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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자체·업계 가격동결 압박한 기재부…35조 추경 가능성에 물가정책 도루묵 위험
지자체는 물론 업계에도 물가 동결령 압박
쓰레기봉투 등 예정된 요금도 ‘올리지 마라’
동시에 진행되는 추경…35조 증액 전망도
생산자물가 전이 막아온 정부 인플레 대응
선거 앞둔 추경에 말짱 도루묵 가능성 농후
이억원 기획재정부 차관(오른쪽)이 28일 서울 양재 하나로마트를 방문해 농수축산물 가격과 수급 동향을 파악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연합뉴스

[헤럴드경제=홍태화 기자] 기획재정부가 물가동결 요청을 지방자치단체는 물론 업계에도 하고 있다. 설 명절을 앞두고 인플레이션 잡기 총력전에 나선 셈이다. 다만, 당정이 추가경정예산(추경)을 추진하고, 증액이 될 가능성도 대두하면서 물가 상방압력은 쉽사리 잡히지 않을 전망이다.

이억원 기획재정부 1차관은 28일 서울 양재동 하나로마트에 위치한 대회의실에서 ‘제4차 물가관계차관회의’를 열고 “1월은 특히 전월비 물가 상승률이 연중 가장 높은 달”이라며 “연초에 제품·서비스가격을 조정하는 경향이 있는 데다 설 명절 수요 등이 작용하기 때문”이라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특히 연초 가격 인상 분위기를 완화하기 위해 1월 중 부처별 소관분야 업계간담회를 다수 개최했으며, 2월에도 가격 인상을 자제할 것을 요청하고 건의사항을 듣기 위해 가공식품·외식 등 업계간담회를 수시로 개최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공정위도 물가 억제를 위해 적극 동원한다. 그는 “업계와 소통할 때 공정거래위원회가 참여하고 업체간 가격·물량 등 민감 정보교환도 경쟁을 제한하는 담합에 해당될 수 있다는 점 등을 설명해 불공정행위 발생 예방에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지방자치단체를 대상으로는 택시요금 동결령을 내렸다. 고물가 상황 속에서 공공요금까지 인상되면 물가를 잡을 수 없다는 판단이다. 도시철도 및 도시가스 소매요금 인상계획도 없다고 못 박았다.

이와 함께 ‘지방물가관리체계’를 구축해 지방공공요금이 정부 기조에 맞춰 결정되도록 유도한다. 특히 지자체가 요금을 조정하기 위한 위원회를 개최하게 되면 행정안전부에 사전 통지하게 된다.

이 차관은 지난 21일 비자단체협의회가 위치한 서울 YWCA(기독교 여자청년회) 회관에서 제3차 물가관계차관회의를 열고 “시내버스·택시요금은 요금조정을 위한 연구용역을 실시중이거나 실시 예정인 지자체들이 일부 존재하나, 어려운 물가여건을 감안하여 관련 지자체에 동결 또는 인상시기 연기를 요청 중”이라고 말했다.

지자체 조례로 연차별 인상계획이 수립되어 있는 상하수도 및 쓰레기봉투 요금에 대해서도 “일부 지자체에서 상반기 중 인상이 예정되어 있으나, 인상시점을 최대한 연기하도록 협조요청을 지속하겠다”고 설명했다. 이어 “전국 지자체 지방공공요금 인상동향을 전수 조사한 결과 2022년 상반기 중 국민체감도가 높은 도시철도 및 도시가스 소매요금에 대한 인상계획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덧붙였다.

행앙부를 중심으로 지자체 물가 단속에도 나선다. 물가안정에 기여하는 지자체에는 인센티브 제공 등 지원을 확대한다.

이 차관은 “모든 지자체가 참여하는 지방물가관리체계를 구축하여, 지방공공요금도 정부의 물가안정기조에 맞게 운용되도록 하겠다”며 “지자체에서 지방공공요금 조정결정을 위한 위원회 개최시 개최 전 행안부에 사전 통지하도록 하고 중요한 결정사항은 신속히 공유하여 향후 지방공공요금 인상 동향이 포착될 경우 중앙정부의 물가안정 의지를 지자체에 확실하게 전달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지자체가 적극적으로 중앙정부 물가정책에 협조하면 2022년 균형발전특별회계 평가요소에 반영하여 차등 지원한다. 지방공공요금 안정 실적에 따른 추가 지원방안도 검토한다. 지방공기업 경영평가에서도 요금동결에 따른 경영손실분이 발생할 경우 경영평가상 불이익을 배제하고 오히려 가점을 부여한다.

정부는 지금까지 정책을 동원해 인위적으로 물가를 억눌렀다. 내부에서는 ‘때려잡았다’는 표현도 나온다. 지난해 생산자물가는 10년만의 최고치인 6.4% 상승을 기록했다. 반면, 12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7%다. 미국과 비교했을 때 생산자물가와 소비자물가 차이가 아직 크다. 생산자물가가 아직 소비자물가에 전이되지 않은 것으로 정부가 물가정책에 일부 성공한 셈이다.

그러나 물가정책과 추가경정예산(추경) 사이 정책엇박자가 일어나면서 앞으로도 물가억제에 비교적 성공할지는 미지수다. 추경을 위해서 정부는 적자국채 11조3000억원을 발행한다. 이는 국회 심의과정에서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농후하다.

여야 대선후보 모두 증액을 말하고 있다. 35조원으로 증액되면 20조원 이상 국채를 더 발행해야 하며 시중에 그만큼의 유동성이 풀린다. 유동성은 물가를 자극한다. 증액은 정부 동의가 필요하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반대의사를 밝혔지만, 끝까지 버틸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정부는 최근 2년 동안 6번, 116조6000억원에 달하는 추경을 편성했다. 올해초 국회로 제출된 14조 추경이 증액없이 마무리돼도 코로나19 사태 동안 편성한 추경 규모는 130조6000억원에 이른다. 국가채무(D1)는 이에 본예산 1064조4000억원에서 1075조7000억원으로 증가한다. GDP 대비 비율은 절반에서 0.1%포인트 오른 50.1%로 과반을 나타냈다.

35조원 증액이 현실화하면 이는 지금까지 편성한 코로나 추경 규모는 151조6000억원으로 증가한다. 국가채무도 1100조원에 육박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21조원에 달하는 재원을 기금이나 지출구조조정으로 마련하기 어렵다. 추경 편성과 증액 논의는 물가정책과 상반된 행보다. 당장 35조원에 달하는 유동성이 시중에 풀리면 지금까지 해온 각종 물가정책은 말짱 도루묵이 될 수 있다.

금리 측면에서 보면 역설적으로 추경을 편성하고도 서민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 시중금리가 급속도로 뛸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국채시장은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한국전쟁 이후 최초의 1월 추경과 함께 증액 이야기 까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3일 1.953%이던 3년물 국고채 금리는 21일 2.132%까지 상승했다.

여야 후보가 모두 증액을 말하는 상황에서 남은 주체는 정부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예산 부동의권’을 규정한 헌법 57조를 근거로 예산안 증액을 막을 수 있다. 국회가 예산을 감액할 경우엔 제한이 없지만, 증액할 경우 정부 동의가 필요하다. 다만 반대의사를 언제까지 고수할지는 미지수다.

th5@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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