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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팀장시각] 가계빚은 안되고 나랏빚 늘리려는 ‘빚의 역설’

정부가 6일 어려운 소상공인 및 중소기업에 40조원 규모의 신규 자금을 공급하기로 했다. 별도 투입예산인 이 자금은 ‘설 민생안정대책’에 포함됐다. 100조원 규모의 재정도 조기 집행해 경제활력을 일으킬 계획이다. 실제 지난달부터 다시 사회적 거리두기를 강화하면서 각종 모임과 외식·여행 등 소비는 크게 위축됐다. 연말특수를 기대했던 많은 이의 사정이 더 악화됐다. 전염병 대유행으로 힘들어진 이웃을 돕는 데 왜 나랏돈을 쓰냐고 손가락질할 국민은 없다. 문제는 돈이 나올 데가 없다는 데 있다.

100조원 규모의 조기 집행은 사실상 정치권의 추가경정예산(추경) 압박을 잠시 버티는 용도로 해석된다. 앞서 정치권에선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선심성 돈풀기 공약이 이어지며 재정 당국을 압박했다. 야당에서 100조원의 코로나19 손실보상 슈퍼추경 주장을 내자 여당도 목소리를 보탰다. 대선 전이냐 후냐를 두고 시점만 의견이 갈릴 뿐, 나랏돈을 더 쓰자는 데엔 의견이 같다.

그러나 여윳돈이 없다. 올해 예산은 이미 적자다. 소상공인을 위한 40조원의 별도 예산도 사실상 빚을 더 내 선심 쓰는 꼴이다. 지난달 3일 국회를 통과한 올해 본예산에 따르면 정부가 발행할 일반회계 적자 국채 규모는 73조7000억원이다. 이에 올해 국가채무도 1064조4000억원으로 처음 1000조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당장 새해 들어서자마자 40조원의 예산이 별도 편성됐으니, 적자 국채 발행 규모 100조원 초과는 확정됐다. 정치권에서 외치는 추경이 실현되면 연내 국가채무는 1100조원을 넘길 전망이다.

전 세계 정부가 코로나19로 경기를 살리려 풀던 돈을 회수하겠다고 나선 것과는 거꾸로 가고 있다.

국가 총지출이 확대되고 국채 발행이 늘어나면, 국채 값은 떨어진다. 가격 하락이 예상되면 외국인은 한국 시장에서 빠져나갈 수밖에 없다. 환율이 상승 압박을 받는 요인이다. 국채 가격 하락은 국채 금리 상승을 일으키므로, 시장 금리도 밀어올린다. 이 과정에서 물가가 오르고 경기가 침체되는 수순이 이어지는 것은 쉽게 내다볼 수 있다.

실제 한국은 해를 넘기자마자 ‘환율·물가·금리’가 모두 오름세를 보인다. 국채 금리는 장단기물 할 것 없이 오르고 있고,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과 추경 전망을 볼 때 앞으로도 금리는 상승 압박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전 세계적으로 나타나는 인플레이션도 금리 상승에 힘을 보탤 것이다.

원/달러 환율은 6일 장중 일명 ‘빅 피겨(큰 자릿수)’인 1200원을 넘어섰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오는 3월에 금리 인상에 나설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달러 가치는 원화 대비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정부는 사상 최대로 불어난 가계부채에는 꾸준히 강력한 경고에 나서고 있다. 갚을 능력이 있는 고신용·고소득자도 ‘실수요자가 아닐 수 있다’는 자의적 판단으로 신용대출을 막고 있고, 올해부턴 ‘갚을 수 있는만큼 빌리라’며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도 적용하고 있다. 그러나 국가채무엔 그저 너그럽다. 선심성 ‘돈 풀기’에 나서기엔 이미 마이너스 규모가 크다. 가계대출 총량을 규제하는 것처럼, 국가채무도 총량 규제가 필요하다.

yjsu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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