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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상속으로] 공공기관, 어떤 일을 줄여야 할까

LG전자는 휴대전화사업을, 삼성디스플레이는 LCD사업을 접었다. 그리고 해당 인력을 다른 분야로 전환한다. 이런 일이 공기업에서는 좀처럼 일어나지 않는다. 공기업은 그만둘 일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다른 분야 증원을 요청한다. 그래야 조직이 유지되고 승진이 빨라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누군가 가끔 공기업이 그만둘 일을 지적해주어야 한다.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공운법)’ 제14조는 기획재정부가 공공기관 기능 조정을 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공공기관은 어떤 일을 줄여야 할까.

비수익 사업에도 민간이 참여할 수 있다. 정부는 저소득층의 주거 안정을 위해 한국토지주택(LH)공사에 낮은 가격의 임대주택을 공급하게 하고 있다. 그러나 이를 민간에 맡기고 정상 시장가격을 받게 한 후 저소득층에게 돈을 주는 바우처 제도를 이용할 수 있다. 현재도 주택바우처 제도가 있으나 기초생활보장 대상자에만 적용된다. 또 정부는 비수익 낙도 운행을 위해 공공 선사를 설립할 수도 있지만 민간 선사에 보조금을 주고 운행하게 하는 최저보조금 입찰제를 채택할 수 있다. 공공기관이 수행하면 적자가 더 커져 민간 수행에 비해 돈이 더 들어간다. 임대주택 바우처는 제 돈을 내는 입주자와 바우처를 내는 입주자가 섞여 사는 소셜믹스를 달성하는 장점도 있다.

공기업의 공익사업 재원을 위한 수익 창출도 정당화되는지 검토하여야 한다. 예컨대 관광공사는 관광진흥사업을 위해 외국인 전용 카지노를 운영하고 있다. 관광진흥은 필요한 일이므로 관광공사가 돈을 벌어 할 일이 아니라 일반 재정이 지원되어야 할 일이다. 그래야 돈을 주는 쪽이나 쓰는 쪽 모두에 책임감이 생긴다.

필요성이 약화된 사업도 있다. 예컨대 코트라(KOTRA)는 해외 투자 촉진과 해외 진출 기업의 유턴 촉진을 동시에 추진한다. 일종의 정체성 위기인 셈이다. 사실 기업의 유턴 지원은 해외 진출 위험을 낮추는 효과가 있어 장기적으론 해외 투자를 촉진한다. 그래도 단기적인 국내 일자리 창출이 중요하여 유턴 사업을 계속해야 한다면 KOTRA의 해외 투자 촉진 기능은 약화되어야 한다.

통합 수행이 적절한 사업도 있다. 온라인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국가평생교육진흥원의 ‘K-Mooc(한국형 온라인 공개 강좌)’와 한국교육학술정보원의 ‘K-OCW(한국형 지식나눔운동)’가 그 예이다. 이 두 과정은 수강 신청 여부만 다를 뿐 유사 콘텐츠를 제공한다. 온라인 교육 플랫폼은 그 규모가 중요하므로 당연히 통합 운영되어야 한다. 미국의 코세라(Cousera)처럼 초기화면에서 수강 신청이 필요한지를 물으면 될 일이다.

공공기관의 기업 옥석가리기는 중단되어야 한다.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청년사관학교의 벤처 투자가 이에 해당한다. 공단의 예비 창업자 교육은 필요한 일이나 직접 투자는 적절치 않다. 민간 창업기획자(액셀러레이터)에게 맡겨야 한다. 또 한국관광공사는 ‘웰니스 관광지 50선’을 발표하는데 대부분 스파 등 민간시설이다. 공기업이 민간의 광고 대행을 해주는 셈이다.

더 할 일도 있다. 한국교통안전공단은 자동차 안전도 검사와 배출가스 검사를 모두 수행하면서 민간과 시장을 나누고 있다. 그러나 배출가스 검사는 100% 교통안전공단으로 일원화돼야 한다. 민간에서는 배출가스를 엄정 검사할 유인이 없다. 정부가 민간 자동차검사소의 부정 검사를 단속하고 있으나 결과는 빙산의 일각일 것이다. 반면 안전도 검사는 100% 민간에 맡겨도 무방하다. 검사업체는 정비 수요 창출 유인이 있으며 차주는 안전 확보 유인이 있다. 교통안전공단은 배출가스 검사에 집중해야 한다.

1998년 경제위기 이후 20여년간 공공기관의 기능은 계속 확대됐다. 그 결과, 그 자체의 비효율도 문제지만 민간의 활력을 제약하는 부작용이 크다. 변화된 시대환경에 맞게 공공기관의 기능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박진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

th5@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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