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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버티다 버티다 펀드까지 손절매…재테크 포기자 속출
고액자산가도 ‘예적금’ 이동 러시
금리·환율 급등 주가 급락 겹쳐
투자 상품 수익률 줄줄이 손실
펀드 잔고 작년 말보다 7.5조 ↓
안전자산 선호 예적금 계좌수 ↑
대출 상환 위해 불입 줄일 수도

‘재테크는 무슨…있는 돈 건사만해도 다행이지’ 하루가 멀다하게 치솟는 금리 인상에 연일 연고점을 뚫는 환율, 여기에 증시 하락까지 겹치면서 재테크를 포기하는 투자자들이 속출하고 있다.

인플레이션까지 겹치며 대출 갚기가 빠듯해진데다 투자 상품 수익률은 줄줄이 마이너스(-)니 은행에는 매월 꼬박꼬박 붓던 펀드를 해지해달라는 고객들의 요구가 날로 늘고 있다는 얘기다. 재테크를 포기한 사람들이 이동한 곳은 결국 예·적금이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고액 자산가들의 자금도 예·적금으로 몰려, 10억원 초과 고액 계좌 잔액은 처음으로 500조원을 넘어섰다.

▶펀드에서 자금 이탈 우르르…“신규펀드 관심없어요”=12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최근일자(3월 말) 기준 은행권 전체 펀드(공+사모 합산) 잔고는 89조4884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말보다 8484억원이 줄어든 수치다. 최근 1년 사이에는 7조5000억원 가량이 빠져나갔다.

최근 들어 펀드에서 자금이 이탈하게 된 건 펀드 손절매에 나서는 투자자들이 늘고 있어서다. 실제로 임의식, 적립식 잔고는 올 들어 각각 3000억~4000억원 이상씩 감소했다. 증시가 하락하니 버티던 자금들도 하나둘 빠져나가고 있다는 설명이다. 코스피 지수는 지난 2일부터 7거래일 연속 하락 마감한 상태다. 지난 11일 종가 기준 코스피지수는 2600선을 내준 2592.27에 장을 마쳤다.

자산운용사 관계자들은 “최근 시중은행이 증시 상황을 고려해 일부 한 두 곳을 제외하고 상품 프로모션을 거의 중단한 상황”이라며 “절대수익추구형, 목표전환형 등으로 은행권 판매를 뚫고 있지만, 이마저도 어렵다”고 입을 모아 말했다.

그동안 은행들은 사모펀드 여파, 금융소비자보호법 시행, 오스템임플란트 횡령 사태 등으로 각종 판매 펀드를 대거 압축해놓은 상태다. 이 상황에서 증시 하락으로 수익률까지 저조하니 신규 자금 유입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태다. 특히 환율이 연일 고공행진 하면서 해외 펀드 또한 가입하기 부담스러워진 상태다. 여기에 환율 차이로 환헤지 펀드와 언헤지 펀드 간 수익률은 더욱 급격히 벌어지는 중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펀드 신규 투자에 대한 관심은 이미 줄었고, 그나마 주가연계증권(ELS) 위주로 판매하는 중”이라며 “펀드의 경우 낙폭이 커서 매수심리가 회복되는데까지 시일이 오래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또 대출금리 인상, 인플레이션 가속화 등이 복합적으로 이뤄지면서 재테크 열풍이 예전만큼 불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투자상품 대신 안전자산 유턴…고액자산가도 예적금 대열 합류=금리인상으로 주식 등 투자상품 수요가 줄면서, 금융 소비자들은 대신 예적금만 겨우 늘리는 분위기가 나타나고 있다.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우리·하나)의 지난달 말 기준 수시입출식(요구불성) 예금은 584조1213억원으로 전년 말 대비 2000억원 증가했다. 정기 예적금도 542조5031억원으로 같은기간 2조5000억원이 불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고액 예금계좌를 보유한 이들도 증시 하락이 본격화된 지난해 예금으로 돌아왔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10억원 초과 개인 정기예금 계좌 수는 4만4000좌였다. 전년 대비 4000좌 늘어난 수치다. 2020년 증시가 호황을 이어갔을 때는 고액 예금 보유자들도 주식 등 투자 상품으로 현금을 옮겨 10억원 초과 계좌 수가 3000좌 가량 감소한 바 있다.

하지만 지난해 불안한 증시에 많은 이들이 예금과 같은 안전자산으로 돈을 이동하면서 고액 예금 계좌 수도 늘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5억원~10억원 이하 정기예금 계좌 수도 2020년 하반기 3만8000좌를 기록하며 3만좌대로 접어들었지만, 지난해 말 기준 4만2000좌로 반년 만에 3000좌가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금액적으로 봤을 때도 예금으로 회귀 경향은 뚜렷하다. 10억원 초과 정기예금 계좌 잔액은 2020년 한 해 453조3810억원에서 460조520억원으로 4조4680억원 늘었으나, 지난해 1년 간은 49조7630억원 증가해 잔액이 처음으로 500조원(509조8150억원)을 넘어섰다. 증가폭을 보면 직전년 대비 무려 10배를 웃돈다.

5~10억원 이하 정기예금 계좌 잔액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해당 계좌 잔액은 2020년 한 해 동안 8590억원 줄었으나 지난 한해 2조3870억원 불어난 32조3840억원으로 집계됐다.

한 시중은행 PB는 “금리가 오르니 예치 단위가 큰 고액자산가들 입장에서는 예적금에 대한 메리트가 기존보다 늘어난 상황”이라고 말했다.

다만 대출 금리 인상 등이 이뤄지면 대출금을 갚기 위해 예적금 불입을 줄일 수 있다는 전망도 대두된다.

서정은·박자연 기자

luck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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