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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팀장시각] 위축된 주택시장, 정말 하락 직전일까

“서울 아파트값이 하락 진입 직전이다.”

지난 8일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집값 고점론’을 꺼낸 이후 집값이 곧 꺾일 것이라는 관측이 늘고 있다. 한 경제매체는 부동산전문가들의 의견을 모아 ‘지금 집값에 대해 10명 중 4명이 고점에 달했다’는 보도를 내놓기도 했다. 집값이 단기간 너무 올랐는데 7월 이후 대출 규제가 본격화하니 매수세가 위축될 수밖에 없다는 판단이다. 고점이라는 건 곧 떨어질 일만 남았다는 이야기다.

물론 여전히 집값 ‘상승’ 전망이 ‘하락’보다 압도적인 우세다. 내년 집값 전망을 검색하면 또 다른 매체는 ‘전문가 10명 중 9명이 내년 집값 상승’을 전망하고 있다고 나온다. 연말 각종 연구소에서 쏟아지는 주택시장 전망은 거의 대부분 ‘상승’쪽이다. 가장 최근 내년 시장 전망을 내놓은 주택산업연구원은 ‘내년 주택 매매 가격은 2.5%, 전세 가격은 3.5% 오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시장에 대한 판단은 어느 쪽에 초점을 맞추느냐에 따라 크게 갈릴 수밖에 없다. 거래가 많지 않다보니 급매물 매매 사례에 주목하면 집값이 곧 꺾일 것처럼 보인다. 반대로 강남에선 여전히 역대 최고가를 경신한 거래 사례도 속출한다. 수백 대 일의 경쟁률을 기록하는 분양시장이나 오피스텔, 빌라(다세대·연립주택) 등에 사람이 몰리는 걸 주목하면 집값은 곧 다시 급등할 것처럼 여겨진다.

통계도 애매한 게 많다. 예컨대 이달 둘째 주(13일 기준) 수도권 전세수급지수 조사 결과, 정부 공식 통계기관인 한국부동산원 기준으론 98.8을 기록해 2019년 11월 이후 2년1개월 만에 100 밑으로 떨어졌다. 그런데 같은 기간 KB국민은행 조사로는 129.6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지수는 100 밑으로 빠지면 전세 공급이 수요보다 많다는 의미다. 한쪽 조사에선 수도권에 전세가 남기 시작했는데 다른 쪽 조사는 전세가 한참 모자란 것처럼 나온다.

어느 쪽이 현실과 더 가까울까. 집값이 곧 빠질 것으로 믿는 사람들은 단기간 급등한 집값, 가계부채 문제, 세금 및 대출규제, 금리인상 등 하락 요인에 집중한다. 내년에도 집값이 오를 것으로 예상하는 사람들은 뚝 떨어지는 급감하는 입주량, 여전히 살아 있는 주택매수세, 토지보상 등 넘치는 유동성 등을 강조한다. 어떤 요인이 내년 집값에 더 결정적으로 작용할까.

분명한 건 새해를 앞둔 지금 상황은 문재인 정부에서 강력한 부동산대책을 발표한 이후 수없이 반복적으로 나타난 현상이라는 사실이다. 새해 전망에 늘 등장하는 ‘상저하고’라든지, ‘U자형 곡선’ 같은 논란 혹은 정부가 강력한 세금·대출규제를 발표한 직후 나타났던 ‘규제 강화→거래 감소→상승폭 축소’의 패턴 말이다. 이번에도 이전과 같이 ‘집값 반등’으로 이어질까, 아니면 이번엔 정말 정부 말처럼 ‘하락세’로 돌아설까.

상황이 달라지려면 과거와 다른 요인이 이번엔 뭐가 있는지 주목해야 한다. 더욱 심각해진 가계부채? 내년 이후 급감하는 주택 공급량? 대통령선거와 지방선거? 여전히 부글부글 끓고 있는 주택 수요? 어떤 요인을 더 크게 보느냐에 따라 판단은 달라질 것이다. 주택시장은 다시 똑같은 논란에 빠져 있다.

jumpcu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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