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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자연의 현장에서] 사라지는 지점…AI, 은행원 대체할까

사라지는 은행 지점. 어제 오늘 이야기는 아니다. 시중은행들은 상반기에만 100곳 이상의 지점을 통폐합할 예정이다. 6일 기준 4대 시중은행이 통폐합을 예고한 지점 수는 130여곳인데 하반기까지 고려하면 올해는 지점 약 300곳 가까이가 문을 닫는 셈이다.

이같은 현상에 대해 고령 인구가 많은 지역에서는 거센 반발도 나타났다. 신한은행 월계동지점의 무인 점포 전환 및 장위동지점과 통폐합 소식에 주민이 거리로 나왔다. 기자회견을 열고 집단행동도 했다. 주민은 지점 디지털화와 통폐합이 금융업무에서 노인의 소외를 묵인하고, 은행에 부여된 사회적 책임을 망각한 조치라고 주장했다. 결국 신한은행은 지난달 말 해당 지점을 유인 출장소 형태로 바꾼다며 한 발 물러섰다.

신한은행의 시도는 주민 반발로 무산됐지만 은행 지점이 점차 사라지고 그나마 있는 은행 지점도 무인과 디지털이 채우고 있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은행들은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지점을 줄이는 데 속도를 내는 추세다. AI 은행원을 도입하고 챗봇 고도화작업에 착수하고 있다. 신한은행의 경우 올해 특수 지점에 AI 은행원을 200명가량 배치할 예정이다. 챗봇과 AI 은행원 같은 ‘대화형 AI’뿐만 아니라 전통적으로 은행이 AI를 활용해오던 신용평가, 자산운용 등 분야에서도 AI 역할이 점차 확대되고 있다. 딥러닝을 통해 AI기술 활용 범위가 넓어지고 동시에 고도화되는 추세인 것이다.

그러다 보니 관련 조직 규모가 커져 채용 역시 AI 기술을 극대화하는 분야 위주로 진행하고 있다. 국민은행은 최근 AI 자연어 처리 전문직무 채용을 시작했다. 신한은행도 지난해 AI 인력을 수시채용을 통해 뽑았다. 공채는 줄이거나 사라지는 상황이지만 이 같은 디지털인력은 수요가 상당하다. 은행들은 빅테크 수준으로 개발자 등 디지털인력풀을 확보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하지만 갈 길은 멀다. 기술 발전이 빠르다고는 하나 사라지는 지점을 챗봇이나 AI 은행원이 충분히 대체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현재도 예적금 가입과 해지, 번호표 확인, 신분증 확인 등 단순 업무는 가능하지만 조금이라도 깊게 들어가면 답답함을 느끼는 사용자가 대다수다. 챗봇 역시 질문들을 되풀이하다 은행원으로 상담을 연결하고는 한다. 한 시중은행 AI담당자는 “지금 수준에서는 AI가 사람을 대체하기는 어렵다고 보고, 부분적으로 지원하는 차원에서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면서 “AI기술이 사람 업무를 비슷하게라도 따라하기까지는 아직 긴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무턱대고 기술만 믿고 지점을 없애기는 어려운 환경이라는 것이다. 지난해 5대 은행에서만 262곳의 점포가 사라졌다. 아직 기술력이 올라오지 않은 상황에서 지점만 줄이면 소비자 피해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기술이 익숙하지 않은 고령 인구에거는 더욱 가혹한 처사다. 은행 지점 디지털 전환에 속도조절이 필요한 이유다. 우리가 직면한 환경을 고려해, 지금과 같은 속도와 방향으로 디지털화를 해도 무리가 없는지 다시 한 번 생각해볼 때다.

nature68@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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