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들이 1400억원대의 업무와 관계없는 부동산을 보유하고 있어 금융당국이 매각할 것을 7년째 주문하고 있다. 그러나 사별로 처한 상황이 제각각인 데다 당국이 이를 강제할 법적 근거도 없다. “팔려고해도 팔리지 않는다”는 저축은행도, 개선 효과가 약한 행정지도에만 의존하고 있는 금융당국도 행동에 나설 때다.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2021년 말 저축은행업계 전체 비업무용 부동산(토지, 건물)은 1399억원이다. 전체 79개사 중 33개사가 비업무용 부동산을 1억원 이상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부산에 본사를 둔 우리저축은행이 325억원으로 가장 컸고, 오에스비, 조흥, HB저축은행이 각각 100억원대가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당국이 지난 2016년 저축은행이 담보권 행사로 취득한 비업무용 부동산을 3년 안에 처분하도록 주문하면서 당시 매각에 나섰던 일부 대형사도 여전히 비업무용 부동산을 보유하고 있다. 전체 규모는 2020년말 1772억원 대비 줄어들었지만 여전히 업무에 활용할 수 없는 ‘불용성 자산’이 쌓여 있는 셈이다. 이에 최근 금융감독원은 저축은행들의 비업무용 부동산 처분을 유도하는 행정지도를 2년 더 연장하기로 했다. 이같은 행정지도는 지난 2015년 시작한 이후 이번이 네 번째 연장이다.
당국은 저축은행들이 비업무용 부동산을 장기 보유함으로써 불필요한 비용이 발생하고, 수익성이나 유동성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줄일 것을 줄기차게 요구해 왔다. 이는 저축은행이 법적으로 비업무용 부동산을 보유하지 못하게 돼 있기 때문이다. 부실채권 정리 시 유찰된 부동산 담보물을 유입하는 경우 예외가 허용된다. 금융당국은 부실채권 정리 시 유찰된 부동산 담보물 등 비업무용 부동산에 대한 관리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문제는 비업무용 부동산을 매각하지 못하고 장기 보유하고 있는 저축은행에 대한 제재 근거가 없다는 점이다. 그러다보니 저축은행들은 급할 이유가 없다. 비업무용 부동산 보유에 대해 저축은행들은 유치권 행사, 유찰 등으로 인한 대출 담보 부동산 미매각 외에도 부동산 임대수익, 매각에 따른 세금 부담 등의 이유로 처분을 꺼린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그러나 무수익 자산인 비업무용 부동산은 보유 비중이 높을수록 자금 고정화로 인해 현금 흐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당장 비업무용 부동산 보유에 따른 영향이 수치로 확인된다. 비업무용 부동산을 보유한 저축은행 33개사 중 20개사가 1년 새 유동성비율이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9월까지 정부의 대출 연장 조치 종료가 이제 다섯달도 채 남지 않았다. 저축은행업권에 유동성이 더 필요해질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저축은행들은 이미 충당금을 충분히 쌓아뒀다고 항변한다. 금융당국이 저축은행의 비업무용 부동산 처분을 의무화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업계도 자발적인 노력에 더 힘써야 할 때다. 저축은행 사태로 무너졌던 이미지를 개선하기 위해 지금까지 공들여 온 노력이 수포로 돌아가지 않게 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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