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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팀장시각] 일상회복 기대감…과거로의 회귀는 아니다

오랜만에 서울 을지로에 있는 ‘만선호프’를 찾은 기자는 깜짝 놀랐다. 평일의 이른 저녁시간인데도 그렇게 많은 사람이 호프집 내부는 물론 길가 자리까지 꽉 채우고 있는 풍경을 오랜만에 접하다 보니 생경하게 느껴진 탓이다.

특히나 최근 젠지(GenZ)세대의 뜨거운 호응을 받는 ‘힙지로’의 명성답게 20·30대 젊은 층이 두드러지게 많았다. 만선호프의 들뜬 풍경은 최근 정부의 거리두기 해제정책으로 들썩이는 유통가와 닮아 있다. 사적 모임에 대한 인원이나 시간제한이 사라진 데다 2년 이상 강제했던 마스크마저 조만간 실외에서는 벗을 수 있다고 하니 유통가는 어느 때보다 일상 회복(리오프닝)에 대한 기대로 생동감 있게 움직이고 있다. 특히 젠지세대를 타깃으로 신제품과 마케팅이 쏟아지면서 이들이 핵심 소비 주체로 자리 잡았음을 실감 나게 했다.

그렇다면 코로나가 종식되면 시장이나 사회의 전반적인 분위기가 코로나 이전 상황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예전처럼 길거리에 테이블만 펴놓아도 사람들이 몰리는 만선호프처럼 유통업계도 일상이 회복되면 코로나 이전처럼 해도 고객들이 다시 찾을까. 이를 판단하기 위해선 코로나 이전 유통업계의 상황을 살펴보는 것이 좋을 듯하다.

당시 유통업계는, 지금은 대세가 되어버린 쿠팡이 당시에는 새로운 물결을 일으키는 ‘메기’ 역할을 하는데도 유통 대기업들은 꼼짝하지 않았다. 목이 좋은 자리에 매장을 열고 인기 있는 물건을 가져다 놓으면 장사가 되는, 수십년간 이어 온 사업 방식을 고수하였다. 쿠팡의 가능성을 인정하기보다는 누적된 적자만 살펴보며 곧 망할 것이라는 비난도 서슴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쿠팡과 같은 e-커머스가 소비의 핵심 채널이 됐고, 모두가 새벽이든, 한낮이든, 저녁이든 소비자들이 원하는 시간에 물건을 전달할 수 있는 배송 시스템을 갖추게 됐다. 오프라인 매장도 고객의 발길을 사로잡기 위해 혁신을 거듭했다. 특히 신선식품, 와인 등 주류와 같은 매장 특화 카테고리는 구색이 다양해져 어딜 가도 내 취향에 맞는 상품을 고를 수 있는 환경이 됐다. 단군 이래 쇼핑하기 가장 좋은 환경이 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다면 서두에 던진 질문을 다시 해보자. 코로나가 종식되면 코로나 이전 상황으로 돌아가는 것이 맞는가. 이 질문에 ‘예스(Yes)’라고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은 몇 안 될 것이다. 코로나로 인한 관계의 강제적 단절, 이로 인해 변해버린 소비 방식은 현실적으로 소비 패턴을 팬데믹 이전으로 되돌릴 수 없게 한다. 온라인 쇼핑의 편리함을 체득한 상황에서 다시 예전처럼 번번이 시간을 내 차를 몰고 가 두 손 무겁게 쇼핑몰을 나오기는 쉽지 않다.

‘일상의 회복’은 ‘팬데믹 이전으로의 회귀’를 뜻하는 것은 아니다. 코로나 이전의 경영 마인드로는 변화한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없다. 그간 유통 대기업들이 코로나에 떠밀려 혁신을 할 수밖에 없었다면, 이제는 소비자들에게 더 나은 쇼핑 환경을 제공하기 위한 자발적인 혁신이 필요할 때다. ‘생존을 위한 혁신’은 과거에도, 지금도 유효하다.

carrie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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