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군 ‘1호’ 학군단 서울대 ROTC 올해 24명 지원…역대 최저
복무기간·월급 등 병사 처우 나아지면서 지원자도 감소한 듯
기업 ROTC 특채 전형 줄어 취업 장점마저 줄어
“ROTC 기간 중 인턴 등 스펙쌓는 다른 학생들과 경쟁서 불리”
지난달 29일 서울 중구 서울역에서 한 군인이 휴대폰을 보며 이동하는 모습(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없음). [연합] |
[헤럴드경제=김영철 기자] 병사 복무 기간이 줄고 월급은 늘면서 초급 장교를 선발하는 학군단(ROTC) 지원자 수가 급감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원자 수 1만여 명을 넘었던 2018년에 비해 무려 40%가량 줄었다.
28일 육군학생군사학교 등에 따르면 올해 전국 육군 ROTC 지원자 수는 7600명으로, 9400여 명이었던 지난해에 비해 1800명가량(19%) 감소했다. 역대 최저를 기록했던 2020년 7400여 명에 이어 두 번째로 적은 수치다.
연도별 ROTC 지원자 수는 2018년 1만2600여명이었다가 2019년 1만1500여 명, 2020년 7400여 명, 2021년 9400여 명 등이었다. 올해 지원자 수는 4년 전과 비교해 약 40% 줄었다. 모집 정원은 2018년 약 3600명, 2019년 3700명이었다가 2020년과 2021년에는 3500명 수준으로 다소 감소했다. 올해도 2018년과 비슷한 수를 모집한다면 경쟁률이 3.5대 1에서 2.1대 1 수준으로 낮아진다.
그러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인해 2020년 대학별 ROTC 모집 여건이 원활하지 않은 점을 고려했을 때 올해 지원자 수는 사실상 역대 최저치를 기록한 것으로 분석된다. 육군학생군사학교가 지난달 지원자 미달을 이유로 각 대학 ROTC 후보생 원서접수 마감일을 지난달 8일에서 이달 6일로 연장했다는 점에서도 올해 지원자 수가 사실상 역대 가장 낮은 수치라는 점을 방증한다.
훈련 기간에 중도 포기하는 경우도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학군단 제도 자체가 위기인 셈이다. 전체 초급장교 임관 인원 중 ROTC가 차지하는 비중은 약 70%에 이른다.
이처럼 ROTC가 점차 인기를 잃어가는 것에 대해 일각에서는 병사 복무기간이 단축되면서 월급도 인상되는 것에 반해 ROTC의 처우가 비교적 개선되지 않았다는 의견이 나온다. ROTC의 또 다른 매력인 특채 전형도 최근 취업난이 심해지고 기업 수시 채용이 늘어나면서 우대가 줄어드는 상태다.
국방부 계획에 따르면 오는 2025년까지 병장 월급은 150만원 수준까지 오를 예정이다. 반면 ROTC는 졸업 뒤 임관하더라도 2022년 기준 소위 1호봉은 175만원 수준의 월급을 받아 큰 차이가 없다. 윤석열 대통령이 후보 시절 공약했던 대로 병사 월급 200만원이 실현되면 병장 월급이 장교인 소위 월급을 앞서게 된다. 병사 복무 기간은 1968년 36개월에서 꾸준히 줄어 육군의 경우 2022년 기준 18개월에 불과하지만, 육군·해병대 ROTC 복무 기간은 1968년 28개월에서 단축되지 않았다.
서울의 한 대학을 다니는 김모(20) 씨는 “휴학 한 번 없이 불편한 대학 생활을 감수하면서 ROTC를 지원할 이유는 없다”며 “병사들의 복무 기간과 급여가 개선되는 것에 비해 ROTC의 처우가 크게 나아지지 않는 그런 상황에서 굳이 군대에 더 오래 다녀오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ROTC 출신 서모(29) 씨도 “대학 후배들이 ROTC에 점차 지원하지 않는 것에 이해가 된다”며 “점차 대기업에서 ROTC 관련 전형도 줄어들어 취업에 큰 도움이 되지도 않는 상황이다. 처우부터 향후 취업까지 매력이 없다면 누가 가겠나”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ROTC로 대학생활을 보내면서 지켜야 하는 학점 기준이 있긴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자격증, 대외활동, 교환학생, 인턴 등 같은 기간 스펙을 차곡차곡 쌓는 다른 학생들과 경쟁에서 불리하다”고 덧붙였다.
실제 육군 ‘1호’ 학군단인 서울대 ROTC 지원자 수는 창단 이래 역대 최저를 기록했다. 서울대 ROTC에 따르면 올해 지원자 수는 24명으로 역대 최저였던 지난해와 같았다. 2015년 65명 수준이었던 서울대 ROTC 지원자 수는 꾸준히 줄어 ▷2018년 31명 ▷2019년 25명 ▷2020년 26명에 그쳤다. 올해 지원자 수는 7년 전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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