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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은행 고객은 봉?…금융사는 '우대금리'라는데, 실상은 '조건금리' [서정은 기자의 나·알·아]
기본금리는 1%대 찔끔
우대금리가 더 커, 배보다 큰 배꼽
금융사 “경영자율, 금리요건 채우기 쉬워”
고객들 “우대금리라는 말부터 은행 관점 담겨, 혜택 아냐”
[123RF]

[헤럴드경제=서정은 기자] 최근 금리가 가파르게 오르면서 시중은행들이 고금리 예·적금을 앞다퉈 내놓고 있다. ‘최대 연 5%’ 이런 광고에 혹해 가입하려다 나중에 요건을 뜯어보면 허울 뿐인 경우가 많다. 기본금리보다 우대금리가 더욱 많아서다. 금융사들은 고객을 위해 우대금리를 확대했다고 하지만, 고객에게는 요건을 다 채워야 받을 수 있는 ‘조건금리’로 변질된지 오래다.

주요 은행들이 선보이고 있는 수신 상품을 보면 기본금리보다 최고 우대금리가 높은 경우가 많다. 하나은행의 ‘내집마련 더블업적금’, 우리은행의 ‘우리SUPER주거래적금’ 등은 우대금리가 기본금리의 두 배를 훨씬 웃돈다. 최고 5% 금리를 준다는 신한은행의 ‘신한 쏠만해’ 또한 기본금리는 연 1.5%에 불과하다.

우대금리는 은행이 신용 있는 특정 고객에게 예금이나 적금, 대출 상품 따위의 이자율에 혜택을 주는 것을 말한다. 은행은 우대금리를 통해 진성고객을 만들 수 있고, 고객은 추가 금리 혜택을 누릴 수 있으니 윈윈으로 통했다.

하지만 어느샌가 표현만 우대일 뿐, 요건을 채워야 받을 수 있는 조건금리가 된지 오래다. 실제로 은행들이 제시하는 우대금리 요건에는 첫 거래는 물론 ▷공과금 자동이체 ▷계열사 카드 소비 실적 ▷계좌연결 ▷급여 및 연금이체 ▷다이렉트 해외송금 ▷카드 보유 ▷모바일 인증서 등 다양하다. 우대금리 요건만 봐도 은행들의 핵심성과지표(KPI)가 뭔지 드러날 정도다. 특정 상품 가입시 고객에게 추가 상품을 강요하는 ‘꺾기’에 준하는 경우도 많다. 은행들이 노골적으로 알리지 않을 뿐, 중도해지시에는 우대금리 혜택이 사라지기도 한다.

시중은행들도 이유는 있다. 은행 관계자들은 “정책금융 성격이 강해 원치 않는 고객도 상대해야하다보니 금리 요건을 세분화해 우대금리를 만들 수 밖에 없다”고 말한다. 또 요건 자체를 채우기 어렵지 않으니 문제가 없다는 얘기다.

[123RF]

하지만 조건의 난이도를 떠나, 고객입장에서는 ‘우대’로 보기 어렵다. 시중은행 고객들은 “엄밀히 말하면 각종 계좌 연결 등으로 고객들이 금융사에 오히려 혜택을 준 셈”이라고 말한다. 우대금리라는 말 자체가 금융사들의 입장만을 반영한 단어라는 지적이다.

김상봉 한성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우대라는 말 자체가 마치 은행들이 고객들에게 선심을 쓰듯이 주는 것처럼 느껴진다”며 “고객보호 뿐 아니라 여러 경쟁상대 등장으로 고객들을 잡기 위해서는 은행들도 기존 영업관행을 다시금 고민해봐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최근 인터넷전문은행들이 고객들에게 우대금리 요건 없이 일괄적인 금리를 내세운 것은 눈여겨볼 대목이다.

금융감독원 또한 우대금리가 고객들을 자칫 현혹시킬 수 있다고 보고 소비자경보를 울린 바 있다. 지난해 금융감독원이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2020년 1월부터 2021년 9월까지 은행에서 판매된 특판 예·적금 58종 가운데 만기도래 고객에게 지급된 금리는 최고금리의 78% 수준에 불과했다. 이 가운데에서는 최종금리가 제시금리의 50% 이하인 경우도 있었다. 특히 제휴상품을 내건 경우 지난해 9월 기준 우대요건을 충족해 적용받는 고객이 7.7%에 불과했다.

하지만 금리에 직접적으로 개입하기 어렵다보니 이같은 관행이 쉽게 바뀌지 않는 실정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소비자경보를 통해 금융소비자에게 우대금리 요건에 현혹되지 말 것을 당부하고, 알려야하는 것이 현실”이라며 “은행의 경영자율이긴 하지만, 과도한 우대금리 요건을 내세우면서 고금리를 홍보하는 것은 소비자보호 관점에서 문제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luck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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