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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금리 급등에 보험사 건전성지표 비상… 금감원, CEO 긴급 소집
국고채 10년물 금리 작년말 대비 1%p↑
단순 계산으로도 RBC 비율 50%p 하락
보험사, 자본확충부담 호소할 듯

[헤럴드경제=김성훈 기자] 금리가 급등해 보험사의 재무 건전성 지표인 지급여력(RBC) 비율 관리에 비상이 걸리자 금융당국이 보험사 최고경영자(CEO)들을 긴급 소집하고 나섰다.

보험업계에 따르면 금감원은 22일 이찬우 수석부원장 주재로 생명·손해보험사 CEO 간담회를 연다. 최근 금리가 급상승해 지급여력(RBC) 비율이 뚝 떨어지자 보험업계의 애로와 건의를 듣기 위한 자리다.

RBC비율은 보험사가 파산했을 때 소비자에게 보험금을 지급하지 못하게 되는 상황을 막기 위한 제도다. 보험사의 각종 리스크가 현실화됐을 때의 보험금 등 손실금액인 '요구자본' 대비 이를 보전할 수 있는 자본량인 '가용자본'의 비율을 계산해 구한다. 보험업법에서는 100% 이상을 유지하도록 규정하고 있고, 금융당국은 150% 이상을 권고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보험사의 RBC 비율은 평균 246.2%로 1년전 297.2%보다 50%포인트(p) 이상 하락했다. 금리상승으로 가용자본에 해당하는 매도가능자산평가이익이 감소했기 때문이다. 채권은 매도가능금융자산과 만기보유금융자산으로 분류되는데, 현행 회계 기준에 따르면 매도가능자산은 시장 가치로, 만기보유자산은 원가로 각각 평가된다. 보험사는 그간에는 저금리로 채권 가격이 올랐기 때문에 채권을 매도가능자산으로 재분류해 추가 자본 확충 없이도 장부상 자본이 늘어나는 효과를 봐왔다. 이제는 역으로 금리가 상승하고 채권 가격이 하락해 그러한 효과가 사라지는 것이다.

보험사의 채권 계정 분류 현황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장기 국고채 금리가 10bp(1bp=0.01%포인트) 오르면 RBC 비율이 1~5%p 하락한다는 것이 증권가의 분석이다. 전날 국고채 10년물 금리는 3.296%를 기록했는데, 지난해 12월말 2.255%와 비교하면 무려 1000bp(1%p)가 올랐다. 금리10bp 상승에 RBC 비율이 5%p 하락한다고만 단순계산해도 3월말 기준 RBC비율은 지난해 말에 비해 50%p가 내리는 것이다.

지난해 말 기준 RBC 비율이 200% 미만인 보험사는 DB생명(157.7%), 흥국생명(163.2%), KDB생명(168.9%), KB생명(186.5%), 한화생명(184.6%), 흥국화재(155.4%), AXA손해보험(169.7%), 한화손해보험(176.9%), KB손해보험(179.4%), 롯데손해보험(181.1%), 농협손해보험(196.5%) 등 10여개다. 150% 미만은 최근 부실 금융기관으로 지정된 MG손해보험(88.3%) 하나다.

이달 현재 기준으로는 생명보험사를 중심으로 10여 개 회사가 금융당국의 권고치 미만으로 추락했다는 추정이 업계에 돌고 있다. 이같은 추세로 금리 상승이 계속되면 법정 기준 미만으로 추락하는 보험사도 속출할 수 있다. 금융당국은 RBC가 100% 아래로 떨어지면 보험사에 경영개선 권고·요구·명령 등의 조치를 내린다.

내년 도입되는 새 국제회계기준 IFRS17도 RBC비율을 낮추는 요인이다. IFRS17에서는 보험부채를 계약 시점의 원가가 아닌 시가로 평가하기 때문에 RBC비율이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

보험사들은 채권 재분류, 신종자본증권 발행, 후순위채 발행 등으로 RBC 비율 하락을 방어하고 있지만 금리가 계속 오르면 자본확충 부담이 과중해진다며 어려움을 호소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RBC 비율이 100% 미만으로 나빠지더라도 적기시정조치 등 보험업법상 건전성 개선 조처를 유예하는 등 건전성 규제를 한시적으로 완화해 달라고 요청할 것으로 예상된다.

paq@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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