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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충청은행이 가져올 시중은행 나비효과[서정은 기자의 나·알·아]
지방 발빼는 국민·신한·우리 느긋
긴장 못놓는 시금고 맹주 농협은행
충청은행 전신 하나은행 ‘충청 올인’

[헤럴드경제=서정은 기자] 충청 지역을 중심으로 한 지방은행 설립 움직임에 시중 은행들이 분주하게 계산기를 두드리고 있다. 발등에 불이 떨어지는 곳은 전국 시금고 강자로 통하는 NH농협은행과 과거 충청은행을 인수합병했던 하나은행이다. 충청지역 영업망을 놓고 자존심 싸움이 예상되는 가운데 지방에서 발을 빼온 시중은행들은 비교적 차분한 모습이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양승조 충남지사를 비롯해 충청권 4개 시·도지사들은 충청권 지방은행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공동 연구용역을 거쳐 올해 인가를 신청할 계획으로, 2023년 설립을 목표로 하고 있다. 충청권은 가급적 상반기 내에 100만인 서명운동을 완료해 금융당국에 이같은 의지를 적극적으로 드러내겠다는 방침이다. ‘충청의 아들’을 내세우고 있는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는 기업금융 중심의 지역은행 설립도 공약한 상태다.

아직까지 시일이 남은만큼 충청은행 설립을 긴장하는 시중은행은 그리 많지 않다. 비대면 채널 확대, 수익성 등을 이유로 시중은행들이 지방 점포를 줄줄이 축소해왔기 때문이다. KB국민은행은 현재 41개, 신한은행 및 우리은행은 65개 안팎의 영업점을 충청지역에 보유하고 있다. 최근 점포 축소 기조를 고려할 때 향후 추가적으로 숫자가 줄어들 전망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충청지역의 경우 대전, 세종 등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 영업기반이 크지 않다”며 “서울 및 수도권이 주력인만큼 큰 타격을 예상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대구, 부산, 전북 등 다른 지방은행도 각 지역 기반에 초점을 둔만큼 상황은 비슷하다. 과거 충북은행으로 존재하다 조흥은행을 품에 안았던 신한은행 또한 위기감은 없는 상태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시금고 비즈니스의 경우 출자금액은 많은데, 실질적으로 수익성과 연결되지는 않는다”며 “기존 영업본부 내에서 감당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비교적 느긋한 시중은행과 사정이 다른 곳이 있다. 우선 충청에 가장 많은 점포를 보유하고 있고, 시금고 강자를 보유하고 있는 NH농협은행이 대표적이다. 충청은행이 생길 경우 제1시금고를 놓고 경쟁이 불가피한만큼 상황을 예의주시할 수밖에 없다. 청주, 제천, 세종 등의 지역에서 농협은행은 제1시금고를 맡고 있다.

NH농협은행 관계자는 “농협은행 내에서 시금고를 뺏기는 영업본부장은 ‘이유불문 대기발령’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행내에 시금고가 갖는 의미가 크다”며 “충청은행이 생길 경우 제1시금고 확보가 쉽지 않기 때문에 제2시금고 위주로 전략을 수정해 영업할 수 밖에 없고, 충청지역 기피도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대전시 제1시금고를 지키고 있는 하나은행도 긴장하기는 마찬가지다. 하나은행의 경우 외환위기 이후 충청권 은행이었던 충청은행을 품에 안았다. 최근 하나은행이 조직개편을 통해 영·호남 그룹을 폐지하는 대신 충청영업그룹을 남기고, 그룹 내 임원진을 옛 충청은행 출신을 전진배치시킨것도 이를 고려한 행보로 풀이된다. 충청은행의 전신인만큼 자존심을 지키기 위한 경쟁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하나은행은 농협은행에 이어 두번째로 많은 점포를 충청지역에 배치하고 있다.

지방은행 활성화 필요성이 대두되면서 충청은행, 강원은행 등 설립 논의가 불붙고 있지만, 현재로서는 충청은행을 제외하고 실효성을 공감받기는 어려운 상태다. 대전, 청주, 세종 등 비교적 영업력을 확보한 충청권과 달리 강원지역은 적은 인구 수 등으로 현실적 한계가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금융그룹 내 지방 지역본부를 따로 떼어내는 등을 통해 타협안을 내놓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luck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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