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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선 앞두고 주판알 튀기는 공무원들 [세종에서]

새해 세종 관가에서도 저녁 술자리 최고 안줏거리는 역시 ‘대선’이다.

대선이 정책 검증보단 상대 후보에 대한 의혹 제기와 실언 등으로 얼룩지고 있지만, ‘절친 4명’이 모인 술자리에서 이를 걱정하는 사람은 보지 못했다. 누군가 그랬던가. ‘정치인은 국민들의 안줏거리가 되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아야 한다’고. 여당 후보 아들이 인터넷 도박을 했다더라, 야당 후보 아내는 허위 이력서를 낸 곳이 한 두 군데가 아니더라 할 땐 중앙정부 공무원들도 잠시 격무를 내려놓는다.

깔깔거리던 공무원들이 웃음을 ‘뚝’ 멈추는 순간이 있다. 차기 정부의 정부조직 개편이 새로운 메뉴로 등장할 때다. 지금까진 ‘남의 일’이었지만 이제부턴 ‘내 일’이기 때문일까. 고용노동부 산하 근로감독청 신설부터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의 부총리급 격상 가능성까지 다양하지만, ‘뜨거운 감자’는 역시 “이 나라가 기재부의 나라냐”고 울분을 토했다던 기획재정부다. 여당 후보가 당선되면, 후보 스스로 말한 것처럼 “옛날(재정경제부-기획예산처)처럼 분리”되는 게 기정사실이라는 말이 들린다.

하지만 정작 기재부 공무원들의 표정을 보면 싫은 기색이 아니다. 오히려 애써 미소를 숨기는 모양새다. 분리가 된다면, 고질적인 인사적체를 단숨에 해소할 수 있어서다.

예산과 정책을 쥐고 흔드는 기재부에 대해 타부처 공무원들은 “다 같은 공무원이 아니냐”라고 하지만, 정작 기재부 공무원 중엔 동기모임을 꺼리는 이들이 적잖다. 기재부 한 과장은 “행시 동기모임에 갔더니 김 국장, 이 국장이 많아 가기 싫어졌다”고 말하기도 했다. 농담이 아니다. 굳이 사례를 찾자면, 차관급인 국세청장은 행시 36회인 반면 기재부 예산·세제실장은 청장보다 선배인 34회, 35회다.

잔을 내려놓으며 한 숨을 쉬는 이들은 또 있다. ‘누가 대통령이 되느냐’에 따라 ‘영혼’을 탈바꿈해야 하는 업무를 맡고 있는 공무원들이다. ‘원전’ 같은 이슈가 가장 좋은 사례다. 박근혜 정부까지만 해도 원전은 ‘친환경 고효율’ 에너지였지만, 문재인 대통령이 당선되면서 원전은 점진적으로 없애야 할 대상이 됐다. 관련 업무를 맡은 공무원은 원전에 대한 입장을 하루 아침에 180도 바꿨다. 어떤 이는 “우리가 아무리 영혼이 없다지만, 하루 아침에 정 반대의 논리를 이야기하려다 보니 낯 뜨거운 건 사실”이라며 “신속한 인사가 최소한의 배려”라고 말했다.

‘큰 그림’은 대통령이 그리지만, 그림을 완성하기 위해 벽돌을 쌓는 건 공무원의 몫이다. 63일 후 어떤 후보가 국민의 선택을 받겠지만, 공무원들은 벽돌이 얼마나 남았는지 셈하고 걱정하는 그 마음을 헤아릴 줄 아는 이를 원하고 있다. 공무원인 나를 위해.

김용훈 기자

fact0514@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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