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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멈춰선 시장…주택 거래회전율 9년 만에 최저 [부동산360]
지난달 전국 집합건물 거래회전율 0.45%
2013년 1월 이후 최저…거래절벽 상황 심각
금융권 돈줄 죄기에 시장 불확실성 커진 영향
정부 ‘시장 하향 안정세’ 자신하지만
전문가들 “거래절벽 상황선 안정화 단언 어려워”
4일 오후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시내 아파트 단지의 모습. [연합]

[헤럴드경제=김은희 기자] 전국의 주택시장이 꽁꽁 얼어붙었다. 매매 활성도를 나타내는 거래회전율은 9년 내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거래가 끊기면서 매물이 쌓였고 가격도 하락세로 돌아섰다. 정부는 주택시장이 하향 안정세를 찾아가고 있다고 공언하지만 거래절벽 상황에선 안정화 단계에 진입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적정 거래량을 확보하면서 가격 안정화를 유도할 수 있는 조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6일 법원 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의 집합건물 거래회전율은 0.45%로 집계됐다. 지난해 12월 0.59%로 연간 최저치를 기록한 데 이어 한 달 새 0.14%포인트 하락했다. 이는 2013년 1월(0.32%) 이후 9년 만에 가장 낮은 수치다. 부동산 하락장 막바지였던 2013년 10월(0.7%) 회복세를 보인 거래회전율은 줄곧 0.5% 아래로 떨어지지 않았고 역대급 상승세를 보인 2020년 이후에는 최고 0.95%까지 오른 바 있다.

집합건물 거래회전율은 아파트, 다세대·연립주택 등 유효한 집합건물 가운데 소유권이전 매매 등기가 완료된 물건 수를 말한다. 지난달의 경우 집합건물 1만개 중 45개꼴로 매매가 이뤄졌다는 의미다.

시도별로 살펴보면 서울이 0.34%로 가장 낮았다. 2020년 8월 0.76%까지 올랐던 서울의 집합건물 거래회전율은 거래절벽이 본격화된 지난해 6월 이후 0.4~0.5% 수준으로 떨어졌으며 올해 들어선 0.3%대까지 급락했다. 탈서울 내 집 마련 수요가 몰리면서 작년 한 해 손바뀜이 많았던 경기와 인천의 경우 거래회전율이 최고 1%대까지 치솟았으나 지난해 11월부터 하락 전환하며 지난달에는 각각 0.47%, 0.46%를 기록했다.

지방도 지난해 하반기부터 감소하는 추세다. 1월 강원(1.04%)과 세종(0.64%), 제주(0.64%), 전북(0.53%)을 제외하고는 모두 0.5% 미만으로 집계됐다. 0.7~0.8% 선을 기록했던 지난해 초와 비교하면 뚜렷한 감소세다.

장기간 이어진 가격 상승과 집값 고점에 대한 불안감, 정부의 대출규제 강화와 기준금리 인상 등이 맞물리면서 거래가 급격히 줄어든 것으로 업계는 분석한다. 임병철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지난해 10월 말 가계부채 관리 강화 후 매수 수요가 이탈했다”며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규제 2단계 조기 도입, 기준금리 추가 인상 등으로 수요자의 운신 폭이 더 좁아졌고 3월 대선을 앞두고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매도자와 매수자 간 눈치보기 양상이 깊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매수심리가 쪼그라든 상황에서 다주택자가 매매 대신 증여를 선택하는 비중이 늘어난 영향도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전국의 주택 증여건수는 1만942건으로 같은 해 7월(1만134건) 이후 5개월 만에 1만건을 웃돌았다. 전체 주택 거래건수가 전달보다 줄어든 상황에서 증여건수가 25.8% 늘면서 증여거래 비중은 10.8%로 급등했다. 주택 거래 10건 중 1건은 증여였던 셈이다.

이러한 매수세 감소 여파로 전국의 주택가격 변동률은 하락 국면으로 속속 전환되고 있다. 정부는 주택시장이 하향 안정세로 접어들었다고 판단하고 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3일 “그동안 주택가격이 과도하게 상승했던 부분에 대한 일정 부분의 하향 조정과정은 필요하다”며 “최근의 공급 확대, 심리 진정, 금리 추이, 글로벌 동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시장 하향 안정세는 더 속도를 낼 전망”이라고 밝혔다.

다만 충분한 거래량이 뒷받침되지 않고는 시장 안정화를 단언하기 이르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주택정책연구실장은 “시장 내 가수요가 걷히면서 적정량의 거래가 유지되는 상황에서 가격이 하락한다면 견고한 하방압력으로 지속될 수 있지만 지금은 거래가 급격히 위축돼 사고 싶어도 살 수 없고 팔고 싶어도 팔 수 없는 상황”이라며 “안정화된 시장으로 수렴하고 있다고 보긴 어렵다”고 꼬집었다.

ehki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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