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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스크칼럼] 자기 발에 총 쏜 정부…이젠 치유가 필요하다

“한국 정부가 자기 발에 총을 쐈다.”

영국의 면세산업 전문지인 무디데빗리포트(The Moodie Davitt Report)가 지난 2012년 한국 면세점 산업을 빗대 표현했다. 이후 10년이 지났다. 무디데빗리포트의 표현처럼 한국의 면세산업이 휘청이고 있다. 물론 외부적인 요인이 가장 컸다. 코로나 팬데믹 때문에 하늘길이 막히며 2년 넘게 정상 영업을 하지 못하고 있다. 이에 경영난을 버티지 못한 국내 면세업체들은 대기업, 중소기업 할 것 없이 연이어 문을 닫았다. 최근에는 롤렉스, 루이뷔통, 샤넬 등 명품 업체까지 한국 면세시장을 떠나고 있다.

이 명품 업체들이 한국을 떠나 도착한 곳은 바로 중국 하이난이다. 중국 정부는 면세산업을 국가 차원의 정책적 지원을 통해 팬데믹을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 무서운 속도로 성장하고 있어서다. 중국 정부의 지원으로 시장 규모 세계 1위인 한국 면세시장의 패권이 중국에 넘어갈 위기에 처했다.

무디데빗리포트에 따르면 중국 국영기업인 중국면세점그룹(CDFG)이 2020년 약 66억3000만유로의 매출을 올리며 사상 처음으로 글로벌 1위에 등극했다. 해마다 매출 격차를 줄이며 1위 업체였던 듀프리(Dufry)를 제치기 직전이었던 국내 업계 1위 롯데면세점은 매출이 전년 대비 37% 하락하며 간신히 2위를 유지하는 데에 그쳤다.

코로나 팬데믹에도 CDFG의 매출이 대폭 신장할 수 있었던 것은 중국 정부의 내수시장 활성화 정책에 따른 ‘하이난 밀어주기’ 덕분이다. 중국 정부는 하이난을 면세특구로 발전시키기 위해 2020년 면세 한도를 10만위안까지 대폭 올리는 등 파격적인 정책을 내놓았다. 하이난을 세계적 관광·쇼핑의 메카로 키우겠다는 중국의 면세굴기의 목표가 여실히 드러나는 행보였다.

한국의 면세 산업 붕괴는 예정된 수순이었다는 분석이다. 2010년대 들어 중국 단체관광객이 물밀 듯이 들어오며 면세점은 호황기를 맞자 여러 기업이 시장상황만 보고 면세점사업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대기업의 독과점 논란이 불거졌고 이에 정치권은 2012년 ▷중소·중견기업에 특허권 일정 비율로 의무할당 ▷면세점 특허기간 단축(10→5년) ▷자동 갱신되던 특허권 연장을 재입찰 방식으로 변경 등의 내용이 골자인 관세법 개정안을 통과시키며 직접 규제에 나섰다. 신규 업체들은 앞다퉈 면세시장에 진입했고 한때 면세점 수는 58개까지 늘었다. 하지만 사드와 코로나라는 변수로 덩치가 커진 한국의 면세산업이 충격을 받기 시작했다. 면세산업은 외부충격에 엄청 취약하다. 이로 인해 한때 3만5000여명에 달했던 면세산업 종사자 수도 이젠 2만명이 채 되지 않는다. 남은 업체들은 매출이라도 유지하기 위해 ‘따이궁(중국 보따리상)’이라는 기형적인 형태의 사업에 의존하고 있다.

현 정부는 잇단 지원책을 내놓았지만 면세점의 매출절벽 해소에는 역부족이다. 학계와 업계 전문가들은 면세 한도 상향, 제주도 면세특구 지정을 통한 내국인의 시내 면세점 이용 한시적 허용, 특허 제도 개선 등이 해답이 될 수 있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새 정부는 시장 주도 성장으로 정책의 전환을 보이고 있는 만큼 면세산업 정상화를 위한 치료가 필요하다.

atto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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