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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팀장시각] 잇츠 낫 더 이코노미

“It’s the economy, stupid(바보야, 문제는 경제야).” 1992년 미국 대통령선거에서 민주당 빌 클린턴 후보 진영에서 내걸었던 이 선거운동 문구는 1991년 걸프전 이후 불황을 겪던 미국의 표심을 사로잡았다. 그는 당시 현직 대통령이던 조지 H W 부시를 누르고 승리했다.

‘먹고사는 문제’는 모두의 관심사이기 때문에 선거 당시 경제가 호황이냐 불황이냐는 집권당의 승패에 중요한 이슈다. 선거 때마다 ‘경제대통령’을 붙인 후보가 등장하거나 정부 슬로건에 경제를 붙이는 이유기도 하다. 그러나 경제를 강조하는 것만으로, 살림살이가 나아지지 않는 것은 이미 경험했다. 경제란, 한정된 자원을 이용한 최선의 선택으로 정의된다. 이에 경제학은 경영학과 달리 선택을 위한 가정의 학문으로 불리기도 한다. 가정엔 증거와 논리가 필요하다. 특히 한국처럼 대외의존도가 높은 수출입국가에선 대내외 상황의 여러 변수도 고려해야 한다.

대선을 앞두고 각 후보캠프에서 내놓은 경제관련 공약을 보면 경제의 기본 정의에 포함된 ‘한정된 자원’의 뜻을 이해하고 있지 못한 것 같다. 논리도 없다. 유세 시 본인을 스스로 ‘경제명’‘이라 칭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는 최근 한 유세에서 “앞으로 경제를 살리는 방법으로 50조원 정도면 충분히 가능하다”고 말했다. 올해 재정 적자는 벌써 71조원으로 전망된다. 연초부터 16조9000억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추경)이 편성됐기 때문이다. 이 후보의 50조원 추경이 더해지면 통합재정수지 적자 전망치는 120조원으로 확대된다.

나라살림을 헤프게 쓰는 것은 각 후보 모두 앞다투듯 경쟁하고 있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매월 70만원 한도 내에서 저축하면 정부가 돈을 보태 10년 만기 1억원을 만들어주는 청년도약저축계좌를 추진한다고 공약했다. 이 공약이 나가자 이재명 후보도 5년 만기 5000만원 기본자산을 형성하는 청년기본적금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최근 한 원로 경제학자는 “각 후보가 내놓는 선심성 정책이 이어지고 적자국채 발행이 확대되면 금리는 급등하고 가계이자 부담이 커진다”면서 “결국 소비가 위축되고 국가부채만 늘어나는 악순환이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당장 정부는 최근 청년희망적금 수요도 예측에 실패했다. 은행이 기본적으로 연 5% 금리를 주고, 만기를 채우면 정부 예산으로 1년차 2%, 2년차 4% 등 ‘저축 장려금’을 추가 지급하는 식으로 운용되는 이 적금엔 예상 가입자 수의 5배인 200만명이 몰렸다. 금융위원회는 해당 사업을 위해 마련한 예산 456억원을 지원하기로 했는데 어림도 없게 됐다.

경제는 당위나 신념을 발휘하는 곳이 아니다. 정교한 가정으로, 효율적 결과를 이끌어내야 하는 영역이다. 문재인 정부는 지난 5년간 허술한 살림솜씨를 보였다. 재정적자 규모는 약 280조원에 달했고 지난해엔 초과세수를 61조나 걷는, 최악의 재정비효율을 시현했다. 세수 오차율은 사상 처음으로 20%를 넘겼다.

엉터리 전망과 오판은 삶을 고달프게 한다. 대선은 9일밖에 남지 않았는데 각 후보의 경제정책에서 정교함이 보이지 않는다. 이쯤되면 이건 ‘경제가 아니다(It’s not the economy)’.

yjsu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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