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영업점 기피현상 부추기는 ‘금소법’
뻔한 얘기 매번 설명·녹취 고역
고객 “가입금액·성향 다 털려”
프라이버시 훼손 호소 늘어나
사실상 금융직원보호법 비판
비대면 ↑, 영업점 방문유인 ↓

“코스피200 지수에 투자하는 레버리지펀드에 고객님은 매월 10만원씩 가입하시는게 맞습니까? 본인의 투자성향에 적절치 않는 상품이라는 것도 알고 있습니까? 은행 직원으로부터 모든 설명을 들었고 모든 사항을 다 숙지하신거죠?” “아…저 그냥 집에 갈게요”

금융소비자보호법 시행 이후 은행 영업점에선 웃지 못할 촌극이 벌어지고 있다. 상품을 가입할때마다 세세한 사항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때아닌 ‘프라이버시 훼손’을 호소하는 고객들이 늘고 있어서다. 금융당국은 문제점 개선에 나서고 있지만, 현실적이고 소소한 이유로 영업점을 기피하는 고객들이 증가하는 추세다.

금융상품 판매가 이뤄지는 은행 영업점에서 가장 애로로 꼽는 건 형식에 얽매여있는 판매 과정이다. 지난해 3월 시행된 금소법은 일부 상품에 한해 적용됐던 기존의 6대 판매원칙(적합성 원칙·적정성 원칙·설명의무·불공정영업행위금지·부당권유금지·광고규제)이 모든 금융상품에 확대 적용한 것이 골자다. 해당 과정을 지켜 영업점에서 녹취·상품 설명·투자성향 분석까지 듣다보면 소요시간만 1시간을 훌쩍 넘긴다.

이 과정에서 고객들은 녹취를 고지받은 뒤 스스로의 가입 금액, 가입 시기, 투자성향 등 개인정보를 고스란히 본인들의 입으로 한번 더 밝혀야한다.

은행 영업점 관계자는 “일반 점포는 상담 창구가 다닥다닥 붙어있는 탓에 상담 내용을 옆자리 고객에게 고스란히 노출할 수 밖에 없는 구조”라며 “이 때문에 일부 고객들이 상품을 가입하려고 방문했다가 기분이 나쁘다며 도중에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는 일이 부지기수”라고 말했다. 시중은행 본사 또한 현장점검을 다니면서 이런 점을 듣고 있지만, 강화된 상품판매 프로세스 탓에 이렇다할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고액자산가들을 상대하는 WM센터는 그나마 사정이 좀 낫다. 고액자산가들의 프라이버시 존중을 위해 별도 상담룸을 운영하고 있어서다. 하지만 금융상품 이해도가 높은 이들 또한 스트레스를 호소하기는 마찬가지다.

시중은행 VIP센터를 거래하는 고객 A씨는 “프라이버시가 지켜지는 건 다행이다 하더라도 여러 금융상품을 잘 알고 있는데, 1시간 내내 뻔한 얘기를 듣는 것도 고역”이라며 “문제는 기존투자성향과 조금이라도 다른 상품을 가입할 때 영업점 추천을 받은 상품이더라도 녹취에는 ‘무조건 내가 우겨서 가입한 것’ 이라는 수준으로 녹취를 해야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은행권 WM센터 지점장 B씨 또한 “판매과정에서 문제를 막기위해 녹취를 하고 있지만, 사실상 금융소비자보호가 아닌 금융직원보호법으로 변질됐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고 호소했다.

이런 이유로 현장에서는 지점 내 비대면 채널을 활용한 가입이 늘어나고 있다. 온라인으로 상품판매가 이뤄질 경우 금소법상 의무사항 설명의무 등 절차를 우회적으로 피할 수 있어서다. 소비자가 설명서를 내려받는 것만으로 설명서를 제공했다는 근거가 되기 때문이다. 최근 비대면 채널을 활용한 불완전판매 우려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현장 직원들은 금소법이 고객들의 영업점 기피를 강화하는 추동이 될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이미 은행 영업점은 비용절감 등을 이유로 매년 줄어드는 추세다.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2021년 국내은행 점포 운영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말 19개 국내은행 점포 수는 6094개로 전년 대비 311개가 감소했다. 2015년 말 7300개에 이르던 점포 수는 꾸준히 감소세를 이어오고 있다. 서정은 기자

lucky@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