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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호의 현장에서] 인명사고 여천NCC…영리한(?) 회사채 발행
수요예측 미매각 위험에도
발행 강행…주관사가 인수
차입 성공, 위험은 투자자에

애초에 무리수였다. 회사채 발행 직전 인명피해가 발생한 주요 공장의 폭발사고라는 대형 악재가 터진 상황에서 대표주관사 등 증권사들은 소위 '갑'인 발행사의 눈치를 살피며, 이를 제대로 말리지 못했다. 결국 투자자 모집을 자신한 여천NCC는 회사채 발행을 강행했다. 가뜩이나 최근의 금리급등 탓에 투자자들은 회사채 옥석 가리기에 나선 상황에서 그렇게 여천NCC의 회사채는 외면 받았다.

여천NCC는 회사채를 선발행 하고자 했다. 회사채를 미리 발행해 올해 더 오를 것으로 예상되는 금리기조에 대응하고자 함이었다. 하지만, 지난 11일 여수공장에서 폭발사고가 발생해 근로자 4명이 숨지고 4명이 다쳤다. 이날 여천NCC는 기업설명회(IR)와 금융감독원에 증권신고서 제출을 계획대로 진행했다. 주말이 지나고 회사채 수요예측 당일 모두가 여천NCC의 폭발사고 현장에 집중하고 있을 때 증권사는 여천NCC 회사채 담당자만 바라보고 있었다. 수요예측은 예정대로 진행됐다. 폭발사고와 시장을 고려해 보수적으로 접근하자는 관련 증권사의 제안은 소용이 없었다.

과거 여천NCC는 회사채 수요예측에서 흥행을 기록했었다. 사업 측면에서만 보면 든든한 대기업 배경에 탄탄한 영업기반까지 갖춰 회사채 전액 미매각이라는 결과는 예상치 못했을 수 있다. 하지만 상황이 달라졌다.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됐고, ESG가 경영의 주요한 화두가 된 상황이다. 냉정한 시장참가자들은 굳이 위험을 감수하면서 여천NCC의 회사채를 살 유인은 이제 크지 않다. 결과는 폭발사고와 같이 참담했다. 여천NCC는 3년물 1200억원과 5년물 800억원으로 총 2000억원 모집에 아무런 자금을 받지 못했다.

물론 폭발사고가 회사채 발행 직전 급박하게 벌어졌으나 여천NCC는 회사채 만기의 여유가 있었던만큼 발행 보류 또는 연기 등으로 전액 미매각이라는 굴욕을 충분히 피해갈 수 있었다. 이미 여천NCC와 총액인수 계약을 맺은 증권사들은 울며 겨자먹기로 미매각된 회사채를 모두 떠안아야 한다. 아마 증권사들은 이렇게 떠안은 물량을 또다른 투자자들에게 팔 것이 뻔하다. 여천NCC 입장에서는 수요예측 실패에도 불구하고 어찌됐건 자금은 조달할 수 있게 됐다. 인명 사고의 한 가운데 발행된 채권의 가격하락 위험은 이제 투자자가 떠안아야 한다.

이제 남은 건 대표주관사와 인수단 등 회사채 발행 담당 증권사와 금융감독원이다. 전일 여천NCC의 제3공장은 영업정지가 예고됐고, 해당 공장의 설비규모는 여천NCC 전체 규모의 20.6% 수준으로 폭발사고의 영향으로 약 20%의 매출액 감소가 예상되고 있다. 해당 공장이 언제 재가동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엎친데 덮친 격으로 경찰과 고용노동부는 해당 공장의 폭발사고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 강제수사에 착수하며, 공장 사무실 2곳과 협력업체인 영진기술 등 3곳을 압수수색했다. 악재의 여파가 계속되는 만큼 회사채가 발행되더라도 유통시장에서 여천NCC의 회사채 매력은 더욱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여천NCC의 회사채는 이달 23일 발행되는 것으로 계획돼 있다.

number2@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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