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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투자뉴스 뒤풀이] 공포도 돈이 된다…VIX지수에 대한 모든 것

한국 시장도, 미국 시장도 모두 경기둔화 우려로 공포에 휩싸여있는 요즘입니다. 섣불리 투자하기 겁이 나죠. 그래서 신문기사마다 빼놓지 않고 등장하는 것이 '공포지수'라는 VIX지수입니다. 변동성지수라고 하는데 말 뜻대로하면 시장이 얼마나 흔들리고 있는지를 측정한 것입니다. 오늘은 왜 변동성이 '위험'으로 받아들여지고, 이것을 어떻게 구하는지, 그리고 어떻게 투자에 활용할 수 있는지 소개해드리겠습니다.

VIX지수는 정확히 말하면 CBOE Volatility Index 입니다. CBOE는 시카고옵션거래소입니다. 그리고 Volatility는 변동성이고요. 정확히는 '내재 변동성'(implied volatility)입니다.

머리 아픈 개념이 두개나 나왔네요. 옵션과 내재.

우선 VIX지수를 교과서적으로 설명드리면, S&P500지수를 지초자산으로 하는 잔여만기 30일 콜옵션과 풋옵션의 가격에서 내재변동성을 계산해 가중평균한 것입니다. 앞으로 30일 후 S&P500지수가 얼마나 움직일지 계산한 뒤 그걸 연간 기준으로 환산한 것이라네요.

구체적으로 계산을 해보면, VIX지수가 20이라는 것은 S&P500 지수가 앞으로 30일 동안 위로든 아래로든 5.77% 움직일 것이란 걸 의미합니다. 단어 하나하나는 알겠는데 합쳐놓으니 모르겠네요. 이제 차근차근 알아보죠.

▶우선 옵션(option)부터 알아볼까요. 콜옵션을 산다(long)는 건 '기초자산을 살 수 있는 권리'를 갖는 것입니다. 풋옵션 매수는 그럼 무엇일까요? 혹시 '사야할 의무'라고 답하려고 하셨나요? 땡, 탈락! '기초자산을 팔 수 있는 권리'를 사는 것입니다. 옵션을 산다는 건 권리를 산다는 것이죠.

반대로 콜옵션을 매도(short)한다는 것은 '기초자산을 팔아야할 의무'를 뜻합니다. 풋옵션 매도 역시 '기초자산을 사야할 의무'입니다. 옵션을 판다는 건 의무를 진다는 뜻입니다.

이렇게 옵션은 권리와 의무가 만나 거래가 됩니다. 그래서 옵션은 '제로섬'게임입니다. 승자가 있으면 반드시 패자가 있습니다. 주식투자와 가장 큰 차이입니다.

그럼 콜옵션을 한번 볼까요? A라는 주식을 30일 뒤 10만원에 살 수 있는 권리를 내가 갖고 있다면 A주식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행사가격이 10만원인 콜옵션을 보유한 것입니다.

만약 30일 뒤 A주식 가격이 15만원이 되면 나는 5만원을 법니다. 100만원이 되면 90만원 버는 거죠. 반대로 9만원이되든 8만원이되든 1만원이되든 행사가격(10만원)보다 떨어지면 그냥 '살 수 있는 권리'인 콜옵션을 행사하지 않으면 됩니다.(이해 편의를 위해 옵션가격(프리미엄), 거래비용 등은 없다고 가정했습니다)

기초자산 가격이 오르면 오를수록 좋습니다. 반대로 행사가격보다 떨어진다면 얼마가 떨어지든 손실은 똑같습니다. 그렇다면 A주가가 얌전히 잠자코 안 움직이는 것보다 마구마구 흔들리는 게 콜옵션 투자자에겐 좋습니다. 어차피 9만원이되나 5만원이되나 1만원이 되나 손실은 똑같은데 어찌어찌 흔들리다 뛰어버리면 그만큼 돈을 왕창 버는 것이니까요.

그게 바로 기초자산의 변동성입니다. 때문에 옵션에선 기초자산의 '변동성'이 높을수록 좋습니다.

행사가격보다 기초자산 가격이 높으면 높을수록 돈을 법니다. 반대로 행사가격보다 기초자산 가격이 낮아지면 얼마나 떨어지든 상관없이 콜옵션 가치는 '0'이 됩니다. 때문에 기초자산의 변동성이 높을수록 옵션의 가치는 커지게 됩니다.

▶아래 수식은 그냥 '저런 게 있구나'하고 넘기셔도 됩니다. 노벨경제학상에 빛나는 블랙숄즈머튼(BSM) 모델입니다. 블랙, 숄즈, 머튼이란 세명의 경제학자가 옵션가격이 어떻게 결정되는지 연구하셔서 내놓은 결과물입니다. 그가운데 콜옵션 가격 결정 모델을 보여드렸습니다.

이 모델을 보면 옵션 가격은 기초자산 가격, 변동성, 만기, 행사가격, 금리에 의해 결정됩니다. 그리고 제가 나열한 순서대로 옵션가격에 미치는 영향력이 세죠.

이를 함수로 표현하면 아래와 같습니다.

콜옵션 가치에 영향을 미치는 5가지 변수를, 영향력이 강한 변수 순으로 배치했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콜옵션의 가격을 알고 있습니다. 시장에서 지금 거래가 되니까요. 기초자산 가격, 만기, 행사가격, 금리도 마찬가지로 알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모르는 게 딱 하나 있습니다. 변동성이죠. 어떤 관계식에서 결과값과 다른 변수들 값은 모두 알고 있는데 단 하나의 변수를 모르면 역으로 추정해 구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BSM모델을 이용하면 지금 콜옵션의 가격을 통해 시장 참여자들이 변동성을 어떻게 보고있는지 계산이 가능합니다. 이때의 변동성은 시장 참여자들이 실제 거래를 하면서 합의한 변동성으로, 콜옵션 가격에 '내재'돼 있는 것입니다.

▶이제 다시 VIX지수로 돌아와보죠. VIX는 많고 많은 기초자산 중에 S&P500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한 옵션가치에 내재된 변동성을 측정한 것입니다.

말씀드렸다시피 옵션 투자자에겐 주식 같은 기초자산의 변동성이 크면 클수록 좋습니다. 그런데 주식 투자자에게도 그럴까요?

변동성은 위에서 주가가 위로 뛰든 아래로 떨어지든, 방향과 상관없이 일정기간 움직임의 범위의 크기를 말해줍니다.

그런데 주가 혹은 S&P500 같은 지수를 잘 보시면 올라갈 때는 완만히 조금씩 야금야금 올라가는 걸 알 수 있습니다. 떨어질 땐 어떻죠? 한번에 훅훅 떨어지면서 정신을 못차리죠. 실제 다양한 연구 분석 결과를 봐도 주가는 올라갈 때보다 내려갈 때 그 변동폭의 평균이 더 큰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최근 1년간 넷플릭스 주가 추이입니다. 오름세는 완만하게 조금씩 이어지지만 하락할 땐 그 폭이 훨씬 큰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때문에 변동성이 크다는 것, 그러니깐 마구마구 시장이 흔들리고 있다는 것은 주가가 떨어질 것이란 전망을 의미합니다.

경험적으로 VIX지수는 20보다 낮으면 위험이 낮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반면 VIX지수가 30을 넘으면 시장 위험이 높은 상황이란 걸 의미합니다.

VIX지수 추이입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2012년 유럽 재정위기 그리고 2020년 코로나19 위기 때마다 VIX지수가 치솟은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최근 미국의 긴축 강화,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지정학적 위기 고조 등으로 VIX지수가 30을 넘는 날이 잦아지고 있습니다.

▶VIX지수를 그럼 어떻게 투자에 활용할 수 있을까요? VIX지수는 시장이 떨어질 것 같으면 치솟는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실제 연구결과 VIX지수는 주가 수익률과 음(-)의 상관관계(negative correlation)를 갖고 있습니다. 상관관계가 -0.7~-0.9 수준입니다. 이 정도면 매우 높은 것입니다.

이 말은 주가와 VIX지수는 서로 반대로 움직인다는 뜻입니다. 주가가 떨어지면 VIX지수는 올라갈 겁니다. 내가 만약 주식투자자라면 주가가 내려가는 것이 걱정이죠. 물론 가장 쉬운 방법은 주식을 좀 팔아버리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그럴 수 없거나 팔고 싶지 않을 수 있죠. 이때 VIX지수 관련 상품을 사면 됩니다. 그러면 주가가 떨어질 때 VIX지수는 오를테니 그만큼 서로 수익률을 보완해줄 수 있습니다.

VIX지수는 그 자체로 거래가 되지 않습니다. 대신 시장에선 VIX선물(VIX Futures)과 VIX옵션(VIX Option)이 지난 2004년과 2006년부터 CBOE에서 거래가 되고 있습니다.

VIX도 어려운데 이걸 기초로한 선물옵션 투자를 하는 건 더더더 힘들 수 있습니다. 그런 경우엔 VIX지수에 투자하는 ETF상품들을 이용할 수 있습니다.

단, VIX지수 관련 상품에 투자할 때 명심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지난 약 20년간 VIX지수를 추적한 결과 VIX지수는 평균회귀(mean reversion) 성격을 갖고 있습니다. 즉 일정 기간이 지나면 일정한 수준의 균형으로 되돌아 온다는 뜻입니다. 때문에 VIX지수 관련 투자는 추세적으로, 장기적으로 하는 것보다 그때그때 시장 상황을 보며 단기적으로 판단해 헤지(hedge)차원에서 실행하시는 게 좋습니다.

이상 VIX지수에 대한 설명을 드렸습니다. 옵션부터 시작하려니 많이 길어졌습니다. 모쪼록 시장이 공포에 휩싸였다고 해서 두려워하지 마시고 공포도 돈이 되는 시장의 원리를 이해하시는데 도움이 되셨길 바라겠습니다.

김우영 기자/CFA

#헤럴드경제에서 증권기사를 쓰고 있습니다. CFA 자격증을 취득한 뒤 CFA한국협회 금융지성위원회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정보를 알기 쉽게 전달해야 하는 기자로서 사명감에 CFA의 전문성을 더해 독자 여러분께 동화처럼 재미있게 금융투자 뉴스를 설명드리도록 하겠습니다.

kw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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