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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특별기고] 한국은행을 압박하지 말자

지난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4월 목표 수준인 2%를 넘어섰고, 10·11월 연속 3%를 초과했다. 아파트 값 상승과 가계부채 증가 등으로 금융불균형도 심화되고 있다. 이에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8월 0.5%에서 0.75%로, 11월 다시 1.0%로 인상했고, 올해 1월 추가 인상 가능성도 시사했다.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과 관련해 불가피한 측면은 인정되나 속도조절이 필요하다며 한은을 압박하는 주장이 여기저기서 나온다. 경기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고, 대출총량 규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등 강도 높은 가계대출 규제가 이미 시행되는 상황에서 가계부담을 확대시킬 수 있다는 논리다. 이러한 논리가 틀렸다고 생각하지 않으나 논쟁 여지가 있어 보인다. 본고는 기준금리 인상 속도조절이 불필요하며 한은을 압박하지 말자는 주장을 하고자 한다.

중앙은행은 기준금리라는 하나의 무기로 물가·경기·금융 안정 등 다수의 적과 싸워야 한다. 문제는 모든 적이 한곳에 모여 있는 것이 아니라 각기 다른 방향에 포진하고 있어 동시에 물리칠 수 없다는 것이다. 우선순위를 두고 개별 적과 싸울 수밖에 없는데 우선순위는 중앙은행마다 다르고 통화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하기 위해 공개된다.

한국은행법 1조1항에 통화정책 최우선 목표는 물가를 안정시키는 것이고, 1조2항에 통화정책 시행 시 금융 안정에도 유의해야 한다고 규정돼 있듯 한은이 싸워야 하는 두 개의 적과 우선순위가 명문화돼 있다. 흥미로운 점은 경기라는 적이 빠져 있다는 것이다. 이는 미국 연방은행법과 크게 대비된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의 통화정책 목표는 지속가능한 최대의 생산 및 고용(경기)과 물가 안정이다.

연준은 우리나라보다 더한 물가 불안에도 고용이 코로나19 발생 이전 수준에 크게 미달해 있다는 이유로 기준금리를 인상하지 않고 있다. 물가 불안이 심상치 않으니 기준금리 인상시기를 앞당겨야 한다는 주장이 있는데, 연준의 통화정책 목표를 생각할 때 충분히 이해가 된다. 그러나 한은에 경기를 고려해서 기준금리 인상을 늦추라는 주장은 한은법에 명문화된 물가 안정보다 통화정책 목표에 포함되지 않은 경기를 우선 하라는 것과 다를 바 없다. 통화정책 일관성을 유지해야 하는 한은으로서는 난감할 수밖에 없으며, 한은에 대한 경우가 아니라 생각된다.

금융 안정을 위한 정책수단으로 미시건전성 규제(LTV, DTI 규제 등), 거시건전성 규제(부채총량 규제 등), 기준금리 등이 있다. 무기로 비유하자면 미시건전성 규제는 소총, 거시건전성 규제는 정밀도가 높고 살상 범위가 좁은 대포, 기준금리는 정밀도가 낮고 살상 범위가 넓은 미사일이라고 할 수 있다. 무고한 인명피해가 적은 소총과 대포만으로 적을 물리칠 수 있다면 가장 좋을 것이다. 그러나 현재 금융불균형은 부채 함정이 우려될 정도로 엄중한 상황이라 미사일 사용이 불가피해 보인다. 부채 함정이란 과도한 부채 부담으로 기준금리를 인상하기 어려워지는 경우를 의미한다. 기준금리 인상 시기를 늦출수록 부채 함정은 더욱 깊어질 것이다.

한은법에 명문화된 통화정책 목표는 물가 안정이 최우선이고, 다음이 금융 안정이다. 기준금리 결정에 대해 한은을 압박하지 말자.

윤성훈 보험연구원 선임연구위원

paq@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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