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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컨트롤타워 부재·화물연대 어깃장…브레이크 없이 ‘강對강’
고민 깊어지는 총파업 해결책
고용장관 “소관 아니다” 소극적 대응
주무부처 국토부, 관련 TF도 안꾸려
정부 “집단 운송 거부” 엄정대응 고수
안전운임제 연말 시한…갈등만 커져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이하 화물연대) 파업 이틀째인 8일 경기도 안양시의 한 레미콘업체에 레미콘 트럭이 운행을 중지한 채 주차돼 있다. 안양=임세준 기자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화물연대)의 무기한 파업에 윤석열 정부가 ‘강경 대응’ 기조를 고수하면서 사태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강 대 강 대결구도가 심화하는 양상이다. 화물차주는 자영업자인 만큼 화물연대는 노조로 볼 수 없고, 이번 파업 역시 노동 3권으로 보장되는 ‘파업’이 아닌 ‘집단 운송 거부’라는 게 정부의 일관된 입장이다.

윤석열 정부 내각에 이들을 대화의 장으로 이끌어낼 ‘노정관계 컨트롤타워’가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노동계 출신으로 현 정부의 ‘노사정 중재자’로 기대를 모은 고용노동부 장관은 파업 시작 전 해외출장을 떠났고, 주무 부처인 국토교통부는 화물연대가 요구하는 안전운임제에 대해 지금껏 외면하다 새 정부의 ‘엄정 대응’ 기조만 앞세우고 있다.

8일 정부와 노동계에 따르면 민주노총 화물연대가 총파업에 돌입한 첫날인 7일 부산, 인천, 경남 등 전국 14개 지역에서 지역본부별로 파업 출정식을 연 뒤 지역의 산업단지나 화주공장 등에 모여 집회를 진행했다. 화물연대 조합원(2만2000명)의 40% 수준인 9000여명이 참여한 것으로 추산된다.

화물연대가 파업에 나선 건 적정 근로조건을 보장하는 차원에서 2020년부터 3년 기한으로 도입된 최저운임제인 ‘안전운임제’가 올해 말 사라지기 때문이다. 화물의 무게·거리에 따라 화물차주, 화주·기업, 정부 협의를 거쳐 표준화된 운임을 정하고, 위반하면 과태료를 낸다. 화물차주는 과속 등 무리한 운행을 하지 않아도 기본적인 소득을 보장받는다. 문제는 안전운임제 일몰이 다가오는데도 정부가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방치했다는 점이다. 지난 2일 1차 교섭 이후 정부는 화물연대에 아무런 대화 요청을 하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화물연대는 “총파업 돌입 직전까지도 정부와 국토부의 책임 있는 입장 표명과 대화 창구 개설을 기대했지만 엄정 대응 방침만 반복적으로 밝혔다”고 주장했다.

‘파업 과정에 불법이 있으면 엄정 대응하겠다’는 건 윤 대통령이 대선 때부터 강조해온 기조다. 윤 대통령은 전날 대통령실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법과 원칙에 따른 대응’ 방침을 재천명했고, 이러다 보니 내각에도 중재자가 없어 갈등이 고조되는 상황이다.

노동계 출신으로 갈등의 중재자로 나설 것으로 기대했던 이정식 고용장관은 지난 5일 밤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리는 ‘제110차 국제노동기구(ILO)’에 참석하기 위해 스위스로 출국했다. 이 장관은 앞서 3일 화물연대 파업에 대해 “(화물연대 파업의) 주무 부처는 국토부”라며 “저희는 노동자들의 합법적인 권리를 보장하는 역할을 한다”고 답한 바 있다.

다만 화물연대가 주장하는 ‘안전운임제’가 특수형태 근로종사자의 안전 운행을 담보하는 제도인 만큼 ‘강 건너 불구경’하는 듯한 이 장관의 태도에 대한 비판이 나온다. 특수형태 근로종사자인 화물차주 파업은 외면한 이 장관은 제네바에선 “경제적 어려움을 덜어드릴 수 있도록 특수형태 근로종사자 생계 지원을 준비하고 있다”는 내용의 연설을 했다. 또, 이 장관이 주무 부처라고 지목한 국토부는 지금까지 관련 태스크포스(TF)조차 만들지 않았다. 화물자동차법을 보면, 국토부 장관은 해마다 10월 31일까지 안전운임위원회 심의·의결을 거쳐 다음해 안전운임을 공표해야 한다. 일몰되지 않고 내년에도 안전운임제가 유지된다면 다음달엔 위원회 심의가 이뤄져야 하는데 아직 유지 여부가 결정되지 않았다. 국토부는 이달 초부터 TF를 만들어 본격적인 논의에 착수한다고 밝혔지만 물리적으로 절차상 시간이 부족하다는 게 화물연대 측 주장이다.

지난해 1월 안전운임제를 항시적으로 운영하는 내용의 법 개정안을 조오섭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했지만 국회에서도 진척이 없었다. 가뜩이나 석유류와 농산물 가격 상승 등 고물가로 경제가 악화된 상황에서 화물연대 파업으로 인한 물류난 등 파장을 최소화하기 위해선 정부와 화물연대의 생산적 대화가 시급해 보인다. 김용훈 기자

fact0514@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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