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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설 대목은 무슨?…올해는 차례상 음식 더 안사가요”
재래시장 가보니, 상인들 울상
손님은 북적이는데 비싼물가에 지갑 안열어
미국산 갈비 40%↑…딸기 한팩 1만1000원
확진자 급증에 차례상 생략 분위기도 한몫
상인 “작년보다 더 힘들어…올 장사는 망쳤다”
지난 24일 오후 2시께 찾은 서울 마포구 월드컵 시장에서 한 상인이 과일 앞에서 손님들을 기다리고 있다. 이날 시장에는 손님들이 적지는 않았지만, 높은 물가 때문에 차례상 음식을 사는데는 쉽게 지갑을 열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시너지영상팀]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설 연휴 고향길이 멀어지면서 백화점 선물세트가 역대급 특수를 누리고 있다. 특히 청탁금지법상 명절에 선물할 수 있는 농·축·수산물 가액이 상향 조정되면서 선물세트 매출이 역대 최고치를 기록 중이다. 사진은 서울시내 백화점내 명절 선물코너 모습. [연합]

“물가 오른다고 해서 설 전에 미리 시장에 들렀는데…. 지금도 물가가 너무 올라있네요”.

지난 24일 오후 명절 차례상을 준비하기 위해 서울 마포구 월드컵 시장을 찾은 주부 박영애(71) 씨는 장바구니 수레를 끌며 이같이 말했다. 박 씨는 “과일, 채소, 고기도 20% 오른 것 같다”며 “채소 가격이 그대로인가 해서 집어 들면 그램수가 줄었더라”고 한숨을 쉬었다.

이날 전통시장은 평일임에도 불구하고 시장을 방문한 시민들로 북적였다. 겉보기에는 많은 사람들로 인해 시장이 활기를 찾은 것 같아 보였지만 상인들과 소비자들의 속사정은 그렇지 못했다. 설 대목 물가가 치솟으면서 소비자들은 지갑을 닫았고 상인들은 “팔아도 남는 것이 없다”고 입을 모았다.

아이를 안고 장을 보던 김 모(36) 씨는 “마트보다는 (전통 시장이)싸다고 해서 왔는데 과일이나 고기가 워낙 비싸 채소만 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딸기 한 팩에 1만5000원이 넘고 귤이나 다른 과일도 담다보면 3만원이 훌쩍 넘는다”며 “설 대목이라 시장에 사람들만 많은 것 같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이날 전통시장에서는 24알이 들어 있는 딸기 한 팩에 1만1000원에 판매되거나 한 바구니에 1만7000원에 팔리고 있었다. 천혜향, 한라봉 등 선물용 과일 역시 3개에 1만원에 팔리며 비싼 가격을 자랑(?)했다.

한 제수용품 상점에서 황태포를 사려던 70대 주부 A 씨는 “하나에 5500원 씩이나 하냐”고 연신 가게 주인에게 반문하며 더 작은 상품을 들었다 놓으며 물건을 사갔다. A 씨는 “식구들도 안 온다고 해서 차례상을 간단하게 차리려고 해도 (장을 보면)10만원이 훌쩍 넘는다”고 말했다.

상인들도 지난해 물가가 더 올라 지난 설 명절 대목보다 (장사 이익이)못하다며 한숨을 쉬었다. 올해면 종식될 줄 알았던 코로나19가 오미크론으로 재유행하자 설 명절 가족 모임이 어려워지면서 떡국, 고기, 제수용품을 사가는 이들의 발걸음이 끊겼다.

망원시장에서 견과류 유통가게를 운영하는 신 모(60) 씨는 “원래 같으면 설 2주 전부터 바빠져서 지난 주말 피크를 찍었어야 했는데 차례상을 안 차리니 대목이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단골 손님들만 찾으니 깎은 밤은 많이 가져다 놓지도 않았다”고 했다. 신 씨는 “맞은 편 채소 가게, 정육점도 다 안된다고 하더라”며 “일단 청과물 가게, 정육점부터 잘 돼야 우리도 다 같이 장사가 잘 된다”라고 난감해했다.

과일 가게를 운영하는 A 씨는 “날이 풀려서 시장에 사람은 많아 보여도 (장사는)작년이랑 똑같이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많이 팔아도 과일은 10만원 떼오면 (마진이) 1만원밖에 안 남는다”고 덧붙였다.

정육점을 운영하는 윤정섭(52) 씨도 “작년보다 지금이 오히려 더 힘들다”며 “지난해에는 물가라도 이렇게까지 오르진 않았는데 지금은 미국산 수입 갈비는 원가가 40%나 뛰었다”고 하소연 했다. 실제로 미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오미크론 바이러스의 확산으로 소도축 공장의 정상 가동이 어려워졌고 근로자 부족 현상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윤 씨는 백화점과 재래시장 상황을 비교하며 야속한 마음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는 “주말 가족이 백화점에 가서 보니 선물세트가 동이 났다더라”면서 “사람들이 보상심리로 비싼 물건은 잘 사지만 몇 천원 하는 식품에는 돈을 더욱 아끼려고 하는 것 같다”고 했다.

평소 명절 대목 같으면 떡국 떡을 사가려는 손님들로 줄을 잇는 떡집은 한산했다. 떡집 가게 주인 염모 씨는 “대목 장사가 잘 된다고 할 수 없다”며 “떡국 떡이 많이 나가야 하는데 가족들이 모이지 않다보니 떡국 떡도 잘 안 팔린다”고 했다. 그러면서 “경기가 안 좋으면 먹는 것, 입는 것부터 줄이다보니 손님들이 지갑을 닫는것 같다”고 했다. 신주희 기자

joo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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