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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대교체·여풍 속 ‘부회장 파워’ 장착
올해 금융권 인사 키워드
CEO 60년대생 중후반 교체
여성 임원 적극 발탁도 늘어
부회장직 신설로 ‘리더십 경쟁’
은행장=차기회장 공식 ‘흔들’
일부에선 ‘임시방편 자리’ 지적

연말 주요 금융그룹 인사가 속속 모습을 드러내는 가운데, 세대교체와 여성임원 발탁으로 보수적인 금융권의 견고했던 인사 원칙이 유연해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또 빠른 의사결정을 위해 줄였던 부회장이 다시 늘어나고 있는 것도 관전 포인트다.

▶최연소 은행장, 최초 여성 CEO=가장 먼저 ‘세대교체 신호탄’을 쏘아올린 곳은 KB금융그룹이다. KB금융은 1966년생인 이재근 영업그룹 이사부행장을 신임 국민은행장에 낙점했다. 5대 시중은행장 가운데 최연소다. 이밖에도 카드, 생명 등 주요 계열사에 1960년대 중반을 포진시켜 세대교체의 포문을 열었다.

하나은행 또한 박성호 하나은행장 취임 이후 첫 임원인사를 단행하면서 1964~1975년생으로 임원진을 새로 꾸렸다. 조직 안정을 택했던 지주와 달리 박 행장과 나이가 많거나 많은 임원들이 줄줄이 퇴장하며 조직쇄신을 단행했다.

여성 임원들을 적극적으로 기용한 점도 눈에 띈다. 절대적인 숫자가 많지는 않지만 디지털, 환경사회지배구조(ESG) 등 주요 요직에 여성 인력들이 배치돼있다는 점이 기존과 다르다.

하나금융의 경우 여성 리더를 배치하기 위해 마련한 육성프로그램 ‘하나웨이브스(Waves)’를 활용한 대표적 사례다. 하나은행에서 승진한 고금란·박영미 신임 본부장은 모두 하나웨이브스 1기 수료자로 신규 여성임원에 이름을 올렸다.

신한금융 또한 최초의 여성 대표를 배출했다. 디지털·ICT 전문회사인 신한DS 대표로 내정된 조경선 신한은행 부행장이 그 주인공이다. 신한은행 공채 1기 출신으로 은행에서 디지털개인부문 겸 개인그룹을 이끌어오다 탁월한 디지털·마케팅 역량을 인정받아 대표 자리에 오르게 됐다. KB금융은 문혜숙 ESG전략부장을 본부장으로 임명했다.

▶부회장직 신설, 리더십 경쟁구도 vs 임시방편 자리=연말 인사를 통해 KB금융도 하나금융과 마찬가지로 3인 부회장 체제를 구축했다. KB금융은 최근 허인 KB국민은행장과 이동철 KB국민카드 사장을 부회장으로 승진시키며 기존 양종회 지주 부회장과 함께 부회장을 3명으로 늘렸다.

부회장직은 3인이 차지하고 있지만 4개의 비즈니스 그룹 체제로 개편하면서, 박정림 KB증권 대표도 자본시장부문 등의 총괄부문장으로 사실상 3인의 부회장과 비슷한 비중의 직무를 맡게 됐다. 앞서 하나금융도 김정태 회장의 4번째 임기가 끝나는 해인 2020년 3월 이진국 부회장과 이은형 부회장을 추가 선임해 부회장을 3명으로 늘렸다. 올해 3월에는 이진국 부회장이 물러난 빈 자리를 지성규 부회장이 메우면서 부회장 3명을 유지했다.

4대 금융그룹 가운데 두 곳에서 3인 부회장 체제를 구축하자, 신한금융과 우리금융도 부회장직을 신설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2016년 함영주 당시 하나은행장이 부회장을 겸직하기 시작했고, 허인 국민은행장이 임기만료를 앞두고 부회장으로 승진된 만큼 신한금융과 우리금융에서도 계열은행 은행장의 임기 만료를 앞두고 부회장직이 신설될 가능성이 점쳐진다.

은행, 카드 등 금융그룹 내 최대계열사 최고경영자(CEO)가 임기 만료를 앞두고 지주 회장으로 승진하는 추세에 대해 금융권에서는 다양한 해석이 나온다.

우선 차기 회장 후보군 사이에 경쟁 구도를 마련하려는 조치로 풀이된다. 이는 기존 은행장이 1순위 회장 후보라는 공식을 깨고, 회장 선임과정에서 능력검증 절차를 강화한다는 의미다. 복수의 부회장직 신설해 최종적인 리더십 시험대에 올린 셈이다.

금융업권별 상품과 서비스가 디지털 금융과 함께 융합되는 추세에서 계열사별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사업을 총괄할 무게감 있는 경영진이 필요한 상황도 지주 부회장직이 늘어난 배경으로 분석된다. 금융그룹의 해외 진출이 적극적으로 이뤄지면서 그룹의 글로벌사업을 전문적으로 총괄할 책임자가 필요하다는 점도 부회장직 신설에 힘을 싣는다.

한 시중은행 고위 관계자는 “최근 금융그룹의 부회장직 신설은 사업 다양화와 회장 승계 경쟁구도 형성 등을 고려한 측면이 있지만 은행장 등 주요 계열사 CEO의 다음 자리를 임시적으로 확보해주는 측면도 있다” 고 말했다. 이승환·서정은 기자

nic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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