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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팀장시각] 위태로운 ‘먹고사는 문제’…관건은 스피드

역사상 민초들이 고충 없이 살았던 시절은 없었다 해도 요즘은 유독 더 힘든 듯하다. ‘경기 침체’와 ‘물가 상승’이 함께 오른, 이른바 ‘S(스태그플레이션)의 공포’를 처음 경험해보는 것도 아닌데 지금처럼 ‘먹고사는 문제’가 위태로웠던 적은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S의 공포’가 동아시아의 작은 나라인 우리나라에서만 있거나 혹은 우리를 비롯한 신흥국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전 세계가 두루 경험할 정도로 그 스케일이 남다르기 때문이다.

실제로 마트에 장을 보러 가면 카트에 집어넣을 게 없다고 하소연하는 주부들이 많다. 보통은 쇠고기가 좀 비싸면 돼지고기나 닭고기를 사고, 수박 가격이 너무 올랐다 싶으면 참외를 고르는 등 가격이 덜 오른 대체제가 있었지만 올해는 모든 품목이 약속이나 한듯 가격이 크게 올랐다. 유례가 없는 가뭄에 따른 흉작과 전쟁으로 인한 글로벌 물류대란, 최근에는 화물연대 파업 등 가격 인상 요인이 너무나 많은 탓이다.

주머니 사정이 넉넉하면 그나마 다행이겠지만 그마저도 녹록하지 않다. 최근 정부가 발표한 ‘2022년 가계 동향 조사’에 따르면, 1분기 가계소득이 평균 10.1% 올라 통계 작성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하지만 실제로 우리의 지갑은 넉넉해졌나.

물가를 잡으려고 급하게 금리를 올리다 보니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로 내 집 마련의 ‘막차’를 탄 차주들의 속은 까맣게 타들어가고 있다. 3% 내외였던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7%까지 오르는 등 1년 새 이자 부담이 2배 이상 커졌기 때문이다. 지난해처럼 부동산이나 주식 등 자산 가치라도 올랐으면 위안을 삼겠지만 코스피가 2500 선을 하향 돌파하고 부동산 역시 거래절벽이 현실화되는 등 상황이 악화되고 있다. 언론에서 회자되는 ‘하우스푸어(무리한 대출로 집을 사 곤궁한 사람)’가 더는 남의 이야기가 아닌 듯 느껴진다.

이처럼 개인의 노력으로 어찌할 수 없는 경제적 상황이 닥쳐왔을 때 나서야 할 주체는 바로 정부다. 먼지 쌓인 경제학 개론책에서 굳이 케인스까지 소환하지 않아도, 경기 불황에 대비하고 그 피해를 최소화시켜야 하는 게 정부의 역할이라는 것은 불문율이 됐다. 하지만 국민의 기대만큼 정부가 제 역할을 하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예고된 화물연대 파업에는 뒷북 대응으로 피해를 키웠고, 각국이 식량 안보에 안간힘을 쓰는 동안 관세를 좀 내리는 식의 소극적인 대응으로 일관했다. 한국은행의 금리 인상 조치에 대한 부작용을 최소화하려는 노력도 사실 부족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후보 시절에 “실력 있는 정부의 시장 개입을 통해 ‘행복정부’를 만드는 게 경제 정책의 핵심 키워드”라고 말한 바 있다. 지금처럼 물가와 금리가 급등하는 불안한 경제 상황에서 필요한 것이 바로 윤 대통령이 지향하는 경제 정책과 비슷하다. 하지만 목표만 그렇게 잡고 행동이 늦어선 안 된다. 그만큼 글로벌 경제 상황이 급박하게 흘러가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실력 있는 정부의 빠른 대응이다. 언제쯤 새 정부의 실력을 보여줄 셈인가.

carrie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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