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영상] 울고싶은 전통시장…“설은 무슨? 차례음식 올핸 더 안 사가요”
■내용 요약
손님들이 적지는 않은 것 같은데
비싼 물가에 제수용품 만지작만
“미국산 갈비 40% 올라” 한숨들
오미크론 탓 민족대이동도 줄자
차례상 생략하는 분위기도 한몫
상인들 “올핸 특히 장사 망쳤다”

지난 24일 오후 2시께 찾은 서울 마포구 월드컵 시장이 손님들로 북적이고 있다. [신주희 기자]

[헤럴드경제=신주희 기자] “물가 오른다고 해서 설 전에 미리 시장에 들렀는데. 지금도 물가가 너무 올라 있네요.”

지난 24일 오후 명절 차례상을 준비하기 위해 서울 마포구 월드컵시장을 찾은 주부 박영애(71) 씨는 장바구니수레를 끌며 이같이 말했다. 박씨는 “과일, 채소, 고기도 20% 오른 것 같다”며 “채소 가격이 그대로인가 해서 집어들면 그램 수가 줄었더라”고 한숨을 쉬었다.

이날 전통시장은 평일임에도 방문시민으로 북적였다. 겉보기에는 사람이 많아 시장이 활기를 찾은 것 같아 보였지만 상인들과 소비자들의 속사정은 그렇지 못했다. 설 대목 물가가 치솟으면서 소비자들은 지갑을 닫았고 상인들은 “팔아도 남는 것이 없다”고 입을 모았다.

아이를 안고 장을 보던 김모(36) 씨는 “마트보다는 (전통시장이) 싸다고 해서 왔는데 과일이나 고기가 워낙 비싸 채소만 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딸기 한 팩에 1만5000원이 넘고 귤이나 다른 과일도 담다 보면 3만원이 훌쩍 넘는다”며 “설 대목이라 시장에 사람들만 많은 것 같다”고 덧붙였다.

▶▶▶서울 마포구 월드컵시장. 설을 앞두고 전통시장을 둘러봤습니다. 손님들은 적지 않은 것 같은데, 상인들은 한목소리로 “장사가 안 된다”고 한숨을 쉬었습니다. 왜 그럴까요?

실제로 이날 전통시장에서는 24알이 들어 있는 딸기 한 팩에 1만1000원에 판매되거나 한 바구니에 1만7000원에 팔리고 있었다. 천혜향, 한라봉 등 선물용 과일 역시 3개에 1만원에 팔리며 비싼 가격을 자랑(?)했다.

한 제수용품 상점에서 황태포를 사려던 70대 주부 A 씨는 “하나에 5500원씩이나 하냐”고 연신 가게 주인에게 반문하며 더 작은 상품을 들었다 놓으며 물건을 사갔다. A씨는 “식구들도 안 온다고 해서 차례상을 간단하게 차리려고 해도 (장을 보면)10만원이 훌쩍 넘는다”고 말했다.

상인들도 지난해 물가가 더 올라 지난 설 명절 대목보다 (장사 이익이) 못하다며 한숨을 쉬었다. 올해면 종식될 줄 알았던 코로나19가 오미크론으로 재유행하자 설 명절 가족 모임이 어려워지면서 떡국, 고기, 제수용품을 사가는 이들의 발걸음이 끊겼다.

채소가게, 정육점도 다 안 돼요

망원시장에서 견과류 유통가게를 운영하는 신모(60) 씨는 “원래 같으면 설 2주 전부터 바빠져서 지난 주말 피크를 찍었어야 했는데 차례상을 안 차리니 대목이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단골손님들만 찾으니 깎은 밤은 많이 가져다 놓지도 않았다”고 했다. 신씨는 “맞은 편 채소 가게, 정육점도 다 안 된다고 하더라”며 “일단 청과물 가게, 정육점부터 잘 돼야 우리도 다 같이 장사가 잘 된다”라고 난감해했다.

과일 가게를 운영하는 A씨는 “날이 풀려서 시장에 사람은 많아 보여도 (장사는) 작년이랑 똑같이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많이 팔아도 과일은 10만원 떼오면 (마진이) 1만원밖에 안 남는다”고 덧붙였다.

백화점 비싼 것은 잘 팔린다는데…

정육점을 운영하는 윤정섭(52) 씨도 “작년보다 지금이 오히려 더 힘들다”며 “지난해에는 물가라도 이렇게까지 오르진 않았는데 지금은 미국산 수입 갈비는 원가가 40%나 뛰었다”고 하소연했다. 실제로 미국에서 코로나19와 오미크론 바이러스의 확산으로 소도축 공장의 정상 가동이 어려워졌고 근로자 부족 현상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윤씨는 백화점과 재래시장 상황을 비교하며 야속한 마음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는 “주말 가족이 백화점에 가서 보니 선물세트가 동이 났다더라”면서 “사람들이 보상심리로 비싼 물건은 잘 사지만 몇 천원 하는 식품에는 돈을 더욱 아끼려고 하는 것 같다”고 했다.

평소 명절 대목 같으면 떡국 떡을 사가려는 손님들로 줄을 잇는 떡집은 한산했다. 떡집 가게 주인 염모 씨는 “대목 장사가 잘 된다고 할 수 없다”며 “떡국 떡이 많이 나가야 하는데 가족들이 모이지 않다 보니 떡국 떡도 잘 안 팔린다”고 했다. 그러면서 “경기가 안 좋으면 먹는 것, 입는 것부터 줄이다 보니 손님들이 지갑을 닫는 것 같다”고 했다.

[영상=시너지 영상팀]

joohee@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