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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구조조정 하랬더니 하위직 늘린 금감원… 공공기관 피할까
2023년 상위직 35% 목표
상위직 줄이는 대신 하위직 늘려
구조조정 외면 조직 키운 모양새
상-하위 직급간 세대갈등도 심각
기재부 내주 공공기관 지정 논의

금융감독원이 2023년까지 상위직급 인력을 정원의 35%로 축소하는 구조조정을 이행하고 있는 가운데, 실제로는 상위직급을 줄이기보다 하위직급을 늘리는 방식으로 목표에 다가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획재정부는 내주 공공기관 운영위원회(공운위)를 열어 금감원을 공공기관으로 지정할 지를 논의할 전망이지만, 대선 정국과 맞물려 있어 지정 가능성은 낮다는 관측이다.

19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감원은 올해 직원 정원을 지난해(2026명)보다 80명(3.9%) 늘어난 2106명으로 정했다. 1~3급 상위직급은 지난해(822명)보다 20명 줄어든 802명으로, 4급 이하 하위직은 지난해(1204명)보다 100명 늘어난 1304명이다. 정원 대비 상위직급 비율은 38%다.

금감원은 2019~2020년 기획재정부로부터 공공기관으로 지정되는 것을 유보받는 대신 구조조정을 하라는 주문을 받았다. 2019년에는 ▷5년 내 상위직급을 42%에서 35%로 감축 ▷채용 비리 근절대책 마련 ▷공공기관 수준의 경영공시 ▷외부위원 참여 등 엄격한 경영평가 ▷비효율적 조직운영 개선 등을 임무로 받았다. 2020년에는 ▷해외 사무소 폐쇄 ▷기관평가 계량지표 비중 확대 ▷고객만족도 조사 매년 실시 등의 조건이었다. 상위직급 구조조정은 그 중 가장 핵심이 되는 사안이며, 5년간 매년 20~21명을 줄여 101명을 감축해야 한다.

이에 따라 금감원은 상위직급을 2019년 863명에서 842→822→802명으로 해마다 줄여, 3년간 7% 감소했다.문제는 하위직급을 당초 계획보다 빠르게 늘려왔다는 것이다. 2019년 1098명에서 1139→1204→1304명으로 3년새 19%가 늘었다. ‘상위직급 비율 감축’이라는 목표가 하위직을 늘리는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이는 2019년 공운위에서 제시한 조건과는 어긋난다. 당시 회의록을 보면, 한 위원이 “금감원 정원은 향후 5년간 1.2%씩 증가하는 것으로 계획을 세웠다”고 했고, 다른 위원은 “신규 소요가 있어도 인정하지 않겠다”고 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이에 대해 “금융소비자보호처 확대, 사모펀드 감독 강화 등 감독 수요가 늘어나 정원이 늘어난 것”이라며 “금융위원회의 검토와 재가를 거쳐 추진된 일”이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당초 설정된 목표가 무리했다는 지적도 있다. 금감원은 4급 이상부터 퇴직 시 취업 제한에 걸려 퇴직하는 사람이 적고, 회망퇴직제도도 없기 때문에 상위직급 수가 줄어들기 어려운 상황인데, 상위직급 비율을 다른 공공기관에 맞춰 줄이려다보니 하위직을 늘리는 식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하위직을 늘리는 과정에서는 전체 인력을 증원하는 것만이 아니라, 하위직의 승진을 막는 일도 동반됐다.

한 관계자는 “금감원은 2017년 채용 비리 사건으로 공공기관 지정 및 구조조정 논의가 본격화됐는데, 상위직이 퇴직하지 않으니 정작 그 뒷감당은 하위직의 승진을 막는 식으로 이뤄지고 있다”며 “상하위직간 세대 갈등이 심각한 상황”이라 말했다.

기재부는 내주 공운위를 열어 금감원의 구조조정 이행 현황을 점검하고 공공기관 지정 여부를 논의할 계획이다. 유력 대선 후보들이 금융감독체계 개편을 공약으로 내걸고 있어 이번 회의에서도 지정이 유보될 것이라는 관측이 높다. 김성훈 기자

paq@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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