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경찰 중심으로 젠더 갈등 격화”
“경찰 수뇌부, 문제인식 제대로 못해”
경찰 관련 이미지. [헤럴드경제DB] |
[헤럴드경제=채상우 기자] 최근 경찰 내부에서 젠더 갈등이 심화되고 있는 모양새다. 경찰 수뇌부에서는 제대로 된 대책 마련에는 손을 놓고 있어, 일선 경찰관들의 불만은 더욱 커져만 가고 있다.
18일 헤럴드경제 취재에 따르면 최근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의 경찰청 게시판에 대통령 집무실 외곽 경호를 담당하는 202경비단 소속 여성 경찰관이 강아지를 데리고 출근한다는 내용의 글이 게시됐다.
‘여경 기동대만 문제랴 202 여경도 심각하다’는 제목의 해당 게시물 작성자는 “202경비단 여경팀은 강아지를 데리고 출근한다”고 주장했다.
202경비단을 관리하는 서울경찰청 관계자는 이에 대해 “여성 경찰의 모친이 지방에서 딸을 만나기 위해 기르던 강아지와 함께 경비단을 방문한 것이 와전됐다”며 “해당 게시글 내용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해명했다.
지난 12일에도 역시 블라인드에 ‘경기남부경찰청 여자기동대 특혜 및 실태’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이 글 작성자는 최근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 총파업으로 인해 “경기남부·경기북부·서울청 기동대들은 이천·의왕 등으로 출동한다”며 “하루에 2~3시간 자고 당직근무해 잠을 자는 휴무(당직 다음날 휴무일) 외에는 하루 15시간 이상 근무한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남자기동대는 오전 4시 출근, 오후 11시 퇴근, 주말 없이 매일 집회에 출동하는 반면 여자기동대는 1개 제대씩 번갈아가며 근무하고 2개 제대는 휴무”라며 “주말 휴식에 철야도 안 한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경기남부경찰청 관계자는 “화물연대 총파업에 참가한 조합원 대부분이 남성으로 남자기동대 위주 근무를 편성한 불가피한 측면이 있었다”면서 “언론 보도 이후 부대 철야 근무 부대 인원을 축소하고 휴무를 확대 지정 하는 등 개선했다”고 밝혔다.
온라인뿐 아니라 실제 일선 경찰관들도 이런 젠더 갈등을 실감하고 있었다. 일선의 한 남성 경찰관은 “경찰 내부에서 여경에 대한 불만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더 문제는 이에 대해 경찰 윗선에서는 심각하게 인지하지 않고 있으며 해결책을 제시하지 않고 있어 인식 개선이 제대로 되고 있지 않다”고 불만을 털어놨다.
반면 서울의 한 경찰서에서 근무하는 한 여성 경찰관은 “여성 관련 범죄 등 분명히 여성 경찰의 역할이 필요한 분야가 있는데, 덮어놓고 무용론을 내세워 비난하는 경향이 심각해지고 있다”며 “여경들이 조직적으로 특혜를 요구한 것은 없으며, 지시에 따라 업무를 수행하는 것뿐”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사회 전반에 걸쳐 확산되는 젠더 갈등이 20대 젊은 경찰들을 중심으로 심화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단순 사회 문제로만 치부하지 말고 경찰관들의 목소리를 윗선에서 심각하게 받아들여 해결책을 찾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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