부터 보험료를 연평균 19.3%씩 올린다 가정해야 적자 규모 확대를 막을 수 있으며, 10년후인 2031년에는 위험보험료와 지급보험금이 같은 손익분기점에 도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손해보험사 최고경영자(CEO)들은 16일 있을 정은보 금융감독원장과의 간담회에서 보험료 인상 필요성을 적극적으로 전달할 것으로 관측된다.

당국 역시 실손보험 적자에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지만, ‘제2의 건강보험’이라 불릴 정도로 국민 대부분이 가입한 상품인만큼 급격한 보험료 인상이 국민 부담으로 이어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가뜩이나 물가가 급등하는 상황인데다, 내년 3월 대선을 앞두고 있는 점도 큰 폭의 인상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다.

paq@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