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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남산四色] FIFA의 홍익인간 정신

‘황금알을 낳는 거위’에 대한 이솝 우화는 모르는 사람이 없을 만큼 잘 알려진 이야기다. 매일 한 개씩의 황금알을 낳아주는 거위를 갖고도, 더 많은 황금에 눈이 멀어 거위의 배를 갈랐다가 모든 것을 잃어버리는 농부의 이야기는 ‘탐욕이 초래한 비극적인 결말’의 예시로 너무나 적절해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흔히 인용된다. 올림픽, 월드컵축구 등 세계 3대 스포츠 행사니, 4대 스포츠 행사니 하는 굵직한 스포츠이벤트는 오랜 세월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불렸다. 개최하는 국가에는 세계적인 주목을 받으면서 국민을 열광케하는 행사이자 국가경제를 한 단계 성장시키는 모멘텀이 되기도 했다. 물론 엄청난 중계권료와 입장 수익, 스폰서료 등을 받아가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 국제축구연맹(FIFA)이 황금알 거위의 주인이지만….

하지만 이런 거대 스포츠행사의 가치와 개최권에 대한 관심은 수십년 전에 비해 현저하게 하락한 상태다. 대회 개최로 소기의 목적을 달성한 국가도 많지만 빚더미에 올라앉거나 국민의 외면으로 흥행이나 수익 면에서 기대에 못 미치는 대회도 늘어났다.

현재 대륙별로 치열한 최종예선이 진행되고 있는 월드컵도 올해 카타르대회가 끝난 뒤 이어질 ‘2026 북중미 대회’부터 무려 48개국이 출전하게 된다. 지난 1998년에 현재의 32개국으로 출전국이 늘어난 지 28년 만에 또다시 50%나 출전국이 증가한 것이다. 48개국 안을 밀어붙인 FIFA의 대의명분은 ‘약소국에도 출전 기회를 주고, 축구시장의 파이를 키우겠다’는 것이다. 32개국일 때는 본선 티켓 따기가 불가능에 가까웠던 변방국가들로서는 꿈의 무대를 밟을 수 있는 가능성이 커지는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결국 FIFA가 원하는 건 ‘더 많은 수익’이라는 본질이 변하지는 않을 것이다. 본선 경기가 64경기에서 80경기로 늘어나게 되면 결국 중계권료와 입장 수익도 늘어나는 건 당연지사다.

그러나 월드컵이라는 대회가 그동안 쌓아온 가치와 권위는 반대로 하락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어렵게 본선에 오른 팀들이 축구강국에 참패하는 경우도 늘어날 것이 자명하다.

아시아의 경우 현재 본선 진출권이 4.5장이지만 2026년에는 8장까지 늘어나게 된다. 중국 베트남 및 중동 국가 일부도 충분히 본선행을 노려볼 만하다.

긍정적인 부분이 있는 것은 맞지만 수익을 위해 놓치는 부분에 대한 고민이 더 있었어야 하지 않았나. 그러나 FIFA는 심지어 월드컵을 2년마다 개최하는 안도 검토 중이라고 하니, 이제 월드컵 출전이 가문의 영광이던 시절은 저물어가는 게 아닌가 싶다.

지금 낳아주고 있는 황금알도 충분해 보이는데 FIFA는 성에 차지 않는 모양이다. 언제 월드컵의 배를 갈라도 이상하지는 않은 상황이다.

FIFA로서는 유로대회의 성공 사례를 염두에 두고 있을 듯하다. 출전국들의 수준이 엇비슷해 월드컵보다 더 재미있다는 유로대회는 유럽축구연맹(UEFA)이 ‘유로2016’ 당시 출전국을 16개국에서 24개국으로 늘렸다. 이로 인해 월드컵 예선 수준의 대진도 나오는 등 하향평준화 논란이 불거졌다. 일부 변방팀이 파란을 일으키기도 했지만 출전국 확대가 환영받지 못했던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출전국 확대는 수익 증대를 불러와 UEFA의 지갑은 두툼해졌다.

FIFA가 꿈꾸는 ‘월드컵’과 축구팬들이 기억하는 ‘월드컵’의 간극은 점점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withyj2@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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