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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외국선 반려묘에 2200억원 상속? 한국선 ‘펫신탁’ 활성화 왜 어려울까
문의 많지만 실제계약은 ‘먼길’
사회적 인식 낮고 제도도 한계

#샤넬의 전설 칼 라거펠트는 생전 한화 2200억원에 달하는 유산 중 일부를 키우는 고양이 ‘슈페트’에게 상속하기로 했다. 미국 방송인 오프라 윈프리는 자신의 반려견을 상속 대상으로 지목하고 수백억원의 재산을 사전 증여했다.

#얼마전 시중은행에 찾아온 노인은 사후 반려견에게 자산을 남기고 싶다고 했다. 그게 어렵다면 강아지를 가장 잘 맡아줄 수 있는 자녀에게만 재산을 물려줄 방법이라도 찾고 싶다고 상담을 요청했다.

애견인·애묘인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으로 인해 일명 ‘펫금융’ 상품도 덩달아 관심을 받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보호자 사망시 반려동물에게 재산을 상속하려는 신탁 상품 문의가 느는 추세다. 다만 아직까지는 상품이 제한적인데다 생소한 구조로 인해 활성화가 요원한 상태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은 지난해 7월 ‘KB반려행복신탁’ 출시 이후 서비스 보강안을 마련중이다. KB반려행복신탁은 반려동물 주인(위탁자 겸 생전수익자)이 사망해 반려동물을 돌보지 못할 경우에 대비, 본인 사망 후 반려동물을 돌봐줄 새로운 부양자(사후수익자)에게 반려동물의 보호·관리를 위한 필요 자금을 지급하도록 하는 상품이다. 만 19세 이상이면 가입할 수 있고, 자산은 주가연계증권(ELS), 상장지수펀드(ETF), 채권형 등 특정금전신탁으로 운용된다.

반려동물 신탁이 나온건 해당 시장의 성장과 궤를 같이한다. 지난해 KB지주 경영연구소가 내놓은 ‘2021 한국 반려동물보고서’를 보면 국내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구는 604만, 1448만명으로 추정된다. 농림축산부와 산업연구원 통계에 따르면 국내 반려동물 관련 시장 규모는 2027년에는 6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추정된다.

이처럼 관련 시장이 커지면서 사후에 재산을 반려동물에게 남기려는 수요가 늘고 있지만, 실제 계약까지 이어진 경우는 많지 않다. 출시된지 얼마 되지 않기도 하거니와 아직 상품에 대해 널리 알려지지 않은 탓이다. 국민은행 또한 상품 활성화를 위해 ▷몰리스펫, 하림펫푸드 할인쿠폰 제공 ▷신세계 조선호텔 레스케이프 할인 제공 ▷반려동물 장레식장 할인 지원 등을 부가로 제시하는 정도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반려동물에게까지 상속의 개념을 적용하는게 생소해 대중화의 한계점이 있다”면서도 “시장이 커지는만큼 부가서비스 등을 통해 활성화를 추진하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사회적 인식 뿐 아니라 제도적 한계도 있다. 펫 관련 금융상품 대부분이 적금에 초점이 가있는 것도 이를 증명한다. 궁극적으로 관련 상품이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위탁자 사후에 반려동물이 제대로 관리, 보호받고 있는지를 감독하는 기능이 더 보강돼야 한다는 설명이다.

신탁의 경우 위탁자가 요청할 경우 은행은 반려동물의 새 부양자에게 신탁재산을 지급할 때마다 관련 서류를 제출 받고 생존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감독 기능이 생존여부 정도에 그쳐 실질적인 케어가 이뤄지는지 면밀히 보기 어렵다.

배정식 법무법인 가온 고문은 “위탁자가 원하는 건, 사망 뒤에도 반려동물이 제대로 된 관리를 받고 있는지가 핵심”이라며 “반려동물에 제대로 된 금전적 계약이행이 이뤄지는지 감독 기관과 반려동물을 케어해줄 양육 기관이 별도로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배 고문은 또 “반려동물 시장이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각 기관별 역할 분담, 관련 법 개정 등 여러가지가 복합적으로 이뤄져야한다”면서도 “반려동물에 대한 사회적 의식이 높아지면서 관련 금융상품에 대한 수요는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luck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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