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수많은 설 유포하는 분 있어…그분 희망사항”
이준석 주도 ‘서진전략’ 효과…호남 득표율 15%↑
국힘 관계자 “선거 이긴 당 대표 내칠 명분 없어”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등 지도부가 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박해묵 기자] |
[헤럴드경제=신혜원 기자] 6·1 지방선거·보궐선거에서 국민의힘이 압승하면서 선거를 이끈 이준석국민의힘 대표는 이번 계기를 통해 당권을 더욱 공고히 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방선거 전까진 국민의힘 내부적으로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측 핵심 관계자)’과의 알력, 성상납 의혹 등으로 선거 직후 이 대표의 ‘조기 사퇴설’까지 거론되기도 했다. 그러나 선거 성적표를 받아든 후 이러한 설이 점차 사그라드는 분위기다.
4일 정치권에 따르면, 대선에 이어 지방선거까지 승리로 이끈 이 대표의 몸값이 상승하는 모양새다. 당내에선 인천 계양을 보궐선거 지역 밀착형 공천, 호남 껴안기 등 이번 선거에서의 이 대표 주도 전략에 대해 호평이 나오는 등 위상이 높아지고 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지선 전엔 이 대표의 사퇴로 조기 전당대회를 치를 수 있다는 이야기가 힘을 얻는 분위기였던 게 사실”이라며 “그렇지만 대선에 이어 지선까지 승리한 당 대표를 내칠 이유와 명분은 사라졌다. 이 대표가 남은 임기를 마치고 다음 총선에서 노원병에 출마하는 것으로 노선을 정하지 않겠나”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비록 승리하진 못했지만 이 대표가 인천 계양을에 윤형선 후보를 공천한 것도 탁월한 전략이었다고 본다”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의원 대항마로 다른 인사를 전략 공천했다면 우리가 선거 과정에서 ‘무연고 출마’, ‘방탄 출마’ 프레임으로 비판할 수 있었겠나”고 말했다.
앞서 지난 1일 보궐선거에서 이 의원은 55.24%의 득표율로 44.75%를 얻은 윤 후보를 제치고 당선됐다. 불과 세 달 전까지 대선주자로 선거를 뛴 이 의원의 인지도에 비해 윤 후보의 인지도가 상대적으로 낮다는 점과, 인천 계양을이 민주 당세가 강한 지역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윤 후보의 선전이라는 평가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박지현.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공동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달 18일 오전 광주 북구 국립 5·18 민주묘지에서 열린 제42주년 5·18 광주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님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하고 있다. [연합] |
이 대표가 대선 과정에서부터 공을 들인 호남에서의 성과도 두드러졌다. 그는 5·18 기념식에 전원에 가까운 국민의힘 의원과 참석하고 호남 유세를 자주 다니는 등 서진(西進) 전략에 힘을 쏟았다. 이번 광주, 전북, 전남 등 호남 지역 광역단체장 선거에서 국민의힘 후보들은 모두 15% 이상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주기환 광주시장 후보는 15.90%, 이정현 전남지사 후보는 18.81%, 조배숙 전북지사 후보는 17.88%를 얻었다. 이는 지난 대선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득표율(광주 12.72%, 전북 14.42%, 전남 11.44%)을 넘어선 수치다.
이러한 성과에도 이 대표는 당 구성원들에게 거듭 ‘겸손’을 주문하면서 한편으론 ‘조기 사퇴설’을 차단하는 모습이다. 또, 지선 승리 직후 공천 시스템을 개선할 당 혁신위원회 설치 방침을 밝히며 정당 개혁을 넘어 당권 강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는 전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지방선거 때부터 저에 대해 수많은 설을 뒤에서 유포하시는 분이 있다. ‘지방선거 끝나고 (당대표) 그만두고 유학을 갈 거다’부터 시작해서”라며 “저는 들은 게 있는데 말하기는 어렵고 그분의 희망사항에 관한 것이 자꾸 나오는 것 같다”고 말했다.
혁신위와 관련해선 “당 구조개혁에 대해 정말 하고 싶은 게 많았는데 대선과 지방선거를 다 이기고 나서야 기회가 주어졌다”며 “당 대표가 생각한 여러 개혁 과제를 다수의 동의를 얻어서 할 수 있는 방법이 혁신위”라고 했다. 다만 내년 6월 전당대회 재도전 가능성에 대해선 “전혀 염두에 두고 있지 않다”고 일축했다.
이 같은 분위기에 이 대표가 남은 1년의 임기를 모두 마칠 것이란 관측이 나오지만 변수는 남아있다. 국민의힘 윤리위원회는 유튜브 채널 ‘가로세로연구소’가 제기한 이 대표의 성상납 및 증거인멸 교사 의혹에 대한 징계 여부 결정을 지방선거 이후로 미뤄놨다. 향후 윤리위의 징계처분이 어떻게 나는지에 따라 이 대표의 행보에 걸림돌이 생길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 대표는 이에 대해 “떳떳하고 문제 없다. 당 윤리위가 개최되면 저는 공개 회의 하자고 할 것”이라며 “제가 진짜 떳떳하지 않은 게 있었으면 강용석 무소속 경기도지사 후보 복당을 받아주는 게 제일 편하다”고 말했다. 이어 “속된 말로 꿇리는 게 있으면 강 후보를 받아주면 제일 편할텐데 왜 안하겠나”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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