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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택 매수심리는 정말 꺾였을까[부동산360]
서울 매매수급지수 89.3 하락세
중개업소 찾는 매수자 크게 줄어
규제완화 기대, 대기수요 많아
‘1년후 집 사겠다’ 답변 78% 증가

[헤럴드경제=박일한 기자] 집값 변화 요인에 단기간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게 ‘매수심리’다. 집값이 떨어질 것을 ‘우려’해 매수를 미루거나 포기하는 분위기다. 최근 이 ‘매수심리’가 꺾였다는 언론 보도가 많다.

매수심리를 보여주는 지표로 가장 흔히 사용되는 근거는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하는 ‘주간 아파트 수급동향’이다. 중개업소를 상대로 집을 살 사람이 많은지, 팔려고 내놓은 매물이 많은지 물어 작성하는 일종의 여론조사 같은 거다. 이 지수는 0~200 사이로 100을 기준으로 높으면 ‘사려는 사람이 많다’는 응답이 많았다는 뜻이고, 밑으로 떨어지면 ‘팔려고 내놓은 매물이 더 많다’는 의미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1월 마지막주(24일 기준) 서울 아파트 수급지수는 89.3으로 2019년 7월 마지막주(89.6) 이후 2년6개월 만에 가장 낮다. 이는 곧바로 그만큼 매수심리가 얼어붙은 것이란 해석이 따라온다.

이는 최근 확산되고 있는 ‘집값 하락론’의 주요 근거가 된다. “매수심리가 빠르게 위축되고 있으니 집값이 빠질 것”이라는 거다.

지난 1월 23일 서울 시내 한 부동산 중개업소 앞을 시민이 걸어가고 있다. [연합]

▶‘수급지수’ 하락하면 집값 떨어진다?= 첫 번째 궁금증이 생긴다. 수급지수가 하락한 시기는 정말 집값이 떨어졌을까. 기본적으로 집을 찾는 사람이 줄면 집값이 하락하는 건 자연스러운 수순이다.

예를들어 한국부동산원 아파트 수급지수 시계열 자료에 따르면 조사를 시작한 2012년 7월 이래 서울 주간 아파트 매매 수급지수가 가장 낮았던 때는 2012년 첫째주로 58.3까지 떨어졌다. 그 달 내내 주간 기준 60 전후를 유지했다. 당시 서울 아파트값은 매주 –0.15%~-0.23% 수준의 변동률을 기록하면서 하락했다.

그런데 정부가 개입하면 상황이 좀 달라진다. 매매수급지수는 떨어지는 데 집값이 오르는 현상이 나타난다.

문재인 정부 들어 이같은 상황이 나타났다. 문 정부에서 매매수급지수가 가장 낮았던 때는 2019년 7월이었다. 7월 둘째주 71.6까지 빠진 게 최저점이었고, 그 이후에도 한동안 70대 수급지수를 유지했다. 그런데 그 시기 서울 아파트값은 상승하기 시작했다. 그해 6월 셋째주(-0.01%)까지 하락하던 아파트값이 네 번째주 0% 변동률로 보합세를 보이더니, 수급지수가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하던 7월 첫째주(0.01%)부터 상승 반전했다. 매수자는 별로 없었지만, 한번 거래되면 직전 거래된 가격보다 높은 값에 계약이 성사되는 현상이 나타났다.

정부가 각종 부동산 규제를 강화해 매수세가 위축됐지만, 주택 공급이 줄어 향후 집값이 더 오를 것으로 예상되는 ‘이상한’ 시장 상황이 만들어졌다.

▶수급지수가 하락하면, 매매심리도 위축될까= 사실 문재인 정부에서는 30번 가까운 부동산 규제 대책이 나올 때마다 일시적으로 매매수급지수는 위축됐지만, 집값은 대부분 상승세를 유지했다. 최근 상황처럼 대출 및 세금 규제 등으로 매수세는 줄었지만, 입주량 감소 등 공급부족, 임대차3법에 따른 전세 부족 등으로 집값이 오를 것이란 기대는 여전했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최근 ‘매매수급지수’ 하락을 ‘매수 심리 위축’으로 해석하는 건 무리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중개업소를 통해 조사하는 수급지수가 하락하는 건 말 그대로 중개업소로 집을 보러 오는 사람이 줄었다는 것에 불과해서다. 매수세가 줄었다는 건 진짜 매수심리가 악화된데 따른 것일 수도 있지만, 향후 규제완화를 기대하며 일단 관망하는 ‘대기매수세’로 전환한 상태일수 있다는 의미다.

특히 요즘처럼 대통령 선거 유력 후보들이 한목소리로 양도소득세 등 세금규제를 완화하고, 대출을 더 많이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등의 공약을 내놓는 상황에서라면 집을 사려던 사람도 ‘일단 기다리자’로 바뀔 수밖에 없다.

국책 연구기관인 국토연구원이 최근 내놓은 ‘2021년 12월 부동산시장 소비자심리지수’ 자료엔 이런 분위기를 확인할 수 있는 흥미로운 결과가 있다. 전체 152개 기초지자체 거주 668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수도권 거주자들에게 주택구입계획을 물었더니 ‘3개월 이내‘라고 답한 사람의 비율은 2.8%에 불과했다. 하지만 ‘12개월 이후’라고 답변한 사람은 78%나 됐다. 대부분 당장 집을 사지 않아도 1년 후엔 사고 싶다는 거다. 당장 규제로 집을 살 여력은 못돼도 규제완화 등 상황이 달라지면 집을 사고 싶다는 열망을 드러낸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14만명 가까운 청약자가 몰려 평균 두자리수 경쟁률을 기록한 4차 공공분양 사전청약 결과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할 수 있다. ‘조금만 더 싸다면’, ‘대출 여력이 있다면’, ‘세금 부담만 좀 준다면’ 집을 사고 싶은 사람은 여전히 많다. 매수심리를 줄어든 게 아니라 숨어 있을 뿐이다.

jumpcu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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