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윌 스미스 행동은 폭력” “선 넘었다”
한국선 ‘가족 희화화’ 이유 윌 스미스 두둔 여론
“물리적 폭력만큼 정서적 폭력 심각”
“가족 건드리면 안돼…손찌검 당연”
지난 27일(현지시간) 제 94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베우 윌 스미스가 무대에 올라가 역시 코미디언 크리스 록의 뺨을 때리는 장면. [로이터] |
[헤럴드경제=김영철 기자] 지난달 27일(현지시간) 제94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배우 윌 스미스가 아내 제이다 핀켓 스미스가 앓고 있는 탈모증과 관련한 발언을 한 코미디언 크리스 록의 뺨을 때린 이후, 미국과 한국 네티즌 간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 미국에서는 록의 의연한 대처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 반면 한국에서는 윌 스미스의 대응을 이해하는 분위기다.
지난달 28일(현지시간) 미국 연예전문매체 TMZ가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윌 스미스의 행동은 폭력이다’는 대답이 83%나 나올 정도로, 그의 행동을 비난하는 반응이 압도적이었다. 반면 록의 농담에 대해선 ‘선을 넘었다’는 반응이 38%, ‘적당했다’는 반응이 62%로 나와 대체적으로 그를 옹호하는 분위기였다.
이날 시상식에서 록은 장편 다큐멘터리상 시상을 위해 무대에 올라 윌 스미스의 아내 제이다 핀켓 스미스의 탈모증을 소재로 “영화 ‘G.I.제인’ 2편에서 얼른 보고싶다”는 발언을 했다. ‘G.I. 제인’은 배우 데미 무어가 주연을 맡은 영화로 극중 주인공이 스스로 삭발을 하는 장면이 있다. 이를 두고 록은 제이다 핀켓 스미스의 삭발에 빗대 후속편을 기대한다고 농담을 던진 것이다. 앞서 제이다 핀켓 스미스는 지난해 인스타그램을 통해 탈모증으로 고생한 끝에 결국 삭발을 했다고 직접 알린 바 있다.
반면 한국에서는 개인의 신체적 아픔을 희화 거리로 만든 것에 대해 비판하는 의견이 많았다. 국내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해당 소동을 두고 “(록이)맞을 짓 했다”, “내 가족 한 명을 보호하는 선택을 하는 것이 옳다”는 등의 반응이 나왔다.
시민들도 온라인 커뮤니티와 비슷한 반응을 보였다. 직장인 박용성(28) 씨는 “누구 하나 잘 했다고 볼 수 없는 헤프닝이었다”면서도 “물리적 폭력만큼 정서적 폭력이 가진 무게 또한 무겁다고 생각한다. 남의 민감한 가족사를 건드는 건 옳지 않다”고 했다.
서울 영등포구에 사는 김영수(39) 씨도 “공적인 자리에서 가족을 농담거리로 삼은 것은 문제가 된다고 본다”며 “특히나 탈모의 경우 (제이다 핀켓 스미스가)평소 콤플렉스로 갖고 있었던 부분이고 카메라 화면에서도 기분이 상하는 듯한 표정이 보였다. 아무리 농담이라고 해도 상대방이 기분이 유쾌하지 않았다면, 웃고 넘길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경기 고양시에 거주하는 윤모(52·여) 씨도 “아무리 서양에서 농담을 가볍게 어긴다고 해도 가족은 건드리면 안 됐다”며 “어떤 이유에서든 폭행은 정당화되지 않는다면서 물리적 폭행만 잘못됐다고 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언어 폭행도 폭행이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해당 소동에 대해 윌 스미스와 록 모두 올바른 행동을 한 것은 아니지만, 어느 쪽에 더 경중을 두느냐에 따라 반응이 나뉜다고 봤다.
대중문화평론가 정덕현 씨는 2일 헤럴드경제와 통화에서 “미국에선 물리적 폭력에 매우 예민한 반면 스탠드업 코미디 등에서 사용되는 연예인, 정치 풍자에 대해서는 비교적 수용적”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반면 한국에선 약자를 지목해 웃음거리로 만드는 농담을 폭력으로 보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윌 스미스의 부적절한 폭력에도 이를 ‘참교육’으로 보는 시선도 있다”고 덧붙였다.
제94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코미디언 크리스 록의 뺨을 때린 것에 대해 지난달 28일(현지시간) 배우 윌 스미스가 올린 사과문. [윌 스미스 인스타그램 캡처] |
한편 윌 스미스는 지난달 28일(현지시간) 자신의 SNS(사회관계망서비스) 계정을 통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빚어진 ‘소동’에 대한 사과문을 올렸다. 그는 “어떤 형태의 폭력이든 폭력은 독성이 있고 파괴적이다. 어젯밤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내 행동은 용납될 수 없고 용서 받을 수 없다”며 “나는 록에게 공개적으로 사과하고 싶다. 나는 선을 넘었고 잘못됐다”고 사과의 뜻을 전했다. 록 역시 ‘스미스를 고소해야 한다’는 여론에 대해서 “고소할 생각이 없다”고 밝혔다.
yckim6452@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