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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테크 다윗을 키우자]‘상상력 현실화’ 도전 신약 플랫폼기술 기업 지뉴브
‘불가능 영역’ 퇴행성뇌질환 도전 바이오텍
루게릭병 치료제로국내서 임상 1/2a상 진행
한성호 대표 “빅파마들도 못해 더 도전할만”
신약개발 플랫폼 기업 지뉴브 한성호 대표. 한 대표는 ‘과학적 상상력’을 바탕으로 난치성 뇌질환 영역에 도전하고 있다. [회사 제공]

'상상력'이란 단어는 문화, 예술 등 창작분야 종사자들의 전유물처럼 여겨진다. 그렇기에 과학분야에서도 절실히 필요한 덕목이라고 한다면 고개를 갸웃거릴 수도 있겠다. 근거와 검증자료 기반으로 가감 없이 사실관계만 추려 해석하는 과학자들에게는 상상력이라는 단어는 경계 대상일지도 모른다.

신약개발 플랫폼 기업 지뉴브(대표 한성호)는 이런 편견을 깨고 있다. 이 회사는 신약개발을 '과학적 상상력'으로 접근한다. 그 누구도 불가능하다고 여겨오던 퇴행성 뇌질환 영역에서 새로운 플랫폼 기술로 상상력을 현실화 한 바이오텍이다.

2016년 설립된 지뉴브는 난치질환 환자들의 삶을 변화시킬 혁신신약에 대한 열망을 가진 전문가들이 모여 만들었다. 회사를 창립한 한성호 대표는 미국에서 신경생물학을 전공, 박사학위를 받았다. 그 뒤 김앤장 특허부, 메디포스트 사업개발본부 등 바이오 분야에서 오랜 기간 실무능력과 안목을 넓힌 전문가다.

한 대표는 “미충족수요가 큰 치료제 영역에서 신약개발 성공률을 높이는데 필요한 플랫폼 기술을 만들어 이를 통해 좋은 신약 후보물질을 발굴하는 바이오텍이 필요하다는 갈증이 있었다. 하지만 누구도 시도하지 않는 모습에 ‘직접 도전해야 하는구나’라는 마음으로 창업에 나섰다”고 회고했다.

지뉴브는 알츠하이머병, 루게릭병과 같은 퇴행성 뇌질환을 표적으로 기술개발에 뛰어들었다.

한 대표는 “알츠하이머병의 경우 미충족수요가 매우 높고 특히 환자를 돌보는 가족과 사회에 큰 슬픔과 짐을 지운다. 마찬가지로 루게릭병도 실질적으로 환자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근본적인 질병 조절제(DMT)가 없는 질환”이라며 “수 십 년 이상 글로벌 빅파마도 해결하지 못한 분야이기 때문에 오히려 이런 난제에 도전해 결과를 내보겠다는 도전정신으로 퇴행성 뇌질환 분야를 선택했다”고 소개했다.

이런 도전정신과 과학적 상상력이 더해져 탄생한 게 'ATRIVIEW'라는 플랫폼 기술. ATRIVIEW는 신경계가 퇴행하는 질환 환경에서도 새로운 신경세포가 생기고, 동시에 퇴행하고 있는 신경계를 보호하는 치료물질을 찾아내는 기술을 말한다.

지뉴브는 이 기술을 이용해 루게릭병 치료제인 'SNR1611'을 개발 중이다. 비임상에서 탁월한 신경계 보호 및 신경세포 신생 효능을 보여 2019년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임상시험 계획을 승인받았다. 2020년부터 국내에서 임상 1/2a상을 진행 중인데, 이 임상은 영국 약학저널(British Journal of Pharmacology)에서 발간한 '근위축성측삭경화증 치료를 위한 단백질 인산화효소 저해제' 리뷰에서 주목할 만한 임상 프로그램으로 소개되기도 했다.

지뉴브는 이와 함께 항암 분야에서도 창의적인 신약 발굴 플랫폼 개발 기술을 이뤄냈다. 지뉴브가 개발한 'SHINE MOUSE' 플랫폼은 항체를 찾는 마우스에서 면역관용을 조절, 다양한 에피토프(항원결정인자)를 갖는 항체가 유지되도록 개발된 플랫폼이다.

지뉴브는 이 플랫폼 기술로 항체 형성이 어려웠던 항원을 표적하는 치료항체들을 다수 발굴할 예정이라고 한다.

이 플랫폼을 통해 발굴된 치료항체 중 개발 속도가 가장 빠른 것은 기존 면역항암제인 머크의 '키트루다', BMS의 '옵디보'와 동일한 작용기전의 ‘GNUV201’다. GNUV201은 두 제품과 비교해 동등 이상의 결합력을 보유하고 있다. 특히 ‘인간-마우스 간 교차반응성’을 나타내는 동시에 환자의 실제 암 미세환경에서 활성이 도드라지게 더 높아지는 특징을 보인다.

한 대표는 “이러한 항체를 자체 보유하고 있다는 것은 면역항암제를 활용한 병용요법 분야에서 이미 검증된 PD-1(면역 T세포에 있는 단백질) 항체를 포함한 최적 병용요법으로 개발하기 위한 핵심 경쟁력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뉴브는 다음달 미국 임상종양학회(ASCO)에서 GNUV201의 비임상 결과를 공개할 예정이다.

이런 기술력을 인정받은 지뉴브는 적지 않은 투자금을 확보했다. 최근에는 시리즈C 펀딩을 통해 200억~300억원을 새로 모집할 계획이다. 이 비용은 SNR1611의 임상진행 및 연구에 활용된다.

한 대표는 “당사를 외부에서 평가할 때 새로운 사이언스와 플랫폼에 도전해서 임상에 빨리 진입한 약속을 지킨 회사라고 한다. 무엇보다 맨파워가 좋은 팀으로 평가받는 사실이 가장 기쁘다”고 말했다.

지뉴브는 올해 그동안의 투자가 결실을 맺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해외 기업들과 전략적인 사업협력 및 라이센스아웃(기술수출) 등 다양한 물밑작업이 진행 중이라고 한다. 또 기술특례상장 제도를 통해 내년 코스닥 상장을 준비하고 있다.

한 대표는 “이제는 바이오텍들이 계획만 가지고 얘기하는 시대는 지났다. 구체적인 성과를 보여줘야 한다”며 “당사 멤버들을 포함한 이 업계 전문가들은 이런 집단지성과 열린 마음으로 소수의 개인이나 회사만이 알고 있을 경험과 깨달음을 시장과 정책을 움직이는 이들 뿐 아니라 대중에게도 계속 알릴 의무가 있다”고 말했다.

손인규 기자

iks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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