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위험한 ‘부동산공화국’ 서울 [부동산 플러스 - ‘일극집중’ 서울 집값]
서울 집값 압도적 상승세 ‘블랙홀’
인구 탈서울, 집값 가를 최대변수
‘서울화’ 빗장도시 균형회복 관건
서울-지방 서로 의존·활발한 이동
연착륙이어야 충격 최소화 가능
전영수 교수한양대 국제학대학원

일극집중(一極集中). 서울을 논하는 수식어 중 하나다. 블랙홀처럼 모든 걸 끌어당기는 이미지다. 갈수록 흡인력은 세진다. 사람부터 돈, 회사는 물론 생활을 떠받치는 각종편의까지 서울로 향한다.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에 등장하는 ‘가오나시’처럼 뭐든 먹어치우는 흡수공간이다. 왕성한 과식력과 압도적 밀집도는 점점 심해진다. 정부가 도농균형을 강조할 수록 서울집중이 심화되는 딜레마까지 목격된다.

자연스럽게 서울 집값은 지난해 역대급 상승세를 기록했다. 일각에선 ‘정책무용론’을 넘어 ‘청개구리론’마저 받아들인다. 집값은 정부 정책 방향과 반대로 움직인다는 것이다.

문제는 앞으로다. 비교우위의 승자공간이자 자원 집중의 최종지점으로 서울이 계속 존재할지 여부다. 예측은 쉽지 않다. 서울의 미래를 예측한다는 건 다양한 이들의 수많은 의사결정에 닿는 폭넓은 영역이기 때문이다. 시장은 집중하려는 구심력을 작용하고, 정부는 균형 발전을 위해 분산 정책으로 원심력을 작동시킨다. 구심력과 원심력이 팽팽하다.

중요한 건 어떤 결론이든 서울만의 행보란 점이다. 지금까지 독보적인 승승장구를 기록했듯 앞으로도 계속 신기록을 써나갈 것이다. 산이 높으면 골이 깊듯 방향선회도 마찬가지의 반작용과 후폭풍을 부를 것이다. 양쪽 다 역동적인 건 똑같다. 얄궂은 상황만큼 설왕설래는 많다. 당위적 확정편향부터 통계적 가설검증까지 다양하다. 비교잣대가 없어 불확실성은 더욱 커진다. 논쟁이 무의미하고 소모적이지 않으려면 몇몇 가치중립적인 소재 발굴로 미래진로를 타진하는 게 좋다.

서울공화국의 능력과 한계를 두루 살펴보는 취지다. 집값전망도 결국 도시경쟁력의 기초에서 결정되기 때문이다. 작용·반작용처럼 서울의 일극집중은 ‘심화추세’와 ‘견제장치’가 상존한다. ‘서울집중 대 지역소멸’이 진행될수록 시장과 정부간 눈치싸움은 뜨거워질 수밖에 없다.

▶서울번영론 ‘강해진 자력의 당연한 차별화’=집값을 결정하는 변수는 많다. 우선순위, 연관성 등이 여러 조건에 따라 그때그때 다를 뿐 사실상 사회요소가 전부 반영된다. 수급부터 심리까지 예측자체가 힘든 다층적인 개별 재료가 무수히 작용한다. 차라리 주식보다 더 복잡다난하다. 내집욕구·토지신화가 맞물린 가수요까지 적잖다.

그럼에도 결정적인 건 상대우위의 거주환경이다. 실수요건 투자 목적이건 서울의 탁월한 기반조건은 수요자를 끌어들인다. 일상생활에 필수인 양육·교육·취업·의료·문화 등에서 서울 파워는 다른 지역을 압도한다.

서울을 핵으로 둔 직주공간인 수도권이 12%의 면적에 52%의 인구가 모여사는 건 이 때문이다. 현대·산업·기술·도시화의 집결지로 핵심적인 ‘클러스터’다운 결과다. 그런데 과수요를 풀어줄 공급난은 점입가경이다. 마땅한 대체재가 없는 상황에서 집은 한정 자원일 수밖에 없다. 수요는 계속 늘어나는 데 용적율 제한, 녹지규제 등 다양한 방법으로 공급은 제한했다. 서울집값이 뛸 수밖에 없는 이유다.

앞으로는 어떻게 될까. 당분간 서울 파워는 지속될 확률이 높다. 비교조차 힘든 서울의 독보적인 도시 능력이 단번에 붕괴될 리는 없기 때문이다. 호구지책의 역내분업을 호령하는 공간답게 제반자원의 쏠림현상은 한층 심화될 수 있다. 균형정책의 실효성이 관건이나, 정해진 방향을 되돌리기엔 시간이 필요하다.

어느새 일극집중의 ‘서울화(Seoulization)’는 강력한 사회기제로 정착했다. 결국 ‘가치반영=가격폭등’의 극한치는 조정될지언정 최소한 덜 떨어지는 하방경직성은 확보했다는 평가가 나올 수밖에 없다.

최근엔 인재확보를 위해 지방기업마저 수도권으로 몰려오는 추세다. 서울화는 더욱 공고해지고 있다. 학군수요처럼 교육기반의 서울승리도 지속될 확률이 높다. 지방대학 미달사태를 뜻하는 벚꽃엔딩의 최후전선이 서울라인인 까닭이다. 버퍼존의 경기권보다 위기도래는 후순위란 뜻이다. 이로써 ‘교육→취업’의 서울독점은 공고해진다. 직주가 벌어져도 분리되지 않으면 서울은 건재할 수밖에 없다. 간혹 표준편차를 벗어난 몇몇 ‘약세’ 지역도 나타날 수 있지만 전반적인 승자공간이란 위상은 유자할 것이란 이야기다.

▶서울붕괴론 ‘위험한 폭탄돌리기의 최후수순’=기울어진 운동장은 결국 넘어진다. 서울입지가 계속해 승승장구하지 않을 것이란 반론도 있다. 당장 차별화로 설명된 서울집값의 정당성에 의문부호가 붙는다. 과도·급격한 기울기 탓이다.

값을 매겨준 가치가 훼손되면 하락반전은 자연스럽다. 최근처럼 금리인상·경기불황과 맞물린 유동성(구매력) 축소가 본격화되면 서울 집값은 빠질 수밖에 없다는 논지다. ‘패닉바잉’부터 줄면 달려 나간 개가 주인에게 되돌아오듯 균형감을 회복할 것이란 얘기다.

대전제는 터질 수밖에 없는 폭탄돌리기의 시한 종료가 얼마나 남았으냐다. 시점이 관건일뿐 냉정해진 시장은 면밀히 타이밍을 노린다. 자원독점의 서울형 비교우위가 영원히 계속될 리 없기 때문이다. 조짐은 적잖다. 수도권간 경제성과의 비중변화가 그렇다. GRDP(지역총생산)는 서울(423조원)에서 경기·인천(567조원)으로 역전됐다(2018년). 신도시까지 추가되며 수요분산을 추동한다. 폭탄을 피해 피난 갔거나, 서울진입이 힘들어진 지방수요가 외곽도시에 멈춰선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집값을 포함해 거주비를 못 따라가는 소득정체가 스태그플레이션(고물가·저성장)을 낳으며 서울 집중도를 낮춘다.

인구의 탈서울화는 집값을 엇가를 최대변수다. 폭탄일지언정 바통처럼 받아주면 폰지게임이 이어지겠지만, 인구감소는 수요자체를 떨어뜨린다. 세대전승처럼 물건을 되받아줄 신수요가 줄면 값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강남권 등 한정된 지역의 인기 주거시설을 둘러싸고 그들만의 ‘매매리그’는 계속될 지라도, 전반적 수요 감소는 결국은 주택시장 침체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기성세대·고령인구의 독점자원은 시간경과를 이길 수 없다. 더군다나 수도권 외곽까지 점차 개선되는 대중교통 여건은 탈서울의 직주이탈에 대한 부담을 줄여준다. 덕분에 인구는 경기(1380만명)가 광역지자체 중 압도적 1위다.

경기는 서울이탈과 지방전입이 맞물리며 도넛처럼 덩치·실력을 강화한다. 서울형 스태그플레이션이 몰아낸 후속세대의 정주공간답게 활력·기반도 상향된다. 빗장도시 서울의 이너서클이 바통을 받아줄 후속주자를 내쫓은 결과다.

자연증감·사회이동까지 고려해 통계를 작성한 감사원 인구전망을 보면 2017년에서 2067년까지 인구가 증가할 지역은 김포·하남·양평·광주·화성의 5개 지자체뿐이다. 서울 25개구가 동일기간 최대 60%까지 인구감소인 것과 대조된다. 참고로 서울인구는 2017년 977만명에서 2067년 629만명까지 줄어든다. 100년 후(262만명)면 현재의 4분의1로 쪼그라든다.

▶선제적 균형회복과 지속적 사회유지=가오나시는 과식한 걸 뱉어낸 후 건강해진다. 괴물이 돼버린 빗장도시도 균형회복이 관건이다. ‘서울→경기’로의 이탈추세는 빗장도시의 토대붕괴를 뜻한다.

서울을 위해서도 더 이상 범접 불가능한 수준으로 폭등하는 건 위험하다. 서울집값을 정한 고용독점(호재)과 인구감소(악재)의 상호충돌은 결국 조율점을 찾을 수밖에 없다. 서울과 지방간 서로를 떠받치며 서로 의존하며 사회이동이 활발해질 수 있는 수준으로 균형 잡힌 집값이 만들어져야 한다. 단 이런 상황이 바란다고 이뤄지진 않는다.

주가가 심리게임이듯 ‘패닉’· ‘영끌’과 ‘공포’· ‘투매’는 한끗 차이다. 합리적 기대가설이 실체적 완전경쟁이 되도록 냉정을 회복하고 정책을 개입해야 한다.

균형회복을 위한 집값 조정 방법은 연착륙일 때 충격을 최소화할 수 있다. 서울화는 재검토 시점에 섰다. 여러모로 봐 일극집중은 득보다 실이 많다. 바통이 끊기면 모든 게 무용지물이다. 자연스런 현상일지언정 지나치면 삐거덕댈 수밖에 없는 법이다. 사람(人)은 둘이 떠받칠 때 살아갈 수 있듯 사회도 수도·지방이 지지할 때 유지된다. 지속가능성을 떠올리면 균형회귀는 당연지사다. 도농간의 협력적 공진화를 위한 자원배분·역할부여의 재조정에 나설 때다.

jumpcut@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