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하우스 인사이트] 연준, 기대 인플레 잡을 때까지 증시 불안 불가피
최석원 SK증권 지식서비스부문장

국내외 증시 하락 폭이 가파르다. 새해 들어 1월이 채 끝나기도 전에 코스피는 8%, 코스닥 지수는 14% 넘게 하락했다. 그런가 하면 미국에서도 S&P500 지수가 7%, 나스닥 지수가 12% 가량 내렸고, 상대적으로 조금 낫다는 독일, 중국, 일본 증시 역시 3~5%대 내림세를 이어가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증시가 급락했다가 반등하기 시작한 작년 3월 이후 가장 크고 빠른 주가 하락세가 나타나고 있는 상황이다.

글로벌 증시 하락의 가장 큰 요인은 역시 각국 중앙은행의 예상을 벗어난 긴축 움직임이고, 그러한 움직임의 근본적 원인은 결국 높은 물가다. 이른바 긴축 발작이다. 작년 12월 물가 통계를 받아 든 각국 중앙은행은 이제 상황을 조금 더 심각하게 받아들이기 시작하는 모습이다. 이제 올해 중 물가가 빠르게 안정될 것이라는 예상은 찾아보기 어렵고, 오히려 통화당국이 이미 시기를 놓쳐 빠른 긴축이 불가피하다는 주장이 늘고 있다.

특히 미국에 대해서는 대대적인 재정정책과 함께 진행된 부채의 화폐화가 물가 상승의 중요한 이유로 거론되면서 이러한 정책의 중심에 있는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신뢰성이 시험대에 오른 상황이다. 너무 강했던 완화적 통화정책 강도, 늦어진 정책 되돌림 시점, 이러한 의사 결정을 내리게 한 물가 판단 능력 모두가 연준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는데, 이 때문인지 파월 연준 의장은 최근 의회 청문회에서 물가 안정을 위해 모든 수단을 강구할 것이라는 강력한 의지를 표명했다.

연준에 대한 불신이 문제가 되는 것은 결국 기대 인플레이션 때문이다. 물론 한 나라의 물가를 결정하는 요소는 여러 가지다. 한 제품의 가격은 수요와 공급에 의해 결정된다고 볼 수 있지만, 물가 지수 전체는 유가 등 생산비에 영향을 미치는 여러 이슈들, 통화정책에 따른 유동성 수준과 자산가격 움직임, 생산성 등 서로 분리하기 어려운 요인들이 상호 작용한 결과다. 하지만, 이러한 요인들과 별개로 기대 인플레이션은 물가를 전망하는 데 늘 중요한 요소로 인식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비싸지기 전에 먼저 사고, 싸질 때까지 기다리는 기본 속성을 가지고 있다.

이에 중앙은행이 탄생한 이후 기대 인플레이션을 통제하는 일은 디플레이션 시기든, 인플레이션 시기든 매우 중요한 일이었다. 대표적으로 1970~1980년대 오일 쇼크 시기에 2m를 넘는 자기 키보다 높은 정책금리로 강력한 긴축을 시행했던 볼커 의장이 염두에 두었던 것 역시 인플레이션 기대 심리 안정으로 볼 수 있다. 특히 이 시기에는 유가도 크게 올랐지만, 베트남전 이후 달러화 가치의 불안이 국내 물가 상승 우려를 더했는데, 연준은 국내외 투자자들의 공포를 잠재우기 위해 예상을 뛰어 넘는 정책 대응에 나선 바 있다.

문제는 인플레이션 기대를 억제하기 위한 중앙은행의 행동이 증시에는 불가피하게 타격을 주고, 특히 연준의 긴축은 신흥국 자산시장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이다. 1,2차 오일 쇼크 당시 큰 폭의 주가 하락, 브래디 채권 발행으로까지 연결된 1980년대 남미 위기, 1990년대 아시아 금융위기 등은 각각의 개별 국가의 요인들에 의한 것이기도 하지만, 연준의 완화적 통화 정책, 그리고 이어진 긴축으로의 전환과 무관하다고 볼 수 없다. 시장으로서는 긴장할 수밖에 없다.

물론 그 당시에 비해 우리나라는 여건이 좋다. 현재 우리 경제는 글로벌 10위권 규모에 달하며, 외환보유고와 경상수지, 이러한 점들을 종합적으로 반영한 국제 신용도 역시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개선되어 있다. 이미 주요국 주가 지수가 고점 대비 15% 이상 떨어진 상황이기도 하다. 민간 부채 문제가 불거지지 않고 있기 때문에, 투자자들이 낮아진 주가 자체를 증시 호재로 생각할 여지도 있다. 하지만, 연준이 인플레이션 기대 억제를 최우선 목표로 삼은 이상, 기대가 성공적으로 억제되고 그 효과로 물가상승률이 고점으로부터 의미 있게 낮아질 때까지는 변동성이 큰 시장 움직임이 예상된다. 투자자라면 지금은 섣불리 단기 대응에 나서기 보다, 공포를 견디고 기다려야 할 시기다.

miii03@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