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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LG엔솔 청약흥행에 증권사 돈벼락…투자자는 기회 줄어
역대최대 주관사 수수료에
증거금 보관 이자도 짭짤
주가 띄우기 리포트 쏟아져
신규계좌 늘어 고객 확보는 덤

[헤럴드경제=김우영 기자] LG에너지솔루션의 역대급 기업공개(IPO) 공모청약 첫날에만 237만명이 몰리면서 예상보다 더 뜨거운 흥행 열풍이 불고 있다. 거액의 수수료 수익을 확보한 증권사들은 몰려드는 개인투자자들 앞에서 표정관리를 하고 있다. 하지만 한 주라도 더 확보하기 위해 궂은 날씨에 증권사 지점을 찾아다니는 수고를 감수하고 있는 개인투자자들은 치솟는 경쟁률이 야속할 따름이다. 흥행을 할 수록 증권사는 돈을 더 벌고, 투자자들의 수익기회는 더 낮아지는 구조다.

19일 LG에너지솔루션 대표주관사인 KB증권에 따르면 전날 7개 증권사의 평균 경쟁률은 20.48대 1을 기록했다. 모인 청약증거금은 32조6467억원에 달한다. 이는 앞서 청약 첫날 SKIET가 기록한 증거금 최고액 22조1594억원을 가뿐히 뛰어넘는 규모다.

평소 개인투자자들을 상대로 리테일 영업을 활발히 해온 미래에셋증권이 95.87대 1로 가장 높았으며 이어 하나금융투자(28.59대 1), KB증권(25.24대 1) 등의 순이었다.

청약 마지막날인 이날까지 청약열기가 이어지면 청약 경쟁률은 더 치솟을 것이 뻔하다. 이대로라면 최종 청약 증거금이 100조원을 훌쩍 넘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균등과 비례로 각각 절반씩 배정하는 상황에서 청약 경쟁률이 치솟으면 개개인에 돌아가는 몫이 줄어들게 돼 막판까지 증권사 선택을 위한 치열한 눈치싸움이 예상된다. 전날 경쟁률 기준으로 예상 균등수량은 하이투자증권(4.44주)이 가장 많다. 이어 대신증권(4.16주), 신영증권(3.96주), 신한금융투자(2.97주), 하나금융투자(2.19주), KB증권(1.87주) 순이다.

기존 증권사 청약을 취소하고 유리한 증권사로 갈아타는 것도 가능하기 때문에 마지막까지 선택의 고민을 하지 않을 수 없다. 다만 대신증권과 신영증권, 하이투자증권은 당일 계좌개설 시 청약에 참여할 수 없어 증권사 이동 시 주의해야 한다.

증권사들은 함박웃음을 짓고 있다. 수수료율은 0.7%로 다른 IPO와 다르지 않지만 워낙 공모규모가 큰 탓에 수수료 수익이 어마어마하다.

대표주관사인 KB증권은 이번 IPO로 196억3500만원의 수수료를 받는다. 지난 한 해 IPO 관련 수수료(약 700억원)의 30% 가량을 한번에 거둬들이는 것이다. 공동주관사인 대신증권, 신한금융투자 등은 98억1750만원씩을 챙길 예정이다. 여기에 기여도와 흥행 실적 등에 따라 총 공모금액의 0.3%를 성과수수료로 추가로 받을 수도 있다.

보이지 않는 기대효과도 있다. 각 증권사마다 수십만명의 개인투자자를 지속적인 고객으로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KB증권의 경우 공모주 청약 고객이 자사 중개형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에 가입하면 연 5.0%(세전) 특판 RP(91일물) 매수 기회를 주는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 이 외에도 청약 고객에게 청약우대 혜택, 수수료율 할인 등을 내세워 자금유치에 공을 들이고 있다.

한 중소형 증권사 관계자는 "IPO에 참여했다는 것만으로 상당한 홍보효과가 있다"며 "잠재고객을 확보했다는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균등 배정 방식 도입 이후 청약 증거금이 공모주만을 노리고 들어온 일회성 자금 성격이 짙어져 증권사마다 기대치는 낮추는 상황이다. 과거엔 청약 우대 조건을 충족하기 위해 미리미리 거래실적을 쌓고 돈도 쌓아두곤 했지만 균등 배정 방식이 도입되면서 그럴 필요가 사라진 것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균등 배정 도입 이후 혼자서 가족 구성원들의 계좌를 한꺼번에 트는 경우가 많다"며 "이런 공모주 수요는 다른 리테일 상품으로 흡수하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실제 역대급 IPO가 이어진 지난해 유가증권시장의 분기별 하루 평균 주식 거래대금을 보면 1분기 20조원에 달했지만 꾸준히 낮아져 4분기 11조원 수준까지 떨어져 IPO흥행이 증시 전체의 거래 활성화에 직접 기여하지는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

청약 증거금에서 발생하는 수익도 짭짤하다. 증권사들은 청약 증거금을 한국증권금융에 예치하고 이자를 받는다. 예치 이자율은 연 0.1%에 불과하지만 증거금 절대 규모가 커지면 억대 수익이 가능하다. 지난해 63조600억원의 청약 증거금이 몰렸던 SK바이오사이언스 IPO의 경우 주관사 6곳은 이틀만에 3억5000만원을 벌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개인투자자들은 청약은 이틀에 나눠하지만 출금은 바로 하려 한다"며 "증권금융으로부터 증거금을 돌려받지 못했더라도 일단 자체 자금을 끌어와 출금 조치를 하다보면 그 비용이 더 클 수 있다"고 해명했다.

kw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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