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은보 금융감독원장이 3일 오후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17개 국내은행 은행장들과 간담회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박자연 기자]정은보 금융감독원장이 우리은행 직원의 600억원대 횡령사건에 대해 “해당 은행에 대한 검사를 통해 사실관계를 규명해 책임있는 관련자에 대해서는 엄정 조치하고, 내부통제 미비점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제도개선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3일 밝혔다.

정 원장은 이날 오후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에서 17개 국내은행 은행장과 간담회를 열고 “최근 발생한 대형 금융사고는 은행권 신뢰를 떨어뜨리는 매우 심각한 사안”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최근 우리은행에서는 기업개선부 소속 차장 A씨가 2012~2018년 사이 옛 대우일렉트로닉스 매각 관련 계약금을 보관한 계좌에서 원금 578억원과 이자 등 약 614억원을 세 차례에 걸쳐 빼돌린 횡령사건이 발생했다. 현재 경찰은 A씨와 공범으로 지목된 동생 B씨를 구속해 조사하고 있다. 우리은행도 자체조사를 진행중이며, 금감원도 검사에 착수했다.

정 원장은 "금감원은 외부감사인의 감시기능이 정상적으로 작동했는지 조사하고 있으며, 회계법인의 품질관리시스템상 미비점이 있는지도 점검하겠다"며 "그동안 감독당국의 검사과정에서 사전에 인지하지 못한 부분에 대해서도 사실관계를 조사하고 제도개선을 추진하겠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각 은행 자체적으로 금융사고 예방을 위한 내부통제에 문제가 없는지 긴급 점검하고 필요한 조치를 취해주시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정 원장은 본격적인 간담회에 앞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금감원의 책임론에 대해 답변했다. 그는 "사실관계 확인을 먼저 해야하지만 어떤 경우라도 책임이 있는 경우에는 책임을 져야한다고 생각한다"면서 "어떻게 내부통제가 운영이되는 상황인지에 대해 정확한 평가를 해서 거기에 따라서 어떤 개선을 하느냐도 못지 않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날 정 원장은 은행들이 대내외 위험에 대비하기 위해 대손충당금을 충분히 쌓고, 자사주 매입이나 배당엔 신중히 결정할 것을 당부했다.

그는"현재 은행의 각종 건전성 지표는 팬데믹 상황에서도 대체로 양호한 수준을 보이고 있지만 팬데믹 관련 정부지원에 따른 착시가능성이 높고 대내외 불확실성이 크게 확대되는 상황인 만큼 한층 경계심을 높여야 한다"면서 은행장들에게 "현 상황을 엄중하게 인식하고 리스크관리에 만전을 기하여 주시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또 "금감원은 대손충당금과 자본을 충분히 적립했는지 점검하는 한편, 경기대응완충자본(CCyB) 등 손실흡수능력 제고를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에도 적극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 원장은 은행의 부채관리 필요성도 언급했다. 그는 "금리상승 및 자산가격 조정에 따른 가계부채 부실 문제가 우리 경제의 제약요인으로 작용하지 않도록 하되, 실수요층에 대해서는 자금애로가 최소화될 수 있도록 세심하게 관리해 주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은행의 금리 산정·운영에 대한 시장규율이 원활히 작동될 수 있도록 예대금리 공시를 강화할 계획도 전했다.

한편 이원덕 우리은행장은 이날 간담회에 전 기자들과 만나 "고객과 국민여러분에 진심으로 죄송하다"면서 "고객의 신뢰회복 위해 각고의 노력 다하겠으며 철저한 진상규명 이루어질 수 있도록 모든 협조를 하겠다"고 했다. 다만 이 행장은 내부통제 부실과 관련해서는 즉답을 피했다. 그는 "아직 감독원 검사와 경찰 수사가 이뤄지고 있어서 여기서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제가 답변드리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생각한다"며 "추후에 정리되면 말씀드리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