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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팀장시각]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

2011년 9월 15일, 갑자기 닥친 무더위가 전국적으로 사상 초유의 사태를 초래했다. 전기 수요가 급증해 전력거래소의 당시 전력피크 예상치를 훌쩍 넘겼다. 예비전력마저 안정유지 수준 아래에서 허덕이자 급기야 지역별 순환 단전에 들어갔다. 아무 예고 없이 닥친 정전사태에 전국이 대혼란에 빠지며 ‘블랙아웃’ 공포가 순식간에 번졌다.

10년 전 ‘9·15 대정전’ 사태 후 등장한 구원투수가 LNG(액화천연가스)다. 전력 공급능력을 신속하게 확충하기 위한 수단으로 LNG발전소의 중요성이 커졌다. 당시 원자력발전소는 건설에만 5년 이상이 걸리고 부지 선정부터 준공까지 10∼12년 정도의 시간이 필요한 것으로 분석됐다. 원전보다 발전설비 건설기간이 획기적으로 짧은 LNG가 당장의 해결책으로 부상했다. 또 태양광·풍력보다 계절이나 날씨 변수 영향을 상대적으로 덜 받는 점도 장점으로 꼽혔다.

하지만 최근 정부의 탄소중립 시나리오가 나오면서 LNG는 장기적으로 소멸의 대상이 되고 말았다. 탄소중립위원회는 2050년까지 탄소배출을 ‘넷제로(탄소배출량이 흡수량과 같거나 적어 순배출이 0인 상태)’로 만들고, 2030년까지 온실가스를 2018년 총배출량 대비 40% 줄인다고 밝혔다. 탄소중립위원회가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와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계획을 최종 의결하면서 LNG발전소는 2050년까지 모두 사라지거나 극소수(5%)만 남게 될 운명에 처하게 됐다.

당장 LNG발전에 공들인 기업들은 허탈감을 감추지 못했다. 9·15 대정전 당시 해결사로 띄워놓더니 탄소중립 목표 아래 졸지에 배척당하는 신세가 됐기 때문이다. 궁극적으로 탄소중립을 지향하는 것은 ‘명제’지만 여전히 LNG의 장점이 적지 않아 지속적으로 ‘보완재’ 역할을 할 수 있다는 목소리도 크다.

지속 가능한 ‘친환경’ 경제활동이 무엇인지 분류하는 ‘K-택소노미(Taxonomy)’에서도 LNG 관련 논란이 일고 있다. K-택소노미는 유럽연합(EU)의 ‘그린택소노미’ 등에서 착안한 한국형 녹색 분류 체계다. 친환경 경제활동으로 분류되면 그린본드 발행, 금리우대, 녹색채권투자 등의 금융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문제는 LNG발전을 녹색활동으로 분류하기 위한 온실가스 배출량 기준이 지나치게 많다는 점이다. 최신 기술을 적용한 최고 효율의 발전기로도 이 기준을 충족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토로도 나온다.

유연하고 신중한 K택소노미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따른다. 최근 대한상의 ESG포럼에서 발표자로 나선 임성택 법무법인 지평 대표변호사는 “EU에서는 LNG 등을 그린택소노미에 넣지 않았는데 한국이 이를 전환 부문으로서 K-택소노미에 포함시킨 것은 글로벌보다 앞서나간 조치로 보일 수 있다”며 “(LNG 등을) K-택소노미 밖에서 별도의 전환택소노미 등으로 관리하는 유연한 발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부의 밀어붙이기식 탄소제로 정책에 LNG업계의 비명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10년 전과는 180도 달라진 대우에 배신감마저 든다는 토로도 나온다. LNG업계에서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린 것이냐’ 식의 허탈감이 나올 수밖에 없는 것이다.

killpas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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